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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매맞춤

장애계 비틀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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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다. 낮은 기온에 정신이 맑아지며 함께 모여 온기를 나누는 계절이다. 면역력이 약한 장애인에게 면역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꼭짓점에 모두 모여 둘러 앉으면 쪽매맞춤이라 할 수 있다. 쪽매맞춤은 꼭짓점에 모인 도형의 내각 크기 합이 360도가 되어 평면을 겹치거나 채우는 원리의 형태이다. 이번 겨울은 서로가 모여 앉아 낮아진 면역력을 키우는 쪽매맞춤을 하자.
 
△ <쪽매맞춤 도형으로 구성한 알람브라 궁전 벽화, 스페인>
 
호헌철폐·독재타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40여 년 전 대한민국은 소수의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력의 응축된 힘으로 거리와 광장에서 외침이 되었다. 이 광장의 힘은 억눌렸던 우리들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독재정권을 끊어내고 직접선거로 얻어낸 결과는 근현대사에 국민 스스로 쟁취한 세계사 최초의 민주주의였다.
 
국민이 편안하게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 유권자 운동은 점차 제도화되고 개선되고 있다. 정작 우리와 가까운 이룸센터에 상주하는 단체장은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계는 1987년 이전에 머물러 있다.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각종 단체
장애인계와 더불어 체육계, 문화계를 막론한 단체들은 모두 국고지원을 받는다. 민간단체가 왜 국고지원을 받느냐는 비판이 있다. 이런 비판의 배경에는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이해관계자들이 시위하는 거 아니냐는 색안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고지원은 정부의 정책 수행과 사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조직과 재원의 근간이 된다.
 
장애인 체육계는 단체장이 기탁금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었으나 점차 국고지원이 늘어나면서 기탁금은 사라지고 선거인단 정치에 몰두하는 경향이다. 각 단체의 정관에 따라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간접선거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가 있었다. 공공성이 큰 단체일수록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선거를 도입해야 한다.
 
이권이 큰 영역이었는지 과거에는 외부 폭력 조직이 동원되어 선거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고지원을 받는 단체가 투명한 선거문화와 관련 법령이 없으면 유권자들의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단체의 운영에서 대표의 역할은 혁신적인 정책 수립이나 사업분야, 구성원의 이익보다는 사업 선정에 매이고 안일하게 사업을 수행할 뿐이다. 결국 단체들은 국고지원을 사업과 구성원에게 수행하는 행정복지센터와 다를 게 무엇인가.
 
쪽매맞춤
네덜란드 화가 M.C. 에셔는 알람브라 궁전에서 14세기 궁전의 벽을 장식한 기하학무늬들을 보며 영감받는다. 기하학과 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무한, 상대성, 반사, 반전 그리고 닮음을 작품에 반영하여 평면을 빈틈없이 겹치지 않게 덮는 쪽매맞춤(Tessellation, Tiling)이라는 창조적 형태의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서클 리미트 4(부제. 악마와 천사) 작품이 유명하다. 천사는 자신의 윤곽으로 악마를 만들고, 악마는 그의 윤곽으로 천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얀 부분과 검정 부분에 맞춰보면 성스러운 천사의 모습과 박쥐를 닮은 악마의 모습이 무한이 펼쳐진다. 천사와 악마는 완전 대척점에 있는 존재이지만 원래는 태생이 같은 존재였다. 기독교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천사가 악마가 된 것이다.
 
△<서클 리미트 4(부제. 악마와 천사) / 쪽매맞춤 기법으로 만든 M.C. 에셔의 1960년 작품>
 
우리 단체장, 우리 손으로 뽑아야
우리들의 대표는 이사회나 대의원이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었다. 대규모 선거의 복잡성을 줄이면서 유권자들의 의사를 수렴한 전문적인 판단과 신중한 결정으로 우리를 대표하였다. 문제는 우리들의 의사를 언제, 어떻게 수렴했는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 선거인단 선출 방식은 전달되지 않은 우리들의 의사를 왜곡하기도 한다. 간접선거는 동시에 한 곳에 모여 선거할 수 없었던 물리적인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이었지만 현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으로 누구나 저렴하게 모바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해 선거공약 발표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유권자가 대통령도 뽑는 마당에 겨우 수천 명, 수백 명, 수십 명의 우리들 대표는 우리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간접선거와 직접선거는 쪽매맞춤이다. 원래는 우리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지만, 간접선거가 악마로 보이기도 천사로 보이기도 한 것이다. 간접선거로 단체의 권력은 순환되지 않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도전할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아 오래된 기득권 세력이 판치는 악마화가 되었다. 순수했던 처음처럼 봉사로 시작했으면 봉사로 끝나야 한다. 30년 넘게 눌러앉아 투명하지 않은 구조를 만들었기에 하얀 부분만 보였던 쪽매맞춤은 점차 검게 보인다.
 
봄바람은 오는가
9년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통합체육회) 정관을 개정하였다. 시·도체육회, 각종 종목단체도 통합 정관에 따라 일괄 개정하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도 통합 정관을 따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광역 단체와 지자체의 소규모 종목단체까지도 현실에 맞지 않는 통합정관이 규정한 표준정정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회원(선수)이 30명 미만인 종목단체의 예로 이사 5인을 구성해 선수들의 의사는 전달되지 못하는 간접선거로 종목단체 회장을 선출한다. 회원들이 직접 단체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단체는 선수와 단체장이 소통되지 않고 늘 파열음과 파행이 고질적인 병이었다.
 
대한체육회가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동안 체육계는 상명하복식의 표준정관으로 선수 중심이 아닌 소수가 독점하는 권력을 독식하였다. 간접선거 구조를 선수와 현장 중심의 직접선거로 전환하고, 회장 임기를 1회만 연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순환을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이제, 내 손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을 뽑게 되는 날이 온 것이다. 장애인단체 회장, 이사장도 내 손으로 선출할 날을 기다린다.
 
나무들은 안다
나무들은 봄이 오는 것을 어떻게 알까? 밤의 길이는 꽃을 피우기 위한 나무의 생존과 관계가 있다. 밤이 짧아지면서 나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여물지 않은 꽃은 미처 가지 못한 샛바람에 날린다. 가슴 여미며 슬픔 가득히 내리는 봄비에도 날린다. 잇따라 피우며 날리는 꽃들은 생명의 순환을 겸허히 받아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나무에 겨울밤이 긴 까닭은 무엇일까? 점차 짧아지는 밤을 맞이할 수 있는 생명을 향한 숭고한 갖춤이다. 긴 겨울밤을 보내고 나면 지방선거로 뜨거울 봄에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체육계도 내 손으로 우리 대표를 뽑는 봄이 오기를 바란다.
 
긴 겨울을 지나 우리가 맞이할 봄아, 겨울을 버텨줘.
작성자글. 박평철 그래픽디자이너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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