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돌봄, 그리고 장애인 자립생활의 미래
인권 / 통합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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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지역사회돌봄이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2년 전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발효되어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돌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역사회돌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2019년부터는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노인을 중심으로 했으나,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자 등도 사업 범위에 들어 있었다. 지역사회돌봄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되었으나 노인만을 대상으로 사업 범위가 제한되고 예산도 축소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애인 돌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예 제외되어 버리자, 장애인은 돌봄 정책에서 잊히고 생각의 발전은 정체되었다.
2023~4년 돌봄통합지원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당초 법안에는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장애인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이에 국회와 시민사회가 장애인을 포함할 것으로 강력히 요구하여 막판에 추가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들어갔기 때문에 장애인의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허점이 많은 법이 되었다. 그러나 돌봄에 장애인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되살려낸 계기가 된 것은 의미가 있었다.
법이 시행되었어도 장애인은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 실시를 준비하면서 정부는 장애인 돌봄의 대상을 65세 이하의 경우 중증의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인으로 국한하였다. 65세 이상 고령장애인은 모두 해당이 되지만 이는 장애인이 아니라 노인의 자격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노인은 65세 이상 연령층의 노인 전체를 사업 대상으로 정하고, 75세 이상의 중·후기 노인이나, 치매 노인으로 한정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3월 초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은 2028년에나 전체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의 본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사회돌봄은 새로운 돌봄 공동체의 구성이라는 큰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과 노인과 같은 당사자의 탈시설화와 가족 부담의 탈가족화를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탈시설화는 “Ageing in Place(AIP)”라는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기’ 등으로 번역된다. 노인에서 널리 쓰이는 이 말은 장애인에게는 “Living in Place”가 되어야 할 것이고, ‘살던 곳’에서가 아니라 ‘살아야 할 곳’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장애인이 살던 곳은 시설일 수도 있고, 집에서 살더라도 장년이 되도록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탈시설화는 ‘살아야 할 곳에서의 삶’이라 하겠다. 중증 장애인, 특히 최중증 장애인의 가족에게 돌봄 부담은 극단적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가족 돌봄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여 공적 돌봄을 설계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복지가 보장 수준이 얕은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언제라도 가족을 극심한 부담 속으로 되몰아넣게 된다. 공적 돌봄이 기본이고 가족의 돌봄이 보충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돌봄은 또 하나의 개별사업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업들을 당사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연계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여 장애인의 욕구에 최대한 맞추려는 ‘보따리’와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사자와 가족이 자기의 필요에 맞게 스스로 서비스를 구성해야 했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활동지원이 필요하면 동사무소에 가는 식이다. 이것은 본인이나 가족이 스스로 ‘사례관리자’가 되어 서비스 구성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역사회돌봄에서는 이 책임을 나라가 진다. 구체적으로는 시군구나 읍면동의 사례 관리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당사자의 필요에 맞게 서비스를 구성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장애인은 특히 병이 많고 사회적 욕구도 다양하다. 보건의료적 욕구와 사회적 욕구가 병발한다. 그래서 복합적 요구에 대한 복합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 돌봄은 일상생활 지원과 사회생활 지원을 모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교육과 취업이 필요한 시기의 장애인이 많고 이들의 자립생활이 강조되고 있어서 사회적 지원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사회적 활동이 있으려면 일상생활의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생산 활동을 하려면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재생산 노동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장애유형은 나이별로 다르다. 아동·청년 시기에는 발달장애가 중요하고, 중년 이후에는 지체장애가 증가한다. 노후에는 청각장애 등 감각장애가 크게 늘어난다. 장애인 돌봄은 이에 조응해야 한다. 하지장애, 척수장애, 뇌병변장애, 각종 내부장애, 감각장애 등을 가진 장애인들이 유형별, 중증도별, 원인별로 필요로 하는 돌봄의 내용이 크게 다를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신적 장애 집단의 정신장애, 지적장애, 자폐 스펙트럼도 각각에 특수한 돌봄 욕구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욕구들을 상세히 파악하여 이를 충족할 서비스를 디자인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준비하면서 노인 요양의 욕구를 조사하고, 이에 맞추어 요양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수가를 산정하는 연구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장애인 돌봄을 위한 이런 노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역사회돌봄의 양대 서비스는 방문 서비스와 주야간 이용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집에 있는 당사자를 ‘찾아오는(incoming)’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가 밖으로 ‘나가서 받는(outgoing)’ 서비스이다. 두 서비스는 모두 시설이 아닌 집에 있는 당사자를 위한 재가 서비스이다. 이런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면 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줄이면서도 가족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방문 서비스는 기존의 활동지원 서비스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방문진료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보강되어야 한다. 방문 진료는 단순한 왕진이 아니라 환자가 가진 질병들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다학제 팀을 이루며 필요에 따라 영양사 등 다양한 직종이 같이 갈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해서는 방문 재활이 특히 중요하다. 장애인은 장애 때문에 재활을 가장 필요로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 장애인이 재활을 찾아가기 어려우면 재활이 장애인을 찾아가 주어야 한다.
