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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과 조교를 돌아보며

함께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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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대학교 장애학과 박사과정 학생들. 
 
조교의 시작
지난 2019년 많은 일이 있었던 해였다. 기분 좋게 제주도 생활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지만 내 직장이 변화하였고, 또 이로 인해 혼란이 있었던 2019년이었다. 그렇게 불안했던 2019년이 저물어갈 무렵에 들려왔던 대구 대학교 장애학과 박사과정 모집은 나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이후 장애학과 박사과정에 지원하게 되었고, 불안한 면접 과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합격하였다. 그렇게 제주도의 생활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제주도에도 쓰라린 겨울바람이 불어왔던 때 늦은 밤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교 할 생각 있어요?”
교수님의 강인한 이 목소리는 날 떨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네 하겠습니다.”
나는 찰나의 고민을 거친 다음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나는 그동안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두려웠던 감정이 있었다. 이전 석사과정에서 보았던 행정실에서의 조교 모습은 긍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뭔가를 걱정하고 있었고, 또 뭔가에 치이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은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두려움보다 나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앞서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늦어진 조교 생활
개학은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전한 개학은 아니었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기숙사에서 학기가 시작되어 많은 학생과 교수님들을 만나면서 북적북적한 학기가 시작되었을 텐데, 이렇게 조용한 학기가 시작된 적은 처음이었다. 특히, 2020년 2월 대구 지역에서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은 행정 관련 서류 처리도 미루어지게 되어 더욱더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져갔다. 행정 처리는 원격으로 처리가 가능한 것들만 처리하게 되었고, 모든 것들이 다 미뤄지고 있었고, 학사일정도 꼬이고 있었다. 당시 학과장님이신 조한진 교수님은 워낙 꼼꼼한 성격이셨다. 그래서 조교를 한 첫 학기는 학과장님께서 필요한 행정 서류 처리 정도만 진행하였으며, 종종 학생들의 수업 진행에 대한 문의 전화만 왔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5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5월 초에 드디어 경산 캠퍼스에 내려가게 되었다. 경산 캠퍼스로 내려간 첫날 굉장히 얼떨떨했다. 새벽부터 서울에서 경산까지 장장 5시간 동안 운전해서 굉장히 피로한 감과 낯선 감정이 교차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일주일만에 사라졌고, 금세 경산 사람이 되어 처음에 느꼈던 낯선 환경은 익숙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학생이 반가웠던 조교 생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나는 경산에 몸을 두고 있었지만, 수업은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종종 연락을 주시는 학생분들의 목소리와 컴퓨터 화면에 비추는 모습으로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학기가 오로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려던 찰나에 대면 수업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 수업은 ‘양적연구방법론1’로,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학생분들에게 이 수업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님 간 상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서 학생들이 배워나가야 하지만 비대면은 한계가 있었다. 더불어 SPSS 프로그램¹⁾을 이용한 실습이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면 수업은 거의 필수적이었다. 대면 수업이 필요한 이유는 SPSS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 통계적 이론 내용과 SPSS 프로그램 기능을 동시에 가르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 수업은 대면으로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만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장애학과 소속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장애학과를 오는 학생들은 크게 장애와 관련된 3가지 분야의 일을 하거나 전공하였던 분들이다. 복지, 재활, 심리 및 상담 분야와 관련된 학생들이 주로 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전공이 교통학이었던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가득하였다. 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고, 여러 학생분과도 대화하게 되었다. 교통이란 학문은 이 3가지 학문과 매우 다른 위치에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과 어색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학생분의 도움 덕분에 장애학을 공부하면서 조교도 같이 적응 할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해 MT나 워크숍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아직 학생들 기수 간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제 박사과정에서는 수료한 학생도 있고, 석사과정 중 나와 함께 입학한 20학번은 심지어 졸업하신 분들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거리두기 상황이 끝난다면 MT를 추진하여 학생들 간 친목 도모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장애학과 조교로서 느꼈던 장애
장애학과 조교의 업무는 다른 학과 조교처럼 학생분들과 교수님들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일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장애가 있는 학생분들과 교수님들이 신체적 ‘장애’가 사회적 ‘장애’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학과 인원이 다른 학과보다 적지만 장애와 관련해서 해야 하는 일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장애’와 관련된 업무가 원활하게 흘러가 주면 좋겠지만 조교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수업 지원이다. 청각장애인이면 수화통역사 혹은 속기사를 연결해줘야 하고, 시각장애가 있으신 분이 계신다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수업 교재를 미리 DAISY²⁾ 자료 형식으로 준비하는 등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챙겨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학교 내 장애학생도우미라는 제도가 있다. 장애학생도우미는 동일한 수업을 듣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연결되어,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에 ‘장애’가 없도록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조교를 하면서 느낀 이 제도의 한계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장애학생의 활동지원 시간과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학생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수업받으면서 일상생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수업 시간에는 장애학생도우미가 필요하다. 그 외 식사, 이동, 신변처리 등은 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행정적인 이유(추측되는 지점은 부정수급 문제)로 장애학생도우미를 이용하는 시간대에는 활동지원사를 이용할 수 없다. 장애학생은 원활한 학교생활을 보내기 위해서 장애학생도우미와 활동지원사 모두 필요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비장애학생 역시 수업을 받는 학생이기 때문에 비장애학생이 수업 시간에 수업받으면서 장애학생까지 돕는다는 점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에게 수업 외 과도한 요구를 하면 비장애학생의 참여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장애학생도우미가 학기 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로 서먹한 신입생의 경우 장애학생도우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어떤 장애학생은 직접 지인을 데려와 장애학생도우미로 배정하기도 한다. 경험상 비장애학생의 도우미 활동 참여가 저조하여서 매 학기 비장애학생들에게 도우미 활동을 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부가적으로 매 학기 초에 종합시험과 외국어시험이 이루어질 때 장애학생이 시험에 대필이 필요할 경우 대필 도우미를 요청해야 한다. 이 역시, 장애학생도우미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조교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대필 도우미가 약속이 안 된다거나 장소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
장애학과 조교를 하면서 장애학생들과 어울려 지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었지만, 제일 고민되었던 점들은 ‘장애학생을 장애학과 조교로서 잘 헤아렸는지?’, ‘그들이 가진 장애가 장애학과에서도조차 장애가 되었는지?’ 등이 있었다. 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학생이 조교로부터 얼마나 장애를 느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장애를 정의하거나 규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조교 생활을 통해 고민이 되었던 장애라는 것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애학과에서 장애학과 조교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고 있는 장애학생 경험’이 바로 장애라는 개념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즉, 비장애인인 장애학과 조교는 잘 모르지만, 장애라는 것은 바로 장애학생과 조교 간 상호작용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교의 위치
조교는 학생, 교수, 행정직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알 수 없는 것도 조교는 알게 된다. 조교는 공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조교만의 어떤 스탠스(stance)를 취해야 한다. 이 스탠스라는 것은 여러 관계가 얽히는 조교라는 어떠한 특수한 위치성이며, 그것을 놓치게 된다면 조교의 업무는 고되다. 또한, 조교는 많은 것들의 투명한 공개는 필수적이며, 많은 학생으로부터 아는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숨겨야 할 것도 많다. 그러므로 조교는 외로움도 존재한다.
지난 조교 업무를 스스로 평가하자면 잘한 것도 있겠지만 큰 실수, 작은 실수 등 여러 실수가 반복되었었다. 이러한 실수에 대해 교수님들과 학생분들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신 점은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장애학과 조교는 나를 이어서 채경미 선생님이 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장애학과 학생분들, 교수님들, 행정직원, 앞으로 장애학과에 입학하시게 될 분들까지 조교 선생님의 위치를 헤아려주시고,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으면 좋겠다.
 
