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마법, '장애'라는 경계를 허무는 동반자가 되려면
AI와 장애
본문
‘디지털 격차’를 넘어 ‘AI의 가능성’으로
1988년 창간 이후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장애 인권의 현장을 지켜온 〈함께걸음〉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기술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사회의 주요 숙제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즉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정보화 교육을 했던 노력은 우리를 IT 강국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는 것보다,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병행될 때 비로소 기술이 평등의 도구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AI 전환기’라는 새로운 물결 앞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격차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AI 디바이드(AI Divide)’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일할 것인가라는 리터러시(Literacy)의 문제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어떤 기술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AI는 장애인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혹은 일상과 노동의 주체로 서게 하는 든든한 날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AI 활용 경험률이 50%를 넘는 반면, 장애인은 4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격차가 이미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첫 문턱’만 넘으면 시작되는 변화
장르 소설의 거장 아서 C.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시력이 나쁜 것은 수렵과 채집이 전부였던 인류에게 치명적인 장애였습니다. 하지만 ‘안경’이라는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안경 쓴 사람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장애를 단순한 ‘불편함’의 영역으로 이동시킨 것입니다.
뤼튼 AX팀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장애인 당사자분들이 AI라는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점입니다.
사실 관건은 ‘첫 문턱’입니다. 기술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초기 단계의 허들만 적절한 교육을 통해 넘겨드리면, 그 이후부터는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능숙하게 AI를 자신의 삶과 업무에 녹여내십니다. 결국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열쇠는 ‘AI 리터러시 교육’인 셈입니다. 이 출발선이 공평하게 제공될 때, 기술은 비로소 신체적 제약을 넘어서는 ‘마법’이 됩니다.
기술의 차가움이 주는 상처, 그리고 보듬는 AI
하지만 현재의 범용 AI 기술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AI는 효율적인 정보를 빠르게 제시하는 데 특화되어 있지만, 사용자가 처한 맥락이나 감정 상태를 세밀하게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의도와 다르게 차갑거나 무심한 답변으로 사용자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정답은 맞을지언정, 사용자의 상황을 배려하지 못한 응답은 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단순히 똑똑한 AI를 넘어, 장애인 당사자에게 최적화된 ‘교육용 에이전트’가 필요합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질문을 던졌을 때 단순히 결과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자연스럽게 감싸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 처리 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고, 반복되는 설명에도 지치지 않으며, 사용자의 망설임까지 맥락으로 읽어내는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감정적 본딩’이 설계된 동반자를 향해
진정한 의미의 장애 친화적 AI는 UX(사용자 경험) 설계부터 달라야 합니다. 시각․청각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기본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술과 사용자 사이의 ‘감정적인 본딩(Emotional Bonding)’입니다.
AI가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나의 업무 리듬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컴패니언(Companion, 동반자)’으로 인식될 때 기술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 공무원이 복잡한 민원서류를 처리할 때, AI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핵심을 요약해 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대화하듯 짚어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컴패니언적 역할은 청각장애인에게도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업무 전화나 민원 응대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텍스트 전달을 넘어, 대화에 담긴 감정과 분위기, 발언의 속도와 높낮이 같은 정보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사용자가 대화의 맥락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사용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업무 상황에서도 대화의 흐름을 이해하며, 자신의 판단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렇듯, 사용자는 AI와 대화하며 ‘나의 역량을 온전히 펼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같은 컴패니언형 AI의 가능성은 이미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AI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Agentic AI’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최적화된 Agentic AI를 통해 비장애인과 동일한 업무 조건 속에서 개인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는 AI 환경을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진정한 AI시대를 꿈꾸며
뤼튼테크놀로지스는 ‘대한민국 전 국민의 AI 전환’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비전의 진정한 완성은 기술에서 소외된 단 한 사람까지도 AI를 통해 자신의 삶을 확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됩니다. 뤼튼 AX가 음성 합성(TTS), 음성 인식(STT), 그리고 사용자의 맥락을 기억하는 메모리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Agentic AI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할 수 없었던 이들이 일하게 되고, 망설이던 이들이 자신의 워크플로우를 스스로 설계하며 역량을 펼치는 세상, AI 전환기의 진짜 성과는 얼마나 앞선 기술을 선보이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장애인이 특별한 배려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해 주는 AI와 함께 평등하게 일하고 기여하는 주체가 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장벽은 조용히 무너질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무대에서 각자의 리듬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AI가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지속 가능한 ‘마법’이라 믿습니다. 〈함께걸음〉의 독자 여러분과 함께, 그 마법 같은 미래를 향해 뤼튼도 나란히 걷겠습니다.
작성자글. 박민준 뤼튼AX 대표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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