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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야기]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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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정신장애 중 정신분열(환상망각사고)을 가지고 있던 정씨는 작년 골목에 세워둔 자동차 조수석에서 600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경찰에 연행되었다. 정씨는 조사과정에서 무려 19건의 다른 절도사건을 자백했고, 몇 백원씩 훔친 돈들을 합하면 9만원 가량의 돈을 훔쳤단다. 정씨가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보통 머리 좋은 사람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자세하다. 몇 달 동안 있었다던 절도사건이 장소, 차량 색, 훔친 금액이 몇 백원인지까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벌금 300백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를 부당하게 생각한 가족들이 나서 결국 항소심에서 2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례2. 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상습절도범으로 구속되었다.(10차례 이상) 검사는 그 사람의 장애를 알고는 고민에 빠졌다. 처벌을 한다해서 그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 뉘우치거나 반성할 수 있겠는가? 또 처벌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치료감호소로 판결을 내리면 정신지체가 치료되는가? 오히려 그곳은 사회와 격리된 하나의 수용시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등등이다. 결국 검사는 지역사회 복귀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지만 일종의 시설로 보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약간의 벌금을 선고하는 것으로 고민을 마쳤다.


정신지체를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 구체적인 피해자가 있다. 그러나 고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 그러면 수사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그에게는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가? 이것은 내가 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면서 무지 갈등하는 문제이다. 장애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는 아닐진대, 피해자일 때는 “어떻게 장애인을!”, 가해자일 때는 “장애인이기 때문에...”라고 한다면 정말 모순된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법 앞에 평등"이라는 이념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왜 처벌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천하의 인간으로서 도저히 인류에게 용납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사람(앗! 최근에 이런 부류의 죄를 지은 사람이 있다! 일명 부시돌이라나...)이라면 또 모를까, 대부분은 그 사람에게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아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하여,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죄를 지으면 저렇게 되니 죄를 지으면 안되겠구나, 사회적 규범을 지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주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한번 연결 지어서 생각해 보자.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구금시설에 감금하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감금되어 있는 동안 죄를 깨닫고, 벌의 의미를 되새길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영원한 수용과 격리의 삶으로 전락할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현행법에는 구속사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의 경우 사회보호법에 의거하여 치료감호소라는 곳으로 간다. 사회보호법은 본래 전두환 정권시절에 악명높은 삼청교육대를 합법화 하기 위해 범죄 중 재범의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특수한 치료나 교육으로..’ 라는 명분아래 수감하도록 만든 법이다. 이중 대부분의 집행내용은 보호감호이지만,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치료감호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공주치료감호소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쩌면 찾아오지도 않는 가족을 기다리며 영원한 수용생활에 돌입한다. 그리고 범법자라는 이름으로 치료감호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것이 바로 이들에게 정해진 인생경로이다.

그러나 장애특성상 ‘죄’와 ‘죄아님’을 구분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접근이 불가능한 외지의 장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수용되어 있는 형태, 사회로의 복귀를 고려치 않은 생활들, 이 모든 것들이 이들을 영원한 범법자로, 영원한 격리, 수용생활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것이 본래의 ‘법 앞의 평등’의 의미라면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다른’ 적절한 치료와 훈련의 과정이 고민되어야 한다. 치료감호소의 장기간 수용은 가족해체를 낳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로부터 다시 돌아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근래 22개의 인권단체들은 ‘사회보호법폐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하고 지난 3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조속한 시일내에 사회보호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같은 날 헌법소원을 통해 사회보호법의 위헌성과 인권침해를 고발하였으며, 추가적으로 2차, 3차에 걸친 헌법소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인권센터도 공대위 활동을 통해 치료감호소의 문제를 짚어보고 다른 방식의 대안을 찾아보려고 준비중에 있다. 재범할 ‘가능성’을 작위적으로 해석해 형벌 이후에도 보호감호형을 주는 이중처벌도 문제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무조건 사회로부터 격리시켜버리는 방식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감옥, 그 중의 하나인 치료감호소... 좀더 깊은 사색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 김정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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