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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리가 지향해야 할 현실을 보여주다

장애 코드로 문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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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출처=나무엑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제목에서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부정의 의미가 불편했다. 일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서만 보이는 한 가지 감각에서의 천재성(서번트 스킬)에 주목한 우영우의 캐릭터도 거부감이 들었다. 작가의 전작인 영화 <증인>의 지우(목격자로써 필요한 감각들의 천재성을 가진 인물, 분리된 교육(특수학교)이 최선인 듯 그림)가 연상되기도 했고, 드라마 <굿닥터>를 비롯해, <무브 투 헤븐>, <템플 그 랜딘>, <레인맨>,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의 주인공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보편적이지 않은 천재적인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미디어에서는 주류로 다룬다.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를 위해 최적화된, 판타지에 가까운 캐릭터들로 설정하면서. 이런 캐릭터를 볼 때마다 과연 이들에게 투영된 이야기들이 얼마나 현실을 담보할까? 그리고 대중의 공간과 관심, 연대, 사회적 담론들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캐릭터들에 의해 자리 잡은 스테레오타입으로 “자폐인은 대부분 어느 한 분야에 천재성이 있다며?”라는 오해와 이로 인해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을 힘 빠지게 하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봤을까? 등에 생각이 머물지만, 한결같이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천재성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들이미는 미디어의 행태로 미뤄 볼 때 부정적인 대답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쾌하다. 늘 무시당하는 느낌이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 더 정확히 말하면 비장애인 중심인 세상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한 분야에서라도 천재성을 보여야만 무해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인식이 반복 재현될 여지가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기대보다는 우려와 의무감으로 첫 회를 시청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
변호사 우영우는 본인의 말처럼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첫 재판,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둘러싸여 두려움과 불안함이 역력한 눈빛과 행동에서, 그리고 재판장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데도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모습에서 명확히 전달된다. 변론에 앞서 우영우는 판사를 비롯한 배심원에게 말한다.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중략)…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이 장면, 이 대사는 1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많이 회자된다. 시청자 대부분 ‘자신의 다름을 당당하게 말하는 우영우가 멋져 보였다’,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재미있다’, ‘귀엽다’, ‘행복해진다’, ‘우영우 파이팅!’이라는 시청 소감들이 공유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시간대 화재성 1위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로는 드문 일이라 반가웠고, 거부감이 아닌 긍정적인 반응에, 대중의 공감까지 얻는 등 대중성에서도 좋은 사례를 더했다.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관심을 갖고 많이 보고 많은 이야기가 공유된다는 것은 인식이 즉시 달라지진 않는다 해도 영향은 주지 않을까? 무엇보다 장애 관련 대중문화 콘텐츠의 관심과 지속적인 생산에 동기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감을 얹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 말미에 우영우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피고인을 도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대사와, 재판장이 “법을 사랑하기까지 해요. 그거 바람직하네.”라는 대사가 되새김 질돼 먹먹했다. 우영우는 변호사로서 당연한 의무와 다짐을 재차 확인시킨다. 이 당연한 것을 얻고 누리기 위해 우영우는 자신의 다름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양해와 이해와 배려를 구해야 하고 비장애인이 주류인 법정에서 그들과 다르지 않음도 어필해야 한다. 이것이 다름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현실이기도 하다. 재판장이 우영우의 말을 되뇐 것이 조롱이 아닌 지지와 존중으로 읽혔던 것도,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법정을 반추하며 나온 진심 어린 인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작가가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서 밝힌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가 겹쳐졌다.
 
장애는 나, 그것이 당연해
재판 방향에 대한 회의 중,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은 우영우 변호사를 도와 변론을 맡아줄 변호사를 정하자 한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최대한 피고인의 딱한 사정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며, 팀원 중 누구와 하겠냐고 우영우 변호사의 의견을 묻는다. 우영우는 “피고인이 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아닌가요? 사정이 딱해 보이는 거로는 장애만 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고요.”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에 반론의 여지를 단번에 차단한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어필하던 팀원들도 할 말을 잃고 수긍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명석 변호사의 말을 따라 하는 우영우에게 왜 따라 하냐고 묻자 “반향어 금지”라고 말한다. 정명석이 “반향어? 그건 뭐야?”라고 묻자, “남의 말을 따라 하는 것으로 자폐인의 흔한 증상입니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이런 장면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묘사하는 것 역시 극 전체에 스며있다. 영우의 일상은 늘 고래와 함께다. 주변 소리에 민감한 영우는 헤드셋에서 나오는 고래 소리에 도움을 받아 소음이 많은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배인 것 같기도 하고 고래 뱃속 같기도 한 영우의 방, 생각이 번뜩일 때면 항상 바다에서 고래가 뛰어올라 춤을 춘다. 예상치 못한 맛이나 자극에 놀랄까 봐 재료가 보이는 김밥을 삼시세끼 먹는 영우는 햄 맛에 예민해서 밖에서는 햄이 들어가지 않는 김초밥만 먹는다. 심지어 로펌 대표가 내는 회식에서도, 30만 원 하는 코스요리 대신 김초밥을 주문하고, 하루 종일 김밥을 싼 아빠에게도 김초밥을 사다 준다. 라벨 달린 옷을 싫어해 영우의 옷은 전부 라벨이 없다. 그래서 동료인 최수연이 바지에 실수를 했을 때에도, 수연의 옷장에서 일부러 라벨 안 달린 편한 수면 바지를 찾아서 가져다준 것이다. 일상에서 청각과 미각, 촉각에 예민한 영우의 장애를 극적으로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포인트이며, 이런 연출로 아빠와 수연에게 한 행동이 실수가 아닌, 두 사람을 생각하는 영우의 마음과 표현방식임이 좀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1회에서 벽에 붙여놓은 여러 표정의 아빠 사진들을 보며 연습하는 장면인데, 영우는 유난히 치아를 많이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가리키며 연습한다. 이 표정은 2회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영우가 이준호에게 “반했습니까?”라고 말하며 짓는 표정과 닮아 있지만, 수줍음이 더해진 표정이랄까? 묘하게 달라 보였다. 순간의 감정이 담긴 영우의 표정에서 교감이 느껴졌다. 연출의 섬세함이, 그 안에 보이는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가 읽힌다.
 
