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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멀지만 꼭 가야 할 길

UN CRPD

본문

↑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대응 보고 및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있는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
 
들어가며
2022년 8월 20일 일을 끌어안고 비행기에 오르면서 괜히 가나 후회를 많이 했다. 17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노트북으로 밀린 서면을 쓰면서, 영어도 못 하면서, 장애인권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당사자, 활동가님들, 변호사님들도 많은데, 굳이 내가 가는 게 맞나 마음이 복잡했다.
 
도착해보니, 1차 심의가 있었던 2014년에 시민단체 단위로 참여했던 사람 중에 이번 심의에 다시 온 사람은 이원무 활동가, 김재왕 변호사, 그리고 나 셋뿐이었다. 1차 심의와 이번 심의의 경험이 잘 이어졌다면 준비과정이 조금 더 수월했을 텐데, 이번에 새로 연대체를 꾸리면서 사무국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한국에 있을 때는 2014년 활동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사무국이 준비할 때 도움을 못 드렸는데, 그래도 현장에 오니 위원들에게 로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쟁점 하나도 배제되지 않도록, 인권단체들의 노력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2018년 3월 우리 정부에 쟁점 목록을 제시했다. 지난 최종견해와 그 이후 상황을 고려하여 주요 쟁점을 추려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부는 위 쟁점 목록에 대해 답변하는 내용으로 국가보고서를 만든다. 2019년 3월 8일 국가보고서가 제출되고, 그 에 대응한 민간보고서를 여러 단위에서 준비하였다.
 
보고서를 제출한 단체(업로드 순)
장애인법연구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 연대, 사단법인 두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장애포럼,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 한국정신장애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 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심의 직전에 보고서 내용 중 핵심을 추리는 로비 페이퍼를 만들었고, 심의 기간에는 다시 핵심적인 내용을추렸으며 꼭 질문을 요청하는 내용, 꼭 필요한 권고안도별도로 만들어서 위원들에게 보냈다. 사무국에서 사전에 위원들의 관심사를 파악해두기도 했고, 우리나라 심의 전에 진행된 다른 국가 심의에서 위원들이 어떤 분야에서 질문을 하는지를 파악해보기도 했다.
 
본심의 전에 위원들과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나는 브리핑 시간이 있었다. 브리핑 직후 질의응답시간에 위원들이 하는 질문을 통해서 위원들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개별적으로 위원들을 찾아가 중요한 내용을 어필하는 로비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본심의 시간에 위원들이 정부 대표단에 하는 질문이 최종견해에 담길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중요한 쟁점들이 질문에 담기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약 이행 체계에 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워서 마지막 최종견해 안에 포함하고 위원들에게 어필해보았는데, 최종견해에 반영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제 27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심의 대응단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최종견해
총 73항에 걸쳐 80개가 넘는 권고가 내려졌다. 위원회는 모든 권고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긴급한 조치가 꼭 필요한 권고로 협약 제6조(장애 여성)와 제19조(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의 권고를 꼽았다. 위원회는 젠더 이슈에서의 장애 주류화와 장애 이슈에서의 젠더주류화를 강조하였는데, 우리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위원회는 전 정부의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로드맵 채택을 환영하면서, 위 로드맵에 충분한 예산과 조치, 인식 제고 활동을 권고하였는데, 현재 정부는 탈시설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탈시설 반대쪽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였다. 긴급하고 꼭 필요한 권고 사항에 대해서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2014년 제1차 심의에서 건축물의 규모와 건축 시기와 관계없이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것, 후견제도 대신 의사결정 조력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선택의정서를 비준할 것을 촉구하였는데, 이번 심의에서 동일한 권고가 내려졌다. 8년 동안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점은 정부가 부끄럽게 여기고 신속히 개선해야할 사항이다.
 
조항별로 다양한 권고가 내려졌고, 모두 귀 기울여야겠지만, 지면 분량의 한계상 모두 살펴보지 못해서 아쉽고, 심층적인 검토 과제로 남겨두어야겠다.
 
하지만 권고 중에서 이주 장애인, 성 소수자 장애인, HIV 감염장애인 등 장애인이 겪는 다중적이고 교차적인 형태의 차별에 대응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한 점, 시청각장애인, HIV/AIDS 감염장애인 등의 모든 장애를 아우르는 장애 개념을 채택하고, 지원의 필요성에 근거한 장애 판정제도를 재설정할 것, 재난과 기후변화대응에서 장애인과 협의하고 장애 포괄적인 전략을 채택할 것을 권고한 것과 장애아동의 놀권리를 언급하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아동이 교육부의 지원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은 지금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 하는 활동과 연결되는 사항이라 제도개선의 기대가 더 생기고, 또 그렇게 되도록 잘 활용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나가며
위원회는 사후 조치로 정부와 국회, 지자체, 교육부, 사법부, 의료계, 언론계 구성원들에게 최종견해를 전달하여 고려하고 조치하도록 하는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최종견해를 수어를 포함한 국어와 읽기 쉬운 버전 등의 근 가능한 형식으로 NGO 및 장애인단체,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널리 배포할 것을 요청하였다. 정부는 사후 조치부터 신속히 이행하고, 조항별 권고 사항에 대해서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이행해나가야 한다. 심의 기간까지 정말 많이 분들이 한국과 제네바에서 함께 고생했다. 제네바로 향할 때 소극적이고 좁았던 시야와 마음이 심의 기간에 모두 한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부은 덕분인지 뿌듯함과 책임감으로 풍성해졌다. 심의는 끝이 아니고, 최종견해도 최종 성과는 아니다. 이번 심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과정이었고, 다음 심의 때까지 우리에게는 정부의 협약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촉구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은 멀지만 꼭 이주언 변호사 가야 할 길이다. 함께걸음으로.
 
↑이주언 변호사
작성자글. 이주언/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 사진 제공. CRPD NGO연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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