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손이 되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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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사나이미치코/ 번역: 변은숙/ 출판사: 깊은 자유/ 값: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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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어해설서 |
나의 하루는 부탁으로 시작해서 부탁으로 끝난다.
“엘리베이터 버튼 좀 눌러주세요, 저것 좀 지워 주세요. 발을 발판 위로, 앞으로, 옮겨주세요.” 저자인 오사나이 여사도 아마 이런 말을 가장 많이 쓰지 않을까? “스미마셍, 아리가또고자이마스, ~구다사이, 구다사이...”
나는 <당신은 내 손이 되어 줄 수 있나요>를 읽으면서, 유급 활동 보조인의 조력을 받으며 독립 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 당사자로서, 공감되지 않는 대목이 없었다.(그렇다고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흡족한 케어(care)를 받기 위해서 철저하게 솔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가려운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시원해질 때까지 요청을 하고, 대변을 보고 조금이라도 꺼림칙하다면 조금 더 요청을 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중증 장애우로 살아가려면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라고 까지 주장한다.
저자는 케어의 문제를 철저하게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이는 ‘장애가 심할수록 케어의 전문가이다’ 라는 명제에서 비롯된다. 다만 이 책은 철저한 당사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로부터 동의받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오사나이 여사의 조언에 따라 산다면 아마도 내일부터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을 ‘욕먹을 각오’를 하고 썼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 이면에 던져지고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케어의 전문가인 장애우의 의견이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장애우들은 그 동안 감히 케어의 질(質)에 대해 논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최소한의 보장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그녀는 바로 복지 서비스의 지향점에 대해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으로서 숨기고 싶은 최소한의 프라이버시의 영역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케어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개인적인 비밀을 공개한다는 것은 대중 앞에서 벌거벗는 일이다. 저자는 그 프라이버시마저 풀어냄으로써 가장 실전적이고 급진적인 케어지침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당신은...>은 저자의 바람대로 케어 교육 현장에서 사회복지 대학 등에서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면 케어학의 교본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란의 손길에 의존하여야 하는 중증 장애우가 어디까지 당당해 질 수 있을까라는, 특히 우리 사회에서 중증장애우가 당장 도움을 청해야 할 사람에게 자신의 욕구를 숨김없이 당당하게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상하지 않고 자신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관철시킨다면 그는 인간 관계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일 것이다. 현재 16명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동안 인간관계의 훼손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만족할 만한 케어를 받으며 인생을 살고 있는 오사나이 여사의 지혜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책이지만 당사자의 눈으로 바란 본 케어 해설서라는 측면에 의의를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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