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장애우 세대는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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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위의 장애우들에게서 듣는 흔한 얘기는 몸이 아프다는 얘기다. 문제가 심각한 건 엄살이 아니라 장애우들이 진짜 많이 아프다는 것이다.
장애우들이 장애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아파하고 있다. 실제로 중년기와 노년기에 접어든 장애우들 실태를 보면, 소아마비 장애우는 평생 목발을 짚은 후유증 때문에 팔이 아파서 밥을 못 떠먹을 지경에 이르고 있으며, 뇌성마비 장애우는 다리 근육이 풀려 걷지 못하게 되는 상태가 되고 있다. 척추 장애우는 허리의 통증 때문에 누워서 지내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장애우의 중년기와 노년기는 비장애우 중년기와 노년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들은 장애의 후유증이라는 또 하나의 아픔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새 다리에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은 걷지 못하게 돼 주저앉아 휠체어를 타고 있고, 팔에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은 물건을 들지 못해 주변 사람들이나 활동보조인에게 의지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무척이나 가난했을 때 소아마비 등의 장애우가 많이 생겨났다. 시기별로는 1950 - 60년대에 태어난 장애우들이 이에 해당된다. 주지하다시피 이 세대의 장애우들은 장애우 복지가 전무했던 시절을 살아야 했다. 방점을 찍는다면, 이들이 장애로 인해 차별받고 장애로 인해 빈곤에 시달려야 했던 대표적인 장애우 세대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기를 거쳐 가난을 벗어났지만, 이 세대의 장애우들은 고도 성장기에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한 예로 90년대에 시행된 장애우 고용촉진제도도 이 세대의 장애우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유는 이 세대의 장애우들은 장애로 인해 차별받아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우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당연히 고용에서 제외됐다. 또 기업에 취업하기에는 이들의 나이가 너무 많았다.
결국 이 세대의 장애우들은 부모 잘 만난 몇 몇 장애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해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가족에게 기대 눈칫밥을 먹으며 사실상 사육되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세대 장애우들의 이런 힘든 삶의 모습은 변한 게 전혀 없다.
강조하면 지금 중년과 노년기에 접어든 장애우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는데, 거기다 장애의 후유증으로 몸이 아픈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고, 더욱이 이 세대 장애우들은 대다수가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후대책도 전혀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세대 장애우들에게 경증 중증의 장애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지금 많은 중장년 장애우들이 장애등급 문제 때문에 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복지부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복지부가 조만간 전 장애우를 대상으로 장애 재판정을 실시해서 장애우들의 장애등급을 떨어뜨리고, 그로 인해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까봐 고작 15만원 연금도 받지 못하고, 활동보조인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될까봐 많은 중장년 장애우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사안은 다르지만 최근 이뤄진 복지부의 부양의무자 전수 조사 후 수급자 대거 탈락 사태가 이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물어보자. 국가가 가난했기 때문에 덩달아 오랜 세월을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야 했던 지금의 중장년 세대 장애우들에게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해주었는가.
국가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지금이라도 그야말로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중장년 장애우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우선 지금 중장년 세대에 접어든 장애우들에게만이라도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해 줘야 한다. 그리고 남다른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경증 중증장애우로 구분하지 말고 모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게 많이 아픈, 중장년 세대에 접어든 장애우들을 대하는 국가의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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