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진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현재 칼럼


산전진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의 중심에 선 장애아동

본문

 
들어가며
대부분의 부모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통해 부모가 됩니다. 입양, 대리모 등의 특별한 방법을 통해 부모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성인 남녀가 만나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모가 되고 가족을 구성하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장애가 있는 태아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지, 임신 과정에서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어떤 결정을 하도록 하는지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임신과 산전진단
성인 남녀가 가족이 되어 계획했거나 혹은 계획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기간 동안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5주~6주 사이에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기도 하고, 11주~13주 사이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목덜미 두께를 측정해서 태아가 다운증후군인지 아닌지를 예측해 봅니다. 태아의 목덜미 두께가 일정 수치 이상이라면 의사들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정밀 검사를 권하기도 하죠. 이때 많은 산모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며 겁이 난다고 합니다. 정밀 검사를 받은 산모들은 한동안 많은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고 괴로워하기도 하죠. 정신분석학자 시몬느 소스(2016, 시선의 폭력 편견사회에서 장애인권 바로보기. p.28)는 오랜 시간 동안 장애아동과 가족들 곁에서 그들을 지원하며 얻은 통찰력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좋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장애를 알리는 방식이 이를 알고 난 이후에 부모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의료진의 의료적 개입, 말, 선택이 부모에게는 모두 지워지지 않고 깊이 새겨진다.”
 
많은 산모가 임신기간 동안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기도 하고, 일정 주수에 의사로부터 정밀 검사를 권고받은 후 많은 날을 눈물로 지내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끼치는 영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미리 걱정하고 겁을 먹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전혀 불편함이 없다거나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장애로 인해서 힘들 수도, 힘들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힘들지 않은 면을 먼저 떠올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밀 검사에서 거짓 양성으로 판정이 되면 부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음 주차로의 임신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만약, 정밀 검사에서 양성판정이 내려진다면 부모 대부분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2018년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의하면 인공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2005년 342,433건에서 2010년 168,738건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인공임신중절은 불법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인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통계만 해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경우는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에 의해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임산부 본인과 배우자에게 원인이 있을 때만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태아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인공임신중절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는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요?
 
의사가 권하는 정밀 검사는 단지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계신 의료진이 있으시다면, 장애아이를 임신한 산모나 중도에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되신 분들에게 장애를 알릴 때 사용하시는 단어나 표정, 분위기 등이 어떠하셨는지 잠시 동안 되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이미 많은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신도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고 말씀하는 것인지, 내지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지독히 괴롭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인지를요. 적어도 이 글을 읽고 계신 의료진이시라면 전자이길 희망합니다.
 
 
많은 정보 속에도 장애에 대한 정보는 없다
임신이 지속되는 동안 산모는 출산할 때까지 병원에 방문해서 지속적으로 정기검진을 받게 됩니다. 임신성 당뇨검사, 혈액검사(다운증후군, 신경관 결손, 에드워드 증후군 검사), 입체초음파 검사(구순구개열 확인) 등을 통해 다양한 장애 발생 가능성을 미리 검사하는 것이죠. 40주의 임신기간을 지내는 동안 산모에게는 다양하고 무수히 많은 정보가 제공됩니다. 배 속의 아이가 잘 자라려면 어떤 태교를 하는 게 좋은지, 임산부 관련 용품은 어떤 것을 사용해야 안전한지, 영양과 관련해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출산 후 산후조리 서비스에 대한 정보, 출산 후 아기가 사용하게 될 용품에 대한 정보 등등 정말 무수한 정보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진행되는 산전 검사가 무엇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인지, 만일 해당 검사마다 알고자 하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게 될 때 내 아이가 가진 장애와 동일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국가와 지자체는 해당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임신 과정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장애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장애가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 것 또한 매우 드문 일이죠. 거기에 더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장애인은 불쌍하거나 딱하기 때문에 임신 과정에서 태아에게 장애가 있을 때 갖게 되는 심리적인 불안이나 충격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것을 함축하여 나의 문제로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2021년 5월 6일 BBC 뉴스 코리아에서는 7번의 시험관 시술을 거쳐 아이를 가지게 된 40대 영국 여성과 그녀의 자녀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산전진단을 통해 임신 20주에 태아에게 이분척추증(척추뼈 일부가 불완전하게 닫혀 척추가 밖으로 노출되는 상태, 하지마비, 배뇨장애를 갖게 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벨기에에 가서 아이가 자궁 내부에 있는 채로 24주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6주가 지나도록 하지마비나 배뇨장애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로 이분척추증의 경우 출생 후 수술을 하지만 출생 후 수술을 하게 되면 너무 늦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산모의 자궁에 있는 채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산전진단을 통해서 태아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내리는 결론이 하나로 향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와 돌아보건대 저 또한 두 명의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이용했던 산전진단의 단계를 당연한 절차로만 여기며 검사에 응했었는데 각 단계마다 얻어지는 결과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어떤 결정을 내리게 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성인 남녀가 가족이 되어 부모 됨의 준비를 하기 이전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도 사귀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기도 하면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경험함으로 다양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저 보통의 평범한 희로애락을 가진 삶이 될 수 있도록 개인의 욕구에 세심함을 기울여 주는 것도 더불어 바라봅니다.
작성자글. 원영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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