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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야기]언론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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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봤다. 화성 근처에서 몇 년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동네에서 들은 소문도 있고, 이 내용이 어떻게 영화화 됐을지 궁금했다.
영화시작. 평화로운 농촌도시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경찰들이 제일 먼저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은 동네에 돌아다니던 정신지체일지 정신장애일지 불분명한 사람. 동네 오락실에서 오락이나 하고, 좋아하는 여자의 뒤꽁무니나 쫒아다니는 백수. 형사들은 갖은 협박과 폭력 속에서 자백 비스무리한 것을 받아내고, 기자들은 열심히(?) 취재하여 사실확인 되기 전에 이미 그 사건은 끝난 듯 형사들의 승전의 사진을 찍어간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을 모아놓고 현장검증을 하려는 순간, 불시에 등장한 용의자아버지의 방해로 그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이 나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 첫 번째 용의자가 범인일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구성상 그 캐릭터는 무능력하고 멍청(?)하게 나오기 때문에 아무도 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자백을 받아낸 형사들과, 기자들은 마치 영화구성상 약간의 과장을 통해 코믹함을 더해주기 위해 정신적 장애우를 범인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준 웃지 못할 코믹적 구성은 사실에 근거한다. 물론 ‘장애우=무능력자’라는 논리를 깔고 있어서 이것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보고 그 근처의 정신장애우들을 괴롭혀 왔던 것이 우리 형사나리들의 수사관행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중하고 정확한 보도를 해야될 언론은 한술 더 뜬다. 혹여 용의자가 정신장애우라는 일말의 지푸라기라도 잡을라치면 엄청난 공격을 가한다. 마치 물 만난 뭐처럼. 이런 언론의 무분별한 공격은 그 동안 정신장애우 당사자와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아니, 그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훼손을 했고, 모든 정신장애우를 범죄인화 하는데 일조 했다.  
 
2002년 11월 3일 K방송국 9시 뉴스에서는 ‘개구리소년 보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앵커: 대구 개구리소년들의 사인이 타살로 결론남에 따라서 이제는 과연 누가...
기자: 법의학 팀의 분석대로라면 ... 정신이상자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00대 교수: (중략)...따라서 정신이상자나 성격이상자가...
기자: 경찰은 이에 따라 실종 당시 대구 일대의 정신이상자와 엽총, 공기총 불법소지자를 중심으로 재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또 2003년 2월 18일 K방송국 9시 뉴스에서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보도에서 수없이 ‘정신장애우 소행’임을 외쳐댔고 다음과 같은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기자: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봐서 어떤 자신의 신병을 기관 화풀이성 방화가 아닌가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김씨가 이전부터 정신병력을 앓은 기록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또 오늘 범죄도 우발적으로 자신의 신병을 비관해서 뭐 막말로 나죽고 모두 한꺼번에 죽자는 그런 심정으로...
앵커 : (끼어들며) 정상적이지 못한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보도태도에 대해 2003년 4월 12일 방송위원회는, 각 방송사에 앞으로 편견에 의한 보도나 추측보도가 재발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달라는 권고”를 내렸다. 신중을 기해 달라는 권고라...... 그 동안 정신장애우를 싸잡아 공격한 보도횟수와 보도시간만큼 다 할애해서 정신장애우와 그 가족에게 사과방송을 해도 모자랄 판에 그깟 ‘권고’라니! 방송위원회의 결정은 일면 환영하지만, 지워지지 않은 ‘살인의 추억, 그리고 정신장애우의 소행’이라는 종합세트를 만들어 버린 언론의 범죄 또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글 /김정하 간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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