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의 울림 이후, 일회적 공감에서 지속적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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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ENA
우영우가 남긴 울림
3년 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과 동시에 한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습니다. 시청률 0.9%에서 시작해 17%를 넘기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 명의 캐릭터가 대중에게 이토록 큰 파문을 일으킨 사례는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천재적 두뇌를 가졌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라는 인물은 신선한 충격과 깊은 울림을 동시에 안겼습니다. 드라마는 ‘장애’를 무겁고 낯선 주제가 아니라 한 개인의 삶과 도전, 그리고 가능성의 이야기로 풀어냈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접했으며, 드라마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기존의 미디어가 흔히 다루던 ‘보호받아야 할 약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영우는 비범함과 평범함을 동시에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우리 사회에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와 ‘다르게 보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일깨웠습니다. 대중은 장애를 특별한 문제가 아닌 삶의 일부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잠시나마 공유했고, 장애인이 실제로 겪는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나아가 드라마는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차별과 편견 너머의 가능성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끊겨버린 대화
그러나 시간은 참으로 잔인합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뜨거웠던 공감과 연대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들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뿐 아니라 장애 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속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채 다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은 순간의 감동으로 소비되었을 뿐, 사회적 의제의 전면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익숙한 무관심 속에서 장애는 다시 숨어들었고, 대중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특정 콘텐츠에 의해 감정적으로 흥분하다가도 현실 앞에서는 무심히 돌아서는 한국 사회의 반복된 패턴을 드러냅니다. 결국 장애에 대한 성찰은 드라마 한 편으로 완성될 수 없는 과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대화이며, 제도적 장치로 반영되어야 는 과제이고,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실천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영우’ 이후에도 발달장애인 관련 시위나 극단적인 돌봄 비극이 뉴스에 오르내릴 때마다 잠시 여론은 들끓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 자립 지원, 특수 교육 등 핵심적인 이슈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금 일상으로 회귀했습니다. 마치 큰 사건이나 드라마 같은 ‘특별한 사안’이 생겼을 때만 국민적인 관심을 보였다가, 그 동력이 사라지면 곧바로 시들어지는 ‘단기성 관심 현상’이 되풀이된 것입니다.
해소되지 못한 격차들
실제로 최근의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사건 가운데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사건은 4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장애인의 고용률은 약 37%에 불과하며, 경제활동참가율도 39%에 못 미칩니다. 학력 수준 또한 격차가 큽니다. 장애인의 고등학교 이상 학력 비율은 48%대에 머물러 있지만, 전체 국민의 경우 80%에 가깝습니다. 생활체육과 같은 문화적 접근성에서도 격차는 여전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77% 이상이 생활체육에 대한 정보를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드라마가 제기한 담론이 사회 구조 속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합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고, 한국은 UN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여 국제적인 권리구제 절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제도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보조견 출입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나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제도가 있더라도 실제 삶에서의 변화는 더디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꾸준히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외치며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시적 공감을 넘어서
결국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항상 일시적 공감에 머무르는가? 왜 우리는 장애를 특별한 드라마 속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일상의 주제로 이어가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제도가 마련되어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깊이 뿌리내린 편견이 장애인을 사회의 ‘타자’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책은 단발적 이벤트로 끝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입니다. 무엇보다도 콘텐츠 소비의 속성이 짧고 강렬한 감정으로 끝나버린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변화를 이어가야 할까요? 첫째,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장애 이해 교육은 형식이 아니라 체계적인 교과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둘째, 공공과 민간이 모두 ‘정당한 편의 제공’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단순히 법 조항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접근성과 참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셋째, 정책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제도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심에 서야 합니다. 정책 설계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장애인이 직접 참여할 때야 비로소 변화는 현실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미디어는 장애 문제를 반복적으로 다루며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드라마가 불러일으킨 울림은 출발점일 뿐, 그 이후의 대중적 공론화와 후속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우영우가 남긴 질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국 사회에 분명 의미 있는 성취를 남겼습니다. ‘자폐’라는 주제를 대중 문화의 중심에 놓았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발달장애인의 삶과 관련된 쟁점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후광이 만든 ‘무늬만 관심’이었거나, 그 성취가 단순히 ‘한때의 화제’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을 회피한 결과일 것입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은 일회적 감동이나 단기적 콘텐츠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장애 관련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휘발성을 띠는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노력보다, 감성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에 일시적으로 반응하는 사회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또한 드라마 속 우영우는 뛰어난 재능으로 비장애인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예외적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대중은 그의 ‘비범함’에 환호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우영우처럼 천재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일상적인 돌봄과 지원 없이는 생존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직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드라마가 던진 따뜻한 메시지는 ‘판타지’의 후광 아래 현실의 ‘불편한 민낯’을 잠시 가려주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공론화와 실천,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함이 당연합니다. 우영우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꽤나 단순합니다. 장애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의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인식이 제도와 문화, 교육과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우영우가 남긴 울림에 진정으로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은 과연 우영우라는 ‘천재 변호사’의 매력에 쏠렸던 것인가, 아니면 그를 둘러싼 ‘현실의 벽’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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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줄거리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 최고 로펌에 입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뛰어난 기억력과 법률 지식을 갖추었지만, 사회적 소통과 감정 표현에 서툴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을 때마다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시각과 기발한 해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며 변호사로서 점차 인정받습니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인간적인 성장을 이뤄 나가고, 동료 이준호와의 사랑을 통해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합니다. 이 작품은 결국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성자글. 김동석 한국예술종합학교 공무직 직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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