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기] 무면허이고 싶지 않아도 무면허일 수 밖에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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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인가 이런 상담 전화가 왔다.
“저는 생계를 위해 3륜 오토바이를 운전합니다. 그런데 면허가 없어서 항상 불안해요, 그러니, 면허를 딸 수 있게 해주세요...”
면허를 안따는 것이 문제이지, 면허를 따고 싶은데 못 딴단 말이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나는 바로 도로교통법을 살펴보고는 운전면허를 담당하는 경찰청에 전화를 했다. 직원에게 들은 답변은 황당하게도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였다. 경찰청 직원은“2륜을 3륜으로 개조하는 것은 100킬로그램 미만만 가능하며, 면허 시험은 2륜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상 3륜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은 대부분 지체장애를 가진 분이다. 2륜 오토바이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3륜 오토바이로 개조하는 것이다. 그러니 2륜으로 시험보라는 것은 시험을 보지말라는 것이나 실상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직접 자신의 3륜 오토바이를 가지고 시험을 보면 안되나요?”라고 물어봤다. 담당자는 “시험장 자체가 2륜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시험장에 3륜 오토바이 자체가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허억, 이럴 수가... 무면허이고 싶지 않아도 무면허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니...도대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무면허, 무보험, 불법을 원하지 읺아도 그 행위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면, 이건 개인이 문제일까? 사회가 문제일까?
그런데, 한달 전 이와 비슷한 상담전화가 왔다.
자신과 같은 성당을 다니는 교우부부인데, 두 분다 장애를 가지신 분이라고. 두 분은 거리 가판대를 하시면서 3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데 며칠 전 불법유턴을 하는 차량에 치어 교통사고가 났다고. 남편은 다리 한 쪽의 뼈가 완전히 부서지고 부인은 뇌진탕으로 뇌수술을 받았다고. 그런데 보상금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 부부에게 무면허를 이유로 보상금을 적게 책정하려고 하는데다 무면허를 이유로 벌금을 물리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퍼뜩 1년 전의 상담을 떠올리며 벌금을 물리려는 경찰관에게 화가 났다. 아니 누가 무면허이고 싶어서 무면허인가? 시험을 볼 수 없게 만들어놓고 무면허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무면허 이야기를 하는 김에 하나 더 해야겠다. 바로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다.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가 재활보조기구일까? 교통수단일까?
도로교통법에 보면, 신체장애우의 의자차와 유모차는‘인도를 다닐 수 없는 교통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도로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모든 원동기를 장착한 것들은 교통수단으로 봐야한다는 또하나 견해이다. 그렇다면 원동기를 장착한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는 교통수단에 해당하므로 인도를 다닐 수 없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아니, 사실 이 문제에 있어 하나의 정답은 없다. 현실만 있을 뿐이다. 보조기기의 발달로 전동기를 부착한 재활보조기구가 등장했다. 그런데 그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인도환경은 개선되어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도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차도로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면허를 따라는 것인지 답답한 현실이다. 이 현실의 여건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제도가 장애우들을 결국 불법으로 내몰고 있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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