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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 거주시설의 ‘가정형 소규모화’로 채워야 합니다

도민기자단 / 제주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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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장에서 30여 년을 보내고, 그리고 복지 정책의 실무를 책임지며 끊임없이 마주한 핵심 화두는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과 존엄한 삶’이었다. 현재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은 시설 보호에서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로 전환되고 있다. 탈시설지원법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보건복지부 역시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나, 지역사회의 현실적 준비 상태는 아직 이러한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완전한 탈시설과 지역사회 중심의 촘촘한 돌봄 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을 유예할 수는 없다.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은 기존 대규모 거주시설을 소규모화하고,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게 특성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패러다임 전환 사업’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제주시는 수용과 보호중심의 시설 개념에서 벗어나 주거와 자립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다인실 구조를 1~2인실 중심의 소규모 가정형 공간으로 개편하는 데 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이는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고 이용자 간 갈등이 발생하기 쉬웠던 기존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최근 개원 20주년을 맞아 가정형 주거환경 개선 준공식을 진행한 제주시 애월읍 ‘창암재활원’의 사례는 이러한 사업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창암재활원은 기존의 대규모 다인실 중심 생활 구조를 개인 또는 2~3인 규모의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고, 거실과 주방을 갖춘 유니트형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가족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였다.
 
김효선 창암재활원 사무국장이 언론 기고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장애인의 주거는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감정과 취향, 습관이 깃든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온정적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며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공간에 머무르게 해왔다. 특히 상시적인 돌봄이 필요한 중증 뇌병변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은 사생활과 선택의 자유가 크게제한된 다인실 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이제는 ‘보살핌’에서 ‘존중’으로, ‘수용’에서 주체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1~2인이 생활하는 개인공간과 소규모 인원이 공유하는 거실·주방이 결합된 ‘유니트형 주거’는 이러한 변화의 대안이다. 이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인권 중심의 구조를 확립할 뿐 아니라, 작은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자립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시의 유니트형 구조개편 정책과 영락애니아의집 사례에서 보듯, 물리적공간의 변화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인권 정책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탈시설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분명한 목표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재 거주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의 권리가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쉴 권리, 혼자만의 공간을 누릴 권리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권이 보장될 때 비로소 장애인과 동등한 동행이 가능하다. 제주시의 이번 사업이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거주시설이 존엄한 삶이 실현되는 ‘집’으로 변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작성자글. 제주지역 강인철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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