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귀족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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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을 등쳐먹는 지회장
기억이 정확하다면 80년대 이후 장애우 운동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장애우를 팔아 사리사욕을 챙기는 쓰레기같은 자들을 이 땅에서 척결하는 것이었다. 장애우 운동은 소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애우들을 이용해, 어둠 속에서 부와 명예를 챙기는 자들은, 대상이 단체, 기관이 됐든, 개인이 됐든 가리지 않고 증오하면서 적으로 규정해 왔다. 이러한 장애우 운동의 흐름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으며, 장애우 입장에서 봤을 때 설령 백 년이 지난다 해도 자신을 팔아 누군가가 부와 명예를 챙긴다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드러나고 있는 일부 장애우 단체 또는 협회 지회장들의 탈법적인 비리는 장애우들로 하여금 허탈감을 느끼게 하며 두고두고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우 협회 지회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지하 셋방을 전전하던 신용불량자가 어느 날 집 두 세 채를 보유하고 유유작적 해외여행까지 다니는 벼락부자가 되어 나타나서 큰 소리 치는 현실은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애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드러난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더 많은 단체장과 그 밑의 지회장들이 남모르게 축재를 해서 속속 부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당사자들이 속한 단체는 비장애우들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비장애우들이 장애우를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랬는데 이제 그들이 비록 일부지만 장애우들을 등쳐먹고 있다. 앞에서는 장애우들을 상대로 너희가 못 사는 것은 모두 비장애우들 때문이라고 호도하면서 뒤로는 단체에 지원되는 지원금과 후원금을 횡령하면서 장애우들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뻔뻔스러운 작태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장애우 복지를 얘기하는지 분명히 해야
동의하던 안 하던 이 땅의 장애우들 대다수는 가난하게 살고 있다. 그러면 모름지기 장애우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협회나 단체는 막말로 얘기해서 장애우들이 모두 부자가 될 때까지,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겠지만, 장애우들과 똑같이 가난해야 한다. 장애우들과 똑같이 가난한 처지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며, 가난한 장애우들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봐야 지만 장애우 운동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가진 것이 많은 상태에서 장애우 운동을 한다고 백날 떠들어 봐야 공염불이기 십상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장애계에 장애 귀족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장애우 복지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용해서 장애우 지도자를 자처하며 검은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장애우 당사자라는 이유로 모든 탈법과 비리를 덮으려 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 장애우는 그들 몇 몇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채 또 다른 고통을 맛보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이제 분명히 해야 한다. 장애우들 대다수가 아닌 몇 몇 장애우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그들은 장애우 복지와 운동을 말하고 당사자주의를 말하고 모든 복지관은 우리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지, 아니면 속된 말로 계급장 떼 놓고 나는 장애우 협회에 속해 있으면서 부를 축적한 게 하나도 없다고, 대다수 장애우들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고백할 수 있는 건지.
장애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난과 높은 도덕성을 강조하는 것은 되풀이해 얘기하지만 현재 대다수 장애우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우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장애우들을 등쳐먹는다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장애우를 팔아 사리사욕을 챙기는 장애우 당사자 귀족들이 장애계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너희들이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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