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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하얗게 지새고 있습니다

소소한 사회통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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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는 없다!
7년 전 발달장애인 관련 협회를 설립하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회원제 운영을 하지 않겠다’였습니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맞으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하되 그것을 회원가입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협회들 간 회원유치전(?)으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장애인복지 현장에 있으면서 한 사람을 두고 ‘내 회원이니 네 회원이니’처럼 당사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모적인 논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을 자주 봐왔기 때문입니다.

협회를 설립하고 7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의지엔 변함이 없습니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른 곳에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체육대회나 복지대회 등 회원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등록된 회원이 없으니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 몇몇이 전부입니다. 엄청난 회원들을 거느리고 참석한 협회를 찬찬히 살펴보면 상당수가 우리 협회 프로그램 이용자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자주 발생합니다. 앞으로도 회원 수로 규모를 자랑하지 않고 누구라도 편하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이 다짐은 쭉 지켜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고민
요즘 새로운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학령기 때부터 쭉 협회를 이용하던 발달장애인 중 성인이 되어 대부분은 직업현장으로 전환되었지만, 장애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해 경쟁고용이나 아예 고용현장으로 전환되지 못한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이용료를 주고라도 협회를 이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주간보호센터나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되지 그게 뭐 그리 큰 고민거리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여기서 또 협회의 중요한 운영방침과 부딪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3년 이상 장기 이용자를 만들지 말자’라는 것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덧붙여 설명하자면, 협회 이용자 중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3년 이상 ‘프로그램비만을 납부하는 이용자’를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용료가 아무리 저렴해도 장기전으로 갈 경우 장애인의 가족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발달장애인의 양육과 보호에 가족이 부담을 가지기 시작하면 스트레스 수치가 원만한 곡선이 아닌 급격한 직선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같은 고무줄이라도 고무줄놀이 할 때의 텐션과 새총을 쏠 때의 그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쉽게 끊어지지 않지만 후자는 작은 칼집에도 금방 터져버립니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의 양육 스트레스가 딱 이렇습니다.

이러다보니 성인기에 협회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 증가할수록 협회는 바빠집니다. 가족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은 일자리와 주거, 가족들에게 정기적인 휴식을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일자리 문제는 ‘오는 일자리’와 ‘보내는 일자리’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는 일자리는 복지일자리 등으로 협회에 의뢰가 들어 올 경우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협회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보내는 일자리는 ‘요양보호사보조일자리’사업 등을 수탁받아 지역 내 요양원·노인주간보호센터 등에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찾아가 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현재 협회에 1명, 요양원·주간보호센터에 5명의 발달장애인이 취업해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외박
주거문제와 가족들에게 정기적인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이용자들과 함께 1박2일 외박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주거문제로 접근하기에는 인력, 예산, 주거 공간 확보 및 인프라 구축 등 선행과제가 많아 올 한 해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변수들을 체크하고 구체화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가족들에게 정기적인 휴식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6, 7월 두 번의 외박을 하였을 뿐인데 반응은 폭발적입니다.첫 번째 외박 때 수시로 걸려오던 가족들의 안부전화가 두 번째 외박 땐 싹 사라졌고, 지금은 “선생님~ 언제 또 외박합니까? 간만에 친구들하고 놀러 좀 갈라고예.” 이러십니다. 1박2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어도 살면서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그런 휴식이 가족들에겐 꼭 필요했던 겁니다. 물론 당사자들도 너무 좋아합니다. 외박하면 맛있는 저녁에 통닭, 간식, 과일 등 푸짐한 먹거리가 제공되니 마다할 리가 없지요. 가족은 가족대로 당사자들은 당사자대로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외박’입니다.
 
 
고민 하나 추가
최근에 협회 직원들과 진지하게 하는 고민 또 한 가지, 바로 일자리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입니다. 몇 날을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사례들을 수집해가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재밌는 아이템을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유사한 사업을 선행하고 있는 기관에 자문을 구하고, 재정이 필요해 여기저기 기능보강사업에 신청도 해 두었습니다. 거의 종착역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다음 번 칼럼이 나갈 때 즈음엔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고 있겠네요. 이와 관련해선 다음 번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저와 협회 직원들의 최애(最愛) 공감은 바로 ‘너무 많은 일들을 하려 하지 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약간의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정리할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선택해서 집중해야 할 것들은 전력질주하고. 장애와 비장애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너와 내가 함께 배우고 먹고 놀면서 신나게 일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 밤도 저는 하얗게 지새고 있습니다. 세상 즐겁고 신나게 말이지요. 
 
작성자제지훈/사회복지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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