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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備無患(유비무환)!! 피난 대피용 휠체어

[남세현의 보조공학 이야기]

본문

  지난 8월 중순. 아주 짧은 단신으로 지나갔지만,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또 한 건의 뉴스. “주택화재‥지체장애인 숨진 채 발견”

   8월18일 서울 황학동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집 안에 있던 지체장애인 57세 김모 씨가 유명을 달리하였다. 경찰이 발표한 바로는 거동이 불편한 김씨가 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화재 사건과 같은 재해·재난 속에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대피가 취약하다는 문제는 이번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3월 경남 진해의 장애인 시설에서도 화재 사고로 말미암아 2명이 사망했고, 2005년 경북 칠곡의 공장 기숙사 화재 사고에서도 4명의 장애인이, 2010년 포항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는 10명 이상의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러시아의 한 노인․장애인 요양시설에서도 화재 탓에 한꺼번에 6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의 원인이나 참사를 만든 원인에는 폐쇄적인 시설의 구조나 화재 진압 지연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되어 있겠지만, 불이 났을 때 유일한 대피 통로가 될 수 있는 피난계단과 같은 구조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해도 떠오르는 문제점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들어서 옮기거나, 업히거나 들것을 이용한다고 해도 모두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이동하는 계단에서는 본인과 보조자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에 설치하는 대피 설비들이 최근 소개되고 있다. 기존에 건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창문이나 옥상 난간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완강기나 피난용 수직 계단이나 사다리와 같은 제품들은 혼자 힘으로 몸통을 지지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는 사용이 전혀 불가능하므로 수직으로 하강할 수 있도록 하는 무동력 승강기라는 제품들이 근래에 소개되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원 공급을 보장하기도 어렵고, 안전하게 수직으로 피신할 수 있는 공간의 특성상 부피도 작고 사용이 간편하고 단순한 제품이 위급 상황에서 가장 성능을 잘 보장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복잡한 전자장치들보다는 무게추나 기어와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 하강하는 속도를 적절히 제어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제품들은 수직으로 의자가 천천히 내려가는 방식의 리프트와 같은 제품이나, 아파트 베란다 같은 곳에 설치해서 사람들이 들어간 작은 상자가 와이어에 매달려서 천천히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게 하는 방식의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계단을 통해서 대피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피난용 의자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제품들인데 개념으로 보면 피난용 휠체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가방만 한 크기로 접어서 비상계단 벽 같은 곳에 비치해 놓고 있다가 탈출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꺼내서 펼치면 철제 프레임으로 만들어져서 등받이와 엉덩이 안장, 그리고 안전벨트가 달린 의자가 조립된다.

  의자 아래 바닥에 닿는 부분이 탱크나 중장비에서 사용되는 무한궤도처럼 생긴, 탄성이 강하면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튼튼한 고무와 같은 재질로 생긴 바퀴들이 달려 있고, 사용자가 의자에 앉고 등받이 뒤에 손잡이를 보조자가 잡고 계단 아래쪽을 향하면 가속이 붙지 않으면서 안정된 속도로 계단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갈 수 있게 해주는 휠체어 같은 제품이다.

  이런 기구가 없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대피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업거나, 들것 같은 걸로 들어서 내려가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힘도 들고, 속도도 오래 걸리고, 또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긴급한 대피가 불가능해지는 단점들을 가지게 된다.

  사실 그런 긴급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 게 현실일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있으면, 장애인의 대피를 돕는 사람들도 함께 더 안전하고 빠르게 대피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유사시에 상당히 유용한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업의 후원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보조기구 전문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Easy Move)에서는 최근 이런 필요에 근거해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피난용 의자 KE-Chair를 출시했다.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보조기구를 개발한다는 기업의 이념이 위급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잘 녹아 있는 제품이다.

  초등학교 시절 늘 그리던 화재예방 포스터와 표어의 문구처럼 화재와 같은 재해․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만큼 평상시에 예방과 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소중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대책이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용이 많은 다중시설부터라도 이런 피난 장비를 의무적으로 비치해 두도록 규정하여 더이상 억울한 희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작성자남세현 한국장애인개발원 편의증진팀  sehyun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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