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어요 > 지난 칼럼


오사카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어요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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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는 지금 장마가 한창이에요. 하루가 멀게 비가 오니 휠체어를 타고 시장보러 나가는 것조차 번거로워지고 볼일이 없는 날은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네요.

  그렇게 마땅히 보고 싶은 것도 없지만 리모콘을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다 보면 정말 놀랄 지경이랍니다. 왜냐고요? 일본 텔레비전인데도 여기 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오니까요.

  요즘 일본 연예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류]거든요. 한국에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지 10년을 헤아리는 현재, 일반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일본 가수나 배우가 알려지고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최근 칠팔 년 사이에 한류 붐이 대단하답니다.

  일본의 국영방송 NHK에서 방송된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중년층 주부를 비롯한 여성들을 사로잡았고, 요즘은 특히 이름도 외우기 바쁠 정도로 많은 남성, 여성 아이돌 그룹들이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한국 드라마나 그룹의 인기가 높다보니 방송국마다 시간대를 달리 하여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고,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한류스타 뉴스가 자주 나오지요.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배용준이나 최지우, 소녀시대의 이름은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답니다.

  그래서 일본에 살고 있는 저도 최근 한국 연예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여러 연예인을 텔레비전 CM에서 보기도 하지요. 외국땅에 사는 한국사람으로서는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좀 어이가 없기도 해요.

  어느 나라에 살던 사람들의 세상살이야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것이고 생김새나 사고 방식이 비슷한 한국 드라마는 특히 전개방식이 극적인데다가(천편일률적이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희노애락 감정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주 솔직하게(극도로 과장되어) 표현되는 게 재미있어서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다고 하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이 제작비보다 싸게 들고 낮시간 평균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최근 급속하게 대중화된 한류 붐의 영향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나 한국을 찾아가는 여행객도 많아지고, 한국 문화의 선전이라는 점 등 긍정적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많지만 한국인 당사자가 보기에도 민망하고 왜곡된 이미지가 전파를 통해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 부정적인 면도 외면할 수 없더라구요.

  그중 제가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드라마 등에서 표현되는 장애인의 모습인데요.

  바로 얼마전에 본 한국 드라마에서는 지적장애인의 주요 인물로 나오고 있더라고요.

  드라마 안에 장애인이 나온다는 설정조차 터부시 되었던 옛날에 비해 드라마 안에서 장애인이 출연하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장애인들의 생활인으로서 드라마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장애인의 모습이 여전히 불행의 상징으로 가족들간의 갈등의 요인이고 짐이 되는 존재로서 그려지고 있고, 특히 지적장애인의 장애에 대한 표현이 왜곡되기도 하여 마음 한구석이 꽉 막혀 오는 것 같았어요. 이런 점은 다만 저 혼자만 느끼는 걸까요?

  일본 텔레비전에서는 어떨까요? 제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일본 텔레비전에서 접한 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하는데요.

  먼저 월요일에서 금요일 낮 3시 TBS(전국 채널의 민간방송) 연속드라마 [정말 좋아해, 유즈의 육아일기], 2008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의 재방송이었는데 2005년에 나온 만화가 원작이더군요.

  중증지적장애를 가진 유즈라는 여성이 같은 복지작업장에 다니던 청년과의 사이에 아이를 갖게 되지만 그 청년이 교통 사고로 사망하게 되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친정 엄마와 가족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워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적장애인의 육아라는 것과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관한 내용을 테마로 주인공은 카리나라는 젊은층에게 아주 인기가 높은 여배우였고 다른 출연자들도 중견배우들이었어요. 

  토요일 저녁 9시 NHK(일본국영텔레비전) 드라마, 시각장애인 교사가 주인공으로 사고로 두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이 교사로 복귀하기 위한 어려움을 가족과 주위의 협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출산휴가를 받은 교사를 대신해 임시직으로 임용된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출연진들도 연기력을 인정받는 탤런트들이었어요.

  일요일 오전 9시 ABC(전국체널의 민간방송) [제목없는 음악회], 오래동안 방송되어 온 인기 클래식음악 방송으로 일본 국내외의 유명 음악인이 출연하면서도 대중성이 높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데 이날의 연주는3년전 빈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한 스지이 노부유키라는 20세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이었습니다.

  월요일 밤9시 NHK 뉴스에서의 동일본대지진의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지역의 지적장애인 복지작업소의 소개, 지진으로 인해 18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자동차부품을 조립 등의 작업을 하며 일궈왔던 소중한 공간을 잃어버린 후 다시 되찾기 위해 주위의 협조를 구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뉴스로 당사자인 지적장애인들의 인터뷰도 많이 나오고 있었어요.

  하나 하나의 프로그램, 내용, 구성 등을 다 비교해서 말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방송이나 다 좋다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요 며칠간 전파를 통해서 본 장애인의 모습은 누군가의 들러리거나 불행을 상징하거나 동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표현되지는 않았어요.

  우리 장애인들이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 거리에서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드라마 속이든 영화 속이든 특별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지고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매스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다양한 모습의 장애인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작성자변미양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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