민주주의와 장애: 과거와 현재, 미래
장애청년의 목소리
본문
△ 필자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답사 당시 촬영한 사진
2024년 12월, 미증유의 상황이 일어났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이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되찾자며 거리로 나섰다. 결국 12월 14일 대통령은 탄핵을 맞이해야 했다. 다음 달에는 체포까지 되었다. 민주주의는 수호되었다. 국민이 대통령과 맞서 사수한 민주주의는 장애 인권이라는 담론과 관계가 있다. 그 이유를 장대넷 활동가로서의 생각과 개인적 경험을 들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과거: 장애 인권이 어떻게 과거의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었는가?
나는 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학위 논문의 주제를 정할 때 광주에서 왜 피해가 일어났는지 주목하는 방향으로 작성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광주에서의 첫 사망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이다. 고(故)김경철 씨는 원래 코코양화점에서 구두를 수선하던,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노동하는 시민이었다. 5월 18일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5월 18일은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은 그 당시에도 휴일이었기 때문에 김경철 씨는 딸의 백일잔치를 마치고, 귀가하는 친척들을 배웅한 후 친구들과 같이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공수부대를 만났다. 공수부대원이 보이자, 시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그러나 김경철 씨는 도망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상황 판단을 할 수 없었다. 7공수여단의 부대원들한테 잡힌 김경철 씨는 수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무고함을 알렸고, 장애인증까지 보여줬으나 꾀를 쓴다고 판단한 계엄군에 의해 더욱 무차별적으로 구타당하고, 결국 다음 날인 5월 19일 새벽에 병원에서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부재로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부재가 소수자의 생명권 등 권리에 영향을 끼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자는 나의 의견이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어를 언어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침해, 장애인이라는 신분을 증명하려 했음에도 꾀를 쓴다는 억측으로 무시하는 차별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부재는 장애인 인권을 위협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주의 참여 현장에서 장애 인권은?
민주주의와 장애의 연관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민주주의를 우리는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직접적으로 의사를 대중들에게 표현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선거와 투표, 집회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말하고자 한다. 나의 경험을 들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2020년부터 지금까지 6번의 선거를 참여했는데, 교육감 보궐선거에 참여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투표소가 주민자치센터에 있어서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했으나 어이없게도 경사로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봉쇄된 것이었다. 애초에 주민자치센터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장애인들은 마음대로 못 들어오게 한 것이었다. 또한 그 경사로를 봉쇄함으로써 투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나서야 사정상 투표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만든 별도의 투표장을 옮겨와서 그곳에서 투표할 수 있었다. 또한, 2024년 총선에서는 경사로가 통제되지 않아 센터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투표장이 2층에 있어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역시 사정상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고려하여 만든 별도의 투표장에서 투표했다. 그 과정에서 투표하는 절차를 따로 1층에서 진행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민주주의 행사의 장인 투표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서울이 이런 상황인데 다른 곳은 또 어떤 상황일까에 대해 생각하면 아찔하다.
시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집회에 몇 번 간 적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별도의 휠체어 지정 위치 등의 편의 사항이 없었다. 그리고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 탄핵 집회 때 전광판에 수어통역만 있었고, 자막 지원은 없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 중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중증 청각장애인의 30% 정도이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45%는 수어를 거의 혹은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전체 청각장애인 중 90%가 구화 또는 말로 소통한다. 따라서 수어통역처럼 자막과 같은 문자 통역이 필요한 청각장애인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자막이 없으니, 내용을 잘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고, 실천하는 현장에서는 장애인 인권의 소외가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우리는 개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미래: 장애 인권을 포괄하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의 우리의 과제는 장애 인권이 잘 반영되는 민주주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참여와 정치적 의미로서 각자가 각자의 몫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개인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으로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주민자치센터에 경사로가 없거나 위험하게 놓여 있는 경우 이를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여 건의함으로서 투표장에 가기 힘들었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 민주주의가 장애 인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렵더라도 투표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투표나 시위에 장애인의 참여율이 낮으면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지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편의시설 등을 마련하지 않게 된다. 투표와 집회는 장애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다.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저 잊히고 묻힌 의견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장애인 개인의 불편함, 더 나아가서 장애계 사회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직접 투표나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장애인 단체도 민주주의에 장애 인권을 포괄하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인 대중이 정말로 중요시하는 사안을 많이 찾아서 이익단체로서, 혹은 NGO로서 정치권과 정부에 압박해야 장애 인권을 포괄하는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주제로 한정 지을 것은 아니다. 여러 권리에 대해서 어떤 것이 지켜지고, 위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회의원 등에게 제소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장애 인권을 더욱 포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조성현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대외국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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