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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비결

[최원대의 감성메모]

본문

   

 

글 최원대 칼럼니스트 l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흔히 해만 바뀌면 나이는 저절로 먹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나이는 거저먹을 수 없다. 세상에 공짜 없듯, 먹은 만큼 나잇값을 해야 된다. 오죽하면 나잇값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을 두고 ‘나이를 X구멍으로 잡수셨나’ 라고 할까.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의 일이다. 나이를 뒤로 잡수신 분이 신입으로 들어왔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해 한국의 정서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노라 이해해주고 싶지만, 이따금 날리는 돌발성 멘트를 보면 아예 지구인이 아닌 듯싶다.

  하루는 늦둥이 중학생 자녀를 둔 나이 지긋한 팀장과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 화성인이 불쑥 끼어들더니만 내뱉는 말이 명언이었다.

  “나는 나이 먹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어. 게다가 결혼하고 애 키우는 걸 어떻게 한담? 늙어가는 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해.”

  맙소사. 팀장 표정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겠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순식간에 침묵.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팀장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니, 말도 말 비슷한 거래야 주고받지. 말 같지도 않은데 무슨 대답을 하랴. 그래도 이 말은 해줄 걸 그랬나보다.

‘당신이 나이 먹을 준비가 덜 된 건 아니냐고.’

  나이 먹을수록 점점 ‘나이 먹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나이를 날로 먹으려는 심보는 인생을 헛되고 가볍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제 그릇은 커지겠지만, 그 속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양식이 필요하다. 인격, 지식, 교양, 경험, 인맥과 더불어 소통하는 방법 등. 주어진 매시간 최선을 다해 채워야 하고, 소양을 갖춰 나가야 하며, 먹은 나이를 소화할 능력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무섭도록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나이가 들면 나이값을 제대로 하고 있나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자신의 나이값을 조금 낮게 매기는 것을 겸손이라 하고, 지나치면 자기비하다. 거꾸로 높게 평가하는 것을 교만, 자만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나이값 매기는 일도 그리 쉽진 않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오다>라는 시가 있다.

잎은 많지만 뿌리는 하나
내 청춘의 거짓된 허구한 나날 내내
햇빛 속에 잎과 꽃들을 흔들었네.
이제 진실 속으로 시들 수 있으리.

  인생의 지혜는 젊음이 시들고 난 후에야 비로소 찾아온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네 삶이란 어찌나 이율배반적인지. 결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늙으면 무슨 소용이냐고들 하지만 모든 피어나는 것들에 아름다움이 있다면, 모든 지는 것들에게도 그와 똑같은 아름다움이 있는 법. 지는 꽃을 있는 그대로 보질 못하고 저물어가는 꽃봉우리가 향하는 방향만을 보고 있으니, 아! 그 인생, 얼마나 서글프기만 한가.

※최원대 님과 설레다 님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함께걸음에 좋은 글과 그림을 보내주시는 분입니다.

작성자글 최원대 칼럼니스트 l 그림 아티스트 설레다  cafe_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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