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함께 반겨 주세요 하나님. 우리 안성기 배우님을
인권 / 장애계 비틀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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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의 장애인 버전 영화,
자립생활의 디테일을 보여준 그의 연기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 배창호 감독)>은 그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개봉한 영화이다. 배우 안성기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병태를 연기한 한국 영화다. 비록 비장애인이 연기하기는 했지만 뇌병변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주제와 소재로 전면에 등장한 최초의 한국 영화일 것이다.
우리는 뇌병변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 문소리)>를 논쟁적으로 많이 기억한다. 사실 이 영화는 안성기 배우님의 돋보이는 장애인 연기에도 돌아가신 이후 그의 주요 영화 출연작으로 도드라지지 않는다. 질적으로 영화 <고래사냥>의 세 번째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안녕하세요 하나님>은 아예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에 오랫동안 관련 장애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뇌병변장애가 직접 언급되지 않을뿐더러 장애를 다루는 연기 역시 여러 장애 유형이 혼재되어 있다. 이 영화 속의 뇌병변장애 역시 단순히 아팠다는 식이다. (맥락상 세균성 급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뇌병변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최초 로드 무비는 <삼포 가는 길(1975, 이만희 감독)>로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소외된 인물을 돌아보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1980년대의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소수자들의 삶을 다룬다.
갑작스러운 뇌병변장애로 초등학교 소풍 경주 여행을 포기한 주인공이 오랫동안 집안에만 있다가 어른이 되어 홀로 경주로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길 위의 이야기다. 삼포 가는 길에서 형성된 2남 1녀의 주인공 구도와 뿌리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각 주인공이 길 위의 여행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또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구조와 감수성은 같은 감독의 고래사냥 시리즈로서 완결된다.
1990년대 후반 영화 초록 물고기에 이어 영화 오아시스에서 본격적으로 뇌병변 장애인을 다룬 이창동 감독이 공개 석상에서 뇌병변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에게 장애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소 불편하게 다루고 싶었다는 것과는 달리, 1980년대의 배창호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표현한 장애인과 장애인 문제는 장애계에서조차도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간접적이다.

△ '안녕하세요 하나님' 포스터 ⓒ동아수출공사
영화 <고래사냥(1984)>에서 비장애인 대학생 주인공이었던 병태는 이 영화에서 장애를 가진 병태로 전환되어 같은 안성기 배우가 연기한다. 영화 고래사냥에서 안성기 씨가 맡은 노숙자이자 거지였던 민우 역할은 ‘안녕하세요 하나님’에서 전무송 배우가 했다. 영화 ‘고래사냥’에 나온 여배우 이미숙 씨가 정신적 충격으로 실어증을 가지게 된 춘자라는 인물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삶이지만 순수한 사랑으로 병태와 첫 잠자리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안에서 벙어리로 직접 언급된다.) ‘안녕하세요 하나님’의 여주인공 이름도 ‘춘자’이다.
영화 ‘안녕하세요 하나님’은 장애를 가진 인물이 영화의 중심에서 영화의 주요 ‘화자’로서 풀어나간다. 고래사냥의 장애인 버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 ‘고래사냥’의 장애인 캐릭터는 지금의 감수성으로 보면, 장애인을 순수의 상징으로 고정 이미지화한다는 한계와 장애 여성을 성적인 구원자로 말함으로써 영화 오아시스보다 더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 많다. 이런 영화의 대표 성격은 <시집가는 날(이병일, 1956)>이라고 할 수 있다.

△ '안녕하세요 하나님' 스틸컷 ⓒ동아수출공사
그렇지만 영화적으로나 인권적으로나 장애학적으로도 이제까지 안성기 씨의 이 영화가 많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안성기 배우는 고래사냥에서 가짜 시각장애인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신의 한 수>에서 도박 바둑을 두다가 중도 실명하게 되는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았고 그때 인물 이름으로 불리는 별명이 ‘주님’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민 배우 안성기 씨는 장애인을 위한 기부활동도 상당히 많이 해 오셨다. 그의 별세 이후에 서울장애인복지관은 별도의 애도 성명도 발표했다. 안성기 씨의 영정 사진이 바로 이 영화 시절의 사진이었다.
안성기 배우의 힘은 평범함과 환대였다.
