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권리를 넘어 실천이 필요하다 > 칼럼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권리를 넘어 실천이 필요하다

인권 / 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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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발달장애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은 선거권을 가진다. 장애인 참정권에 관한 삼단논법의 논리들은 선거 참여는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국가가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상관없이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노력과 의무가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현실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보장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은 그동안 철저하게 부정당했고, 외면받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21대 대통령 선거까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발달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단체들의 인권위 진정과 연이은 차별구제 청구소송1) 제기와 승소를 통해 2025년에 투표보조인 지원에 관한 공직선거법 법률개정안2) 발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6. 6. 3.)를 앞둔 시점에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은 정당성 수준에서만 논의가 있을 뿐 구체적 방안은 아직 요원하다. 이에 ‘발달장애인 참정권은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독일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독일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발달장애인의 투표 참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못했지만 2020년도 이후 많은 사회적 노력과 환경 구축을 통해 모든 장애인이 투표할 수 있는 ‘포괄적 선거’를 앞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9년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한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 특히 후견을 받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배제하는 조항이 연방선거법(Bundeswahlgesetz)과 유럽의회선거법(Europawahlgesetz)에 존재하였다. 그 결과 2019년까지 약 85,000명 이상의 장애인이 투표에서 배제되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법적 소송과 승소를 통해 2019년 5월 16일에 비로소 연방선거법에서 장애인들의 선거권 배제 조항이 삭제되었다. 이후 장애에 상관없이 모든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 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을 강력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독일의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은 물리적 접근성 보장, 투표보조인 지원, 정보제공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발달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접근성 보장이다. 흔히 물리적 접근성 보장은 신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투표소의 물리적 구조나 공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도 투표소의 접근이 가능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의 예로는 픽토그램(pictogram, 그림문자)이다. ‘연방접근성전문기관(Bundesfachstelle Barrierefreiheit)’에서 온라인으로 발간한 ‘배리어프리 투표소(Barrierefreie Wahllokale)’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픽토그램으로 투표소 안내판, 입구 안내 표지판, 투표소 이동 경로, 등록처 안내 표지판, 투표함 안내 표지판, 출구 이동 경로 등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투표소의 픽토그램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어야 하며, 투표소 내부뿐만 아니라 투표 장소 외부까지 부착되어 발달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기표소 픽토그램
 
독일은 발달장애인 참정권 실현에 있어서 일반 투표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시설이나 병원에 있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접근을 ‘특별 투표구(Sonderwahlbezirke)’와 ‘이동식 투표소 (Beweglicher Wahlvorstand)’ 설치를 통해 보장한다. 연방선거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특별 투표구란 외부 투표소를 방문할 수 없는 노인 및 장애인 유권자가 다수 생활하는 양로원(요양원), 거주시설, 병원 및 휴양시설 또는 유사시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필요에 따라 시설 안에 설치하는 투표구를 의미한다. 그래서 시설 내 병실이나 침상에 있는 노인 또는 발달장애인은 시설 내 설치된 특별투표구에 직접 방문하여 투표하거나, 특별투표구의 선거관리위원장과 두 명의 선거위원이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지참하여 시설의 병실 또는 개별 방을 방문하여 장애 유권자가 직접 투표한다. 또한 시설 내 노인 및 장애인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한 명을 선택하여 선거보조인으로 이용하여 투표 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동식 투표소(Beweglicher Wahlvorstand)’는 구조와 장애 유권자가 투표하는 방식은 특별투표구와 유사하지만, 시설이 보다 소규모에 설치되며, 여러 시설로 방문하는 투표소를 의미한다. 이처럼 시설이나 병원에 있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 투표구’와 ‘이동식 투표소’는 시설장의 사전신청을 통해서 설치되고 있지만,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직접투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에 속한다.
 
