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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이 땅에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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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 중 아직도 장애우가 되지 않은 사람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20년 전에는 선량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 학살을 했고, 그 전에는 사람답지 않은 만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비난했다고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장애우가 되지 않지도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정말 천복을 타고난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면 군사독재가 끝난 현재는 어떤가? 백화점이 붕괴하고 다리가 절단나고 교통사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고 음식에 사람이 먹어서는 위험한 이물질을 태연히 집어 넣어 팔고 있다. 거리엔 자동차들이 신호도 무시하고 제멋대로 달리고 있다. 인도에도 자동차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고 심지어는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리는 철면피들도 지천이다. 운동경기장에서는 술병이 날아다니고 지하철 계단은 좌측통행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무리들이 들끓는다. 버스는 손님을 짐짝 취급하고 택시는 난폭하게 질주한다.
공장에서는 안전장치가 작업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하여 모두 제거해서 안전사고로 손가락, 팔목, 발목 심지어 양팔이 잘려 나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소위 레포츠를 즐기기 위한 스키장과 스케이트장 수영장에서도 무질서와 안전의식의 결여로 사고가 발생하고 장애우가 만들어진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학교와 병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태어나서부터 집안에만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렇게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서 장애우로 살아가는 일은 쉬워야 하지 않을까? 장애 발생률이 높으니 그만큼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장애 발생요인이 무질서, 무모함,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재, 탈법만능, 부정부패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 내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하고, 스키장에서는 리프트를 먼저 타려고 발악을 한다. 공사장에서는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 공기단축이고 학교에서는 인성보다는 대입수능시험이 우선이다. 관료사회에서는 손바닥을 비벼야 출세하고 기업은 부정한 방법이 아니고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당하게 노력해서 돈을 버는 일은 바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증권이나 복권에 목을 매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장애우는 무용지물로 취급당할 수밖에 없다. 효율과 결과만이 중요하다. 과정이나 노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살기 편한 세상이 반드시 좋은 세상은 아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이동이 편해졌지만 대기오염이 극도에 달했다. 수많은 가전제품이 만들어져 아줌마들의 가사부담이 줄어들었지만 그 폐해도 만만치 않다.
시간이 남아도는 아줌마들이 몰려 다니며 미풍을 해치고 공장에서 쏟아내는 중금속이 바다와 육지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기의 오염과 수질의 오염, 그리고 땅의 오염은 장애 발생률을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
인간 사회의 타락과 자연 생태계의 오염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장애우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자연을 보호할 수 없는 인간은 인간도 보호할 수가 없다.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세상, 나무도 풀도 물고기도 새도 그리고 장애우도 살기 편한 좋은 세상을 바라는 것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길 빈다.

 

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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