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가위 일본은 > 대학생 기자단


올해 한가위 일본은

[오사카에서 온 편지]

본문

  올해는 추석이 빨랐네요. 여러분은 한가위 명절 잘 쉬셨어요?

  달력을 넘겨봐도 양력만 적혀 있으니 언제가 추석인지도 알 수가 없지만, 일본에 살아도 추석이 언제인지 날짜는 확인해 보게 되죠.

  한국 뉴스를 보니 올해도 삼일 연휴 동안 귀향객으로 엄청 차량이 밀렸던 것 같더군요. 밤늦게 서울역에 내린 귀성객, 품에는 잠든 아이를 안고 한 손에는 선물 보따리 들고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라고 인터뷰에 응하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 한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느껴졌어요.

  고생스러워도 반갑게 기다리고 맞이해주는 부모, 형제, 친척을 만나는 정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지키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추석 연휴인 9월11·12일 일본에서 가장 큰 뉴스가 된 건 그리 좋은 뉴스는 아니었어요.

  9월11일은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 반년이 되는 날로 방송이며 신문, 어디에서나 반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아직도 복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각 피해 지역의 현황과 과제 등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지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뉴스는 2001년 뉴욕에서 벌어진 9월11일 테러로부터 10년째를 맞이한다는 거였어요.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뉴스들이 보도되기는 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무력함과 답답함, 슬픔과 걱정으로 가슴이 가득하지는 않았을까 싶은데….

  힘들다고는 해도 한가위만큼은 조금 여유 있게 마음껏 즐겨보자는 게 우리의 바람이니까요.

  정말 시간은 빨리 흘러 대지진이라는 엄청난 재해도 벌써 반년 전 일이네요.

  제가 사는 오사카는 다행히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피해도 없었고 실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조금씩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재해를 당하신 분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반년이 지나도록 그리 진척되지 않는 복구 상황을 보며 이제야 참담한 현실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절감하며 암담해할 것 같아요.

  그 가운데도 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더더욱 어렵다고 하는데, 지진 반년이 지난 현시점에서의 상황을 몇 가지 소개해 볼까 해요.

  9월11일 현재 경찰청에서 발표된 공식 사망자 수는 15,782명, 부상자 수는 5,932명, 행방불명자는 4,086명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전후 일본에서 일어난 자연재해 중 가장 많은 희생자의 숫자라고 해요. 피해 범위도 태평양 연안 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있어 그 대응이 난감한 상황이에요.

   피해가 컸던 지역 가운데 인구에 비례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미야기 현 우나가라쵸라고 하는 곳인데 그곳은 인구의 7%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장애인의 사망자 비율인데 자그마치 비장애인의 두 배인 13.9%였다고 합니다.

  피해 지역 전체를 봐도 사망자 비율은 인구의 1.03%인데, 장애인 사망자는 역시 그 두 배인 2.06%로 조사되었다고 해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재해를 당했을 때 장애인들이 처하고 있는 곤란함이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위기를 헤쳐내고 간신히 피난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도 똑같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장애인이기 때문에 절실히 요구되는 특별한 배려를 그리 소리 높여 주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을 인내하면서 견뎌 왔는데, 긴급한 피난조치에서 가설주택 이전 등 기본적인 복구조치가 실행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부분을 점검해 보면, 예상대로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표면화되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피난인데요.

  장애인 희생자 수를 줄이지 못했던 요인 중 하나가 피난이 곤란한 장애인의 피난을 지원하기 위해 2명의 지원자를 등록해 놓고 피난지원계획을 작성해 놓는다는 ‘재해시요원호자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장애인들에게도 사전에 충분히 숙지되지 못해 등록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많았고, 피난지원계획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장애인들의 희생자의 수를 줄이지 못했다는 겁니다.

  형식으로만 제도가 있어서는 소용이 없고,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평소부터의 피난훈련이나 이웃들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것이죠.

  다음 과제로 집과 가재도구를 한순간에 다 잃어버리고 간신히 피난한 사람들이 새롭게 생활을 재건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주택인데, 현 시점에서 가설주택이 전부 제공되기는 했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적 관점이 결여되었다는 있었다는 겁니다.

  신청 당시에는 장애인들은 별도로 나누어 베리어프리 주택을 배정하도록 했지만, 그 주택수가 적어 배정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정작 입주해 보면 경사로 등은 설치되어 있지만, 입구도 휠체어가 통과되지 못할 정도로 좁거나 욕실 등에는 단차가 있어 말만 베리어프리였다는 지적입니다.

  정부에서 가설주택의 기준규격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더불어 쓸 수 있도록 통일해서 설정해 놓는다면 긴급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텐데, 예산과 이권, 시간 등의 이유로 미루고 있기에 답답한 일인 거죠.

  해일 피해가 극심했던 이시노마키시의 ‘심신중증장애아의 가족회’ 엄마들이 시에 제출한 요망서에는 가설주택이나 임대주택의 베리어프리 등 보수공사비의 지원 등을 요청하며, 재해를 입었을 때 더욱더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들을 방치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의 생활과 취로를 지원하는 복지작업소 등 지역활동센터의 재건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주거와 생산·소비 등 생활의 기능이 뿌리째 뽑혀진 피해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복지와 노동의 장을 겸해온 단체들이 활동을 재개하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부를 만들어 판매해 왔던 작업장의 지적장애인과 책임자가 장애인들의 지역에서의 자립생활의 터를 되찾으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 절박함이 전해져 오더군요.

  반년이라는 시간은 무심히도 빨리 흘러갔지만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기까지는 그 몇 십 배의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치유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저 보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능한 것부터 적절한 치료책을 찾아 행동해야겠지요. 그리고 알아서 하라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함께 참가해야겠지요.
내년 추석에는 올해보다는 둥근달을 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면서요.

 

작성자변미양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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