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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화장실’ 점자는 있는데 출입문 버튼이 옆에 없다

박 기자의 함께걸음-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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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과거에 올렸던 게시물을 한번씩 확인할 수 있는데, 엊그제 2018년에 올렸던 게시물이 올라와서 유심히 읽어 보았습니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예방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할 때의 기록입니다.
 
2018년은 개인적으로 정말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던 시기였는데, 특히 장애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했었어요. 모니터링단 활동도 그 중 하나였는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함께걸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데에도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그때 제가 했던 모니터링은 장애당사자로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직접 이용해 보고, 거기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함께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는 분들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먼저 손말이음센터 문자중계서비스를 이용하여 방문할 휴게소에 전화를 겁니다. 문자중계서비스를 받아 전화를 하면서 제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몇 시 몇 분에 휴게소에 도착할 예정이니 안내를 요청합니다.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니 휴게소 관계자가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일행도 있고, 활동지원으로 동행한 분도 있었지만 제대로 모니터링을 해 보고 싶어서 관계자에게 직접 손바닥에 글로 적어서 이야기를 해 달라고, 직접 안내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방문했던 휴게소 관계자들마다 처음에는 우물쭈물하다가도 손바닥에 글로 적어보고 직접 안내를 해보면서 적응 하더군요.
 
장애인 화장실의 언더바 위치와 높이, 길이도 점검하고 음료자판기에 점자가 있는지, 휴게소로 진입하는 곳에 유도블록이 디자인되어 있는지, 장애인 주차공간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모니터링 활동을 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했던 고속도로 휴게소 중에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버스기사가 잘못 운전한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지금 여기가 고속도로 휴게소인지 정말 의심이 들 정도로 백화점 못지않게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휴게소를 방문했었던 기억입니다.
 
저에겐 어렸을 때 멀리 갈 때마다 한번씩 들르곤 했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대부분의 기억이라서(성인이 되고부터 고속버스보다는 기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감탄하면서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고급스럽고 화려한 휴게소의 겉모습과는 달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편의시설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건 장애인화장실이었는데요. 내부는 정말 깨끗하고 이용하기에 편해 보였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결코 ‘편한’ 화장실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화장실 입구에 ‘장애인화장실’이라는 마크와 함께 점자 표기가 있습니다.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점자 표기를 이용해 장애인화장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겠죠? 그럼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문의 ‘열림/닫힘’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화장실 마크와 점자표기가 있는 곳 주변에는 장애인화장실 문을 열기 위한 버튼이 없었습니다. 저시력 시각장애가 있는 저도 당황해서 버튼을 찾고 있는데, 휴게소 직원이 버튼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버튼이 어디에 있었는지 아세요?
 
장애인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한 버튼은 장애인화장실 출입문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의 왼쪽에는 장애인화장실 마크와 점자표기가, 출입문의 오른쪽에는 열림/닫힘 버튼이 있었던 겁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출입문을 기준으로 좌우에 뭔가 디자인을 해 두면 보기에 멋져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눈으로 보이기 위해 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장애인이 이용하기 위해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무리 고급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이라고 해도, 그걸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며 방문했던 곳 중에서 그 휴게소만큼은 정말 강력하게 개선요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은 정말 개선이 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아직도 그대로 있다면, 그 휴게소를 이용하는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에 엄청난 불편을 느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인 장애인도 점점 발전해 가고 있는 디자인의 흐름에서 배제되지 않고,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설계 단계부터 면밀하게 고민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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