독일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실현을 위해 발달장애인 특성에 적합한 ‘정보제공’을 두 번째 핵심적 요소로 보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은 크게 정보제공 형태와 내용, 그리고 의사소통의 배리어프리 제공과 같은 세가지 측면에서 고려된다. 정보제공 형 태는 발달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 쉬운 언어’로 구성된 정보제공을 의미한다. 선거 참여 시 쉬운 언어 형태의 정보제공에 관한 규정은 연방선 거법에는 없다. 하지만 「장애인평등대우법(BGG)」과 「배리어프리강화법(BFSG)」에서 근거하여 연방의회 선거, 주의회선거 또는 유럽연합의회 선거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 정당, 연방 및 지역정치 교육센터, 지자체 홈페이지 등 선거 관련 공공기관에서 쉬운 언어로 된 선거 정보들을 온라인 책자 형태로 제공한다.
 
 
▲ 라인란츠 팔츠(Rheinland-Pfalz) 주의회 선거를 위한 쉬운 언어 형태의 선거공약(CDU 정당)
 
 
▲ 라인란츠 팔츠(Rheinland-Pfalz) 지역정치교육센터의 쉬운 언어 형태의 온라인 책자3)
 
정보제공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정보제공의 내용’이다. 독일에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에서 단순히 투표절차나 방식에 관한 소개를 넘어 민주주의와 선거의 중요성, 독일의 각 정당 소개, 선거 절차와 참여 방식 및 지원 방법 등 선거에 관해 포괄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독일의 각 정당들은 기본적으로 자당의 홈페이지에서 자신들의 공약과 지역에 출마한 정당 후보자들의 공약을 쉬운 언어로 구성하여 게시하거나 온라인 책자로 만들어 제공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지역에 누가 어떤 공약을 가지고 출마하는지를 알 수 있으며, 선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에 있어 중요하게 간주하는 다른 요소는 ‘배리어프리 의사소통’의 보장이다. 즉 장애 유권자가 선거 참여 과정에서 문의사항을 가질 때 선거담당기관 또는 지자체와 발달장애 유권자 사이에 배리어프리 의사소통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연방접근성전문기관(Bundesfachstelle Barrierefreiheit)’에서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선거관련 공공기관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응답할 것을 지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온라인 뿐 아니라 투표소 내 대면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핵심적 인적 지원으로 ‘투표보조인’을 들 수 있다. 투표보조인이란 문해능력이 낮은 정신적·인지적 장애인과 투표용지에 기입하거나 투표지를 접고 투표함에 넣는 것이 힘든 신체적 장애인을 위해 기표소 동행과 기표 지원을 제공하는 보조인을 의미한다. 투표보조인의 지원을 통한 투표 참여는 연방선거법 제14조 5항과 연방선거법 시행령 제57조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되어있다. 이때 발달장애인은 법정 대리인 뿐 아니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투표보조인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투표보조인 제도 중 주목할 부분은 투표보조인의 역할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다. 연방선거법 제14조에서 투표보조인의 역할을 발달장애 유권자가 스스로 내린 투표 결정을 표명하고 행사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표소 안내, 투표용지를 투표용지 템플릿4) 에 넣기, 발달장애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투표용지에 표기, 투표용지 접기 및 투표함에 넣기 등이 속한다. 또한 투표보조인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발달장애인의 자발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대체 또는 변경 및 이해관계 충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투표보조인은 발달장애인이 결정하고 투표한 결과에 대해 비밀유지할 의무를 가진다. 이처럼 투표보조인의 명확한 역할 규정을 연방선거법에 명시하여 투표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투표보조인 제도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공적 보조인의 제공이다. 즉 보조인 없이 투표소를 방문한 발달장애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보조인 지원을 현장에서 요청하여, 투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투표보조인은 현장 투표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우편투표’5) 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투표보조인에 관한 법적 규정뿐 아니라 ‘연방접근성전문기관(Bundesfachstelle Barrierefreiheit)’ 에서 발간한 ‘배리어프리 투표소(Barrierefreie Wahllokale)’ 에서는 투표보조인의 태도와 행동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투표보조인은 기본적으로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도움을 제안하되 강요하지 않고, 장애 유권자와 직접 대화해야 하며, 모든 성인 장애 유권자에게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투표보조인은 투표소에서 투표 절차를 알기 쉽고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해 주어야 하며, 가능한 한 짧은 문장으로 가급적 하나의 정보만을 말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실현을 위한 독일의 사례를 물리적 접근성 보장, 투표보조인 지원,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그럼 우리나라는 현재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 어떤 제도적 구조와 사회적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물리적 접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공직선거법을 통해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면 거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거소투표나 임시기표소 설치가 속한다. 