학생의 위치
이제 조교라는 위치를 내려놓고, 박사과정 학생으로 돌아왔다. 학생으로서 매우 부족한 점도 있지만 조금씩 더 앞으로 성장하는 일이 남아 있다. 장애학은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환경적 요인을 주로 바라보는 학문이다. 그 학문을 배우는 곳이 바로 장애학과이다. 이 장애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나의 임무는 장애인의 사회에서의 억압을 알아내고, 해방하는 일이다. 그게 대체로 교통과 관련이 많이 되겠지만 장애를 이해하는 것을 우선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교는 끝났지만, 학생이란 위치에서 장애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며, 그 고민을 다른 학생분들과 나누며, 장애라는 또 다른 의미를 연구할 것이다.
 
↑ 장애학과 조교의 퇴근길
사진 설명: 사진 왼쪽에는 산 위에 있는 8·3 타워가 있으며, 오른편에는 해가 지고 있어, 붉고, 노란 햇빛이 하늘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아래에는 빼곡히 낮은 주택들이 즐비하고 있다.
사진 해설: 사진은 조교 업무가 끝나고, 해가 질 무렵에 찍은 사진으로 이때 장애학과가 이루어지는 대명동 캠퍼스 9층은 모든 조명이 꺼지고, 퇴근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이러한 풍경을 본다는 것은 나름 장애학과 조교의 특권이기도 하다.
 
TO. 김영돈 선생님에게 
서울대 대학원 석사사과정을 마치고 또 ㄱ그 나이에 다시 대구대 대학원 장애학과 박사과정에 풀타임으로 입학하신다니 고맙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여 조교 자리를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조교 월급이라는 것이 여전히 얼마 되지 않는데, 조교 생활하면서 교수님들의 이런저런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별히 장애학과에는 장애학생들이 많아서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고, 또 코로나19 상황이라 방역에도 신경 쓰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에 김영돈 선생님의 2년 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김영돈 선생님이 장애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한국 장애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주시리라 기대하고, 선생님의 앞길에도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From. 조한진 교수
 
1) SPSS(statistical package for social science)는 통계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통계 관련해 여러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음
2) DASI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는 시각장애인과 독서장애인을 위한 E-Book 형태의 자료임(국립장애인도서관 누리집 참고
작성자글. 김영돈/대구대학교 장애학과 박사과정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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