‘촛불처럼 가슴에서 가슴으로 타오르는 재미와 감동의 영상시’라는 그 시절 광고문구가 촌스럽지만 정겨울 만큼 인권적이다. 영화 시작과 장면마다 시작되는 안성기 씨의 뇌병변 장애인의 일상 연기는 장애인 당사자와 작업 치료사가 봐도 너무 구체적이고 해학적이다. 그럼에도 장애에 대한 영화적 판타지와 승화는 여전히 건강한 육체와 비장애인들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정상성으로 회귀하고 만다.
영화 안 늦은 밤 시골 초등학교 교실. 민우가 부르는 ‘작은 기도’가 합창으로 울려 퍼지면 촛불 속에서 두 남녀가 춤을 춘다. 병태는 건강한 육신을 뽐내고 춘자가 환한 얼굴로 발을 맞추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영화 속 장애를 가진 캐릭터는 현실보다 특별하고, 천재적이며 좀 더 기구하고, 착하고, 순수한 인물로 설정된다. ‘안녕하세요 하나님’에서의 안성기 씨의 뇌병변 장애인 연기도 사실 그 한계는 명확하다.
“기차가 아무리 달려도 달은 자꾸만 따라오고 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주 든든한 형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내 앞에 앉은 아가씨는 자꾸자꾸 울고만 있습니다.” 목소리 주인공은 뇌성마비 청년 병태이고 든든한 사나이는 허풍선이 시인 민우, 눈물을 찍어내는 아가씨는 만삭의 미혼모 임신부 춘자다. 전형적이고 편견적이지만 그 전형과 편협한 영화적 한계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개념을 만들지는 않는다. 안성기 씨가 연기하는 장애인의 일상에는 바로 ‘평범함’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35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장애인 당사자 배우가 직접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 연극이 창작되었다는 것을 빼면 (길별은 배우나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연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하지성 배우, 영화 <숨>의 주인공 수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박지원 배우가 있지만) 당시의 정상성을 벗어난 장애인의 삶과 지금 장애인의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되레 장애인을 대하는 자세는 87년 영화 속 인물보다 더욱 잔인해졌다. 영화 인물들이 모두 모여 헛간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은 하나님은 누구의 곁에 있어야 하며 종교는 누구를 환영해야 하며 구원해야 하는지를 영화 제목처럼 되묻는 것이었다. 비장애인이 표현하는 장애와 장애인이었지만 안성기 님의 연기에는 환대와 인권이 녹아 있었다.
장애를 환대하던 예술에서
장애인 예술인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현실로
영화 고래사냥에서 여주인공 춘자(이미숙 배우)의 포주였던 여인촌 사장이 말을 잃었던 춘자가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춘자의 특별함에 흥미를 잃고 춘자를 자유롭게 놓아 준다는 해석은 그 시대에서는 그래도 장애를 다양성으로 해석한 인권을 극대화한 영화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연기의 한계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삶을 연기하는 가짜 연기였고 비전문적인 예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와서야 우리 예술계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극단을 만들고 배우의 길을 만들고 무대를 올리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런데 40여 년 전에도 보기 힘든 차별이 벌어졌다. 지난해 장애인 예술인들은 서울연극협회 정회원 가입을 위한 면접 심사 과정에서 한 심사 위원으로부터(現, 서울연극협회 회장)“장애인 출연 연극, ‘전문연극’ 아냐”라는 말을 같은 예술인에게서 들어야 했다. 이 사건은 인권위에 진정되었다. 장애인들은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서 진행된 비장애인들의 혐오적이고 차별 같은 표현에 대하여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것 역시 장애인과 장애를 특별함으로 다양함으로 빚어줄 같은 예술인으로서의 연대 의식과 환대 같은 것이었다.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표현이 단순 좋은 일이 아니라 진지한 예술 창작임을 서로 믿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장애인 연극인에 대한 차별 진정은 화난다기보다는 도리어 슬프기만 한 것이었다. 돌아오실 듯 돌아오지 못한 안성기 배우님이 보여준 그 시대의 장애인 역할 연기와 장애 해석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인가?
내가 가끔 기도하고 염원하는 그이, 안성기 배우님의 명복을 빌며 장애인 예술인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강력히 추천한다. 아멘.
작성자글.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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