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몇 등으로 행복하십니까? > 대학생 기자단


당신은 몇 등으로 행복하십니까?

[최원대의 감성 메모]

본문

   

  글 최원대  칼럼니스트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네이버 블로그 [설레다의 감성메모]

  학창시절 한 번도 일등을 놓쳐본 일이 없다는 엄친딸 후배가 어느 날 청첩장을 전해왔다.

  오랜만에 소주잔을 채우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이기에 너 같은 여자를 낚아채 가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을 것 같더니 웬 걸. 잔이 몇 번 오가기도 전에 짧은 한숨부터 내쉰다.

  그 남자. 듣자 하니잘 나가던 회사를 관두고는 몇 달 전부터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단다. 평생 꿈이었다고. 오, 좋다. 멋있다. 적지 않은 연봉에 복지도 괜찮았다던데,거길 관둘 생각을 하다니. 게다가 그는 일찍 부모님 여의고 자수성가한,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이 건실한 청년이었다.

  필자의 입에선 연신 훌륭하다, 대단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녀의 표정이 영 밝지 않다. 연유를 물으니, 대답이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선배, 솔직히 내가 회사 그만 둔 거까진 이해했어. 그렇잖아. 뭔가 계획이 있는 줄 알았지. 근데 기껏 한다는 게 커피숍이라니, 참 나.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요즘 장사 안 된다는데… 그래, 돈벌이는 그렇다 치자. 하다 안 되면 때려치우겠지. 아니 근데, 신혼집을 원룸으로 하쟤. 말이 돼? 내가 원룸에 어떻게 살아. 남들 보기에 어떻게 살라고.

  그리고는 자기가 꿈꿔왔던 집에 대한 온갖 환상을 비롯해, 원룸에 살면 옷 둘 데도 없고, 무엇보다 부끄러워서 그런 데선 살 수가 없다는 둥, 하물며 결혼식 날 드레스 가격까지… 온갖 푸념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가 어느새 두 병. 배우자 될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기보다, 그저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 자존심, 친구들의 시선 등이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네가 원하는 그 만족할만한 ‘기준’이 뭐냐 물었더니 필자가 아는 그녀의 형편에도 조금 도가 지나친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걸 왜 남편 될 사람에게 바라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문득, 그녀가 참 초라하고 측은해 보였다. 꿈을 향해 과감한 선택을 한 이 멋진 남자를 곁에 두고 그저 남의 시선에만 신경 쓰며 살고 있다니. 이 훌륭한, 아니 더 잘난 남자를 만나도 얘는 영원히 불행하겠구나 싶었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왜 배우자의 능력, 그것도 경제적인 능력에만 기대려는지.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란다. 평범한 삶에 대해 물었더니 대충 이렇다더라. 대학은 최소한 서울 지역 내에서 다녀야 하고, 졸업 후 스펙에 맞춰 들어간 회사에서의 연봉은 최소 4천 이상, 서른쯤 되면 차 한 대는 있어야 하며, 마흔 되기 전에 집 한 칸은 마련해야 겨우 ‘남들처럼’ 산다는 소리 듣는다고 한다. 남보다 나은 것도 아니고, 겨우 ‘남들처럼’이다. 타인의 삶. 타인의 기준.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의 삶을 흉내내며 사는 모습이라니. 그런 평범한 모습이 되고나면 과연 행복할까. 그 모든 요건에 해당사항이 없는 나는 지금 불행한가.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알근하게 술기운이 오르자 후배에게 물었다. 너는 대한민국에서 몇 등으로 행복하니?

  줄곧 일등만 해오던 그녀,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기로도 일등일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보다. 대답을 못한다. 세상의 기준에 따라 자기 행복도 거기에 맞춰놓으니 중심을 못 잡고 휘청휘청, 항상 어딘가 공허한 기분만 든다. 내 것이 아닌 까닭이다.

  행복의 기준은 뭘까? 좋은 집? 부와 명예? 권력? 인맥… 혹시 그 기준이 타인의 것이란 생각은 안 해보셨는지. 삶의 가치관이야 다들 다르다지만, 진짜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른 채 평생 남의 인생만을 표준삼아 좇다가 끝나는 복사본 인생, 억울하지 않으려나.

  자, 여기 세상의 기준을 하나만 갖다 놓아 보자. 세상은 이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다. 지금 당장 일등으로 살아라. 한국 땅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일등으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라.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는 분명 일등과 꼴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행복의 순위는 자기 스스로가 매길 수 있도록 신은 정해놓았다. 적어도 루저가 되진 않기를. 당신에게 달려있다. 언젠가의 미래가 아닌. 바로 이 순간부터.

  물론, 살다보면 간혹 우울하고 슬픈 날도 있겠지. 마음껏 슬퍼하다 아침이면 툴툴 털고 일어나시라. 그런 날도 있어야 당신의 가장 기쁘고 행복한 오늘이 더욱 빛나는 법이니까. 

 

작성자최원대 칼럼니스트 l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cafe_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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