하지만 그 규정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신체장애인을 위한 내용들로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투표소 내 시각적 픽토그램 또한 일반적으로 제공되지만, 발달장애인을 고려한 픽토그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보제공에 있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각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중요한 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쉬운 언어로 구성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한다. 그러나 선거 관련 정보와 교육은 ‘투표절차’나 ‘투표방법’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당의 중앙 및 지역당에서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정당과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공약들은 쉬운 언어로 홈체이지에 게시하거나 공약집으로 전혀 발간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은 과연 투표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이 투표절차를 교육받는다고 해도 정작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 없이 어떻게 투표할 수 있는가? 독일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부터 정당 및 후보자의 공약까지 연방정부 기관부터 각 지자체와 지역의 정당들 및 장애 관련 단체까지 쉬운 언어로 된 자료들을 제공하고, 그것에 기반하여 발달장애인 능력에 맞춰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가이드」 및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용어집」을 신규 제작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지만 여권을 포함한 야권의 각 정당들은 정작 쉬운 언어 형태의 공약집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투표보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2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발달장애 유권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2024년 10월 10일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의 승소를 통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지원에 관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투표보조에 관한 공식적 지원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앙 및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하며 비장애 유권자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면서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실현을 위한 노력의 부재는 참으로 모순적이다. 독일은 앞서 보았던 것처럼 투표보조인은 장애유형과 상관없이 필요하다면 모든 장애인이 사전신청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투표보조인의 역할이나 의무를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기결정에 기반한 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결국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실현은 투표절차에 관한 단순히 쉬운 언어로 된 정보제공이나 교육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발달장애인이 투표하는 절차나 방법을 몰라서 투표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기반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정보적, 인적 지원의 포괄적인 지원이다. 그리고 이제는 선거에 참여하는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 그리고 각 정당들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에 관한 인식과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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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소영(2024.10.10.). 발달장애인들 “이겼다”… 선관위,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 지원해야.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 html?idxno=26994조성민(2022.7.22.). 지방선거서 또… 장애인 참정권 무시하는 국회·선관위, 인권위 진정. 더인디고. https://theindigo.co.kr/archives/36995
 
2) 김소영(2025.9.30.). “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 받을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644
 
3) La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Baden-Wüttemberg(2026). Die Wahl des Landtagsin Baden-Württemberg2026. https://www.landtagswahl-bw.de/fileadmin/lpb_hauptportal/pdf/publikationen/wahl_ltw_2026/bw_landtagswahl_2026_bf.pdf
 
4) ‘투표용지 템플릿(Stimmzettelschablonen, 이하 ‘템플릿’)’이란 투표용지 크기에 맞춘 틀로서 일반적으로 투표용지와 템플릿은 오른쪽 상단 모서리가 사선으로 잘려 있어 서로 방향을 맞출 수 있음. 또한 템플릿은 투표 용지의 구조에 맞게 원형 구멍이 뚫려 있어, 기표에 어려움을 가지는 시각장애인, 신체 장애인 및 발달장애인이 템플릿 구멍을 통해 기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공
 
5) 우편투표는 우편으로 투표하는 모든 방식으로 질병, 장애 또는 기타 사유로 선거일에 직접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 
작성자글과 사진. 김용진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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