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곤의 세상보기]물리력 행사할 때는 심각한 고려 선행되어야
본문
장애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하나로 인식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까지도 동정의 대상이 아니면, 쉽게 분노하는 난폭한 존재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아직도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6.25 후 상이군인들이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를 넘은 난폭한 행동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애우를 맘에 안 들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위 깽판을 치는 존재로 인식했고, 그 부정적인 인식이 현재까지 이어져 장애우의 사회 통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우는 건드리면 안 될 존재라는 것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때문에 장애우 계층이 물리력을 행사할 때는 정말 심각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인식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라도 장애우들의 물리력은 절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장애우 단체가 장애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는 우매한 행동을 재현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지체장애인협회(회장 장기철)는 전국에서 수 천명 장애우를 동원해 목포시청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이 날 지체장애인협회가 물리력을 행사한 직접적인 이유는 목포장애인복지관에 대한 운영자 심사결과 지체장애인협회가 탈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체장애인협회의 물리력 행사가 어느모로보나 전체 장애우 계층과는 상관없는 조직 이기주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날 시위 결과 지체장애인협회가 복지관 내에 자활작업장을 마련하고, 지회사무실을 확보하는, 실리를 챙기고 시위를 끝냈기 때문이다.
<장애우 계층의 이해와 상관없는 잦은 물리력 행사 고립 자초>
보기에 따라서는 이 날 시위가, 특히 지체장애인협회 입장에서는 장애우의 힘을 보여줘서 현안을 해결한 시위였다고 정당성을 부여할 지 모른다. 또 장애우를 무시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본때를 보여줬다고 득의만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장애계 내부가 아닌 사회 전체로 확대해서 바라보면 이 날 시위는 한 마디로 목포시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지체장애인협회가 목포시를 상대로 요구를 들어달라고 깽판을 친 것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조직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우를 동원해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빈번하다보면 잘못하면 장애우 단체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깡패집단으로 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우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지체장애인협회와 비교되는 예로 이동권 연대의 지하철 선로 점거 시위를 들 수 있다. 이동권 연대의 시위도 과격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공감을 얻은 것은 이동권 연대의 시위는 단체 이기주의가 아니라 전체 장애우 계층의 이해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장애우 운동사를 봐도 장애우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은 시위라는 물리력 행사였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적어도 조직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우들이 동원되지는 않았다. 장애우들이 불가피하게 시위에 나설 때는 생존권 확보와 사회참여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애우들은 죄가 없지만,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툭하면 장애우들을 동원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몰려가서 깽판을 치는 것이 과연 장애우 단체가 할 일인가, 그렇게 해서 장애우들이 또 단체가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들 장애우에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전체 장애우 계층의 이해와 상관없는 잦은 물리력 행사는 결국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시켜 우리 사회에서 장애우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소위 장애계 지도자라는 사람이 상황 판단도 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지도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