장애인이 사는 주택은 기능 저하의 상태에 맞추어 고쳐 주어야 한다. 안전하고 편리한 집이 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하다. 보조기기·의료기기는 주택 개조와 짝을 맞추어 지급되어야 저하된 기능을 더 효과적으로 보강할 수 있다. 지원주택은 시설에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탈시설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성년이 되어서도 가족들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그리고 가족들의 부담을 탈가족화하기 위해 지원주택을 수십만 호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
자립생활이란 ‘타인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인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타인에게 의존하고, 타인을 도우면서 살고 있다. ‘의존과 돌봄의 보편성’이라는 개념이 널리 동의를 얻고 있다. 장애인들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남에게 의지하고 남을 돌보아 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독립적이고 장애인들은 의존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립생활이란 ‘사회적 지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능의 저하를 줄이려는 노력은 다양하다. 장애인의 질병을 관리하고 기능을 최대한 복구하는 보건의료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보조기기기와 의료기기는 몸의 일부가 되어 저하된 기능을 더 보완해 줄 수 있다. 의학적 노력을 사회적 노력으로 연결하여 집과 주변의 생활환경을 장애물 없는(barrier-free) 상태로 토목, 건축, 교통, 물자들을 변화시키면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지원해 주는 활동지원 인적 서비스를 결합하면 장애인의 자립생활 가능성은 더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지역사회돌봄은 이런 노력을 결합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강화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돌봄이 지금은 물론 가능하지 않지만, 앞으로 10~20년을 기약하고 꾸준히 노력하여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전 국민·전 생애 돌봄보장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 시작점에 있다.
돌봄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 돌봄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질적 수준이 보장되지 않는 돌봄은 돌봄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암적 존재가 된다. 장애인 복지의 수십 년 경험이 이를 충분히 증명한다. 그러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돌봄의 질 관리는 매우 어렵다. 돌봄의 공급자를 ‘좋은’ 공급자로 확보하는 것이 질 확보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기존의 공급자는 어찌할 수 없더라도 새로 만들어지는 돌봄 제공자는 공공, 사회연대경제, 그리고 민간이 3:3:3의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부문에서도 좋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율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과거의 전철을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돌봄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돌봄이 미래를 결정한다.
돌봄이 시급하고,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그러나 돌봄 체계를 단기간에 완성할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의 역할은 지역사회돌봄 체계구축의 긴 과정에서 주춧돌은 단단히 놓은 것이다. 기초공사가 잘못된 집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다시 고쳐 짓기도 어렵다. 그래서 지금의 돌봄 정책이 주춧돌을 제대로 놓고 있는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지역사회돌봄에 현 정부가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작년에 정부와 국회가 책정한 돌봄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것은 많은 사람이 경악하게 했다.
지역사회돌봄 중에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포함하는 장애인 돌봄은 노인 돌봄에 비해 정책 추진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언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면 사회운동이 이를 견인해야 한다. 돌봄을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장애계에서도 장애인 돌봄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돌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역사회돌봄은 국민 누구나가 필요한 때에, 필요한 곳에서 누리는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돌봄은 당사자의 의사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돌봄이 장애인 자립생활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전망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돌봄의 전국 시행을 그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작성자글. 김용익 (재) 돌봄과 미래 이사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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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팔로업님의 댓글
SNS팔로업 작성일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때는 좋은 사진이나 영상만 꾸준히 올리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게시물은 꾸준히 올리는데 좋아요도 적고 팔로워도 거의 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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