 
 
▲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출처=나무엑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은 영리하다
작가는 우영우 변호사의 상사인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비롯해 동료 권민철과 최수연, 그리고 앞으로 영우와 러브라인을 만들어갈 것 같은 이준호에게, 장애를 가진 영우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대하는 스킬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긴 듯하다. 영우 주변에 극적 갈등을 위한 차별주의자를 설정하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이 장애에 대한 대상화를 최대한 차단하고 장애로 인한 갈등을 갈등으로만 엮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물론이고 연출자가 영리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 중심에는 14년 차인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이 있다. 그는 영우를 처음 보고, 대표에게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느냐?” 라고 채용을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시험 삼아 맡긴 사건의 변론 계획서를 보고 영우의 능력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장애로 또 다름으로 겪게 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시선, 난관들과 대처하는 스킬을 응축해 담은 장면이다. 그리고 동료 변호사 권민우는 영우의 장애를 가장 의식하지 않고 그저 경쟁자로 대하는 인물이다. 의뢰인이 영우를 이상하게 여기자 “이 친구가 회사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요.”라고 대처하는 장면은 반전이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이런 에피소드에서는 장애를 아웃팅 하며 이것이 극적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나? 이 드라마는 사건 변론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데 집중하는 변호사 우영우와 그의 능력에 집중한다. 의뢰인들도 영우의 장애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약간 의식하는 의뢰인에게는 서울대학교 로스쿨 수석 졸업이 약이 된다.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비튼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애를 가진 법조인은 서울대학교 로스쿨 수석 졸업쯤은 되어야 의뢰인 앞에 서기라도 할 수 있다는 건가? 까칠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영상, 즉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 장면은 양날의, 아니 몇 날의 칼날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시각에서의 생각과 의견들이 공유되어야 함을 또다시 실감한다.
 
 
 
▲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출처= ENA 유튜브 영상 캡처 ]
 
 
 
장애는 자원이다
“자폐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 중 하나인 ‘한스 아스퍼거’는 자폐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말했어요.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모든 것이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닙니다. 자폐아들은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험으로 훗날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3화에서 나오는 우영우의 독백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를 소재로 한 그동안의 드라마들과 분명히 달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애를 자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장애에 대해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당연해한다. 주변인들도 영우의 장애를 자유롭게 묻고 말한다. 이를 통해 동료로 빠르게 인정하고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영우가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특성이나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게 되고 해결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미디어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비혼부, 여여 커플, 대형 로펌의 여성 대표들도 등장해 시청자의 편견을 환기시킨다. 특히 여여 커플은 스스로 커밍아웃하며 자유로워지는 모습과 아버지의 암묵적 인정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적인 모습 보다 이상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장면 장면들이, 지금의 현실에서 비현실적이고 판타지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욱이 우영우 캐릭터는 3회까지 보면서도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가 좋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뿐만 아니라, 다름으로 소수인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좋고, 이 다름을 어떻게 인식하고 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선에서의 판타지라 공감한다. 16회 중 이제 단 3회를 시청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도 되지만 여전히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천재성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 등 우려되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 장애를 자원의 관점에서 대하는 태도와 스킬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있었는가? 아마 떠오르는 드라마가 없을 것이다. 비교 대상이 외국 작품들 뿐이라는 것이 아쉽다.
 
 
 
▲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출처=나무엑터스]
 
 
 
덧붙임
우영우 역할을 하는 박은빈 배우를 제작진이 1년을 기다렸다 한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마치 작품을 위한 제작진의 최고의 선택인 것처럼 보도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현장의 인식과 상업성이 앞선 제작환경, 그리고 언론의 인식에 다시금 실망하게 된다. 몇 번을 거절한 배우를 기다려 줄 여건과 시간이 있었다면, 애초부터 장애 당사자 배우를 섭외하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고민하며 촬영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도 있었지 않았을까? 결국 인식과 의지의 문제인데, 상업성이 앞서는 제작환경의 인식에서, 제작진 역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작성자글. 백수정/대중문화 비평 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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