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날이 많은 시월 > 지난 칼럼


축하할 날이 많은 시월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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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학교 다닐 때 시월 달력을 넘기면서 참 기분이 좋았었어요. 왜냐구요?

  지금은 국경일이 많이 바뀐 것 같지만, 그때 10월 1일은 국군의 날, 3일은 개천절, 9일은 한글날로 쉬는 날이 참 많았으니까요(여러분은 안 그러셨어요?).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특별히 휴일이 많지는 않지만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찌는 가을’, ‘체육의 날’이라는 휴일이 하루 있지요.

  그리고 제가 평소 많은 신세를 지고 있는 ‘파티파티’라는 장애인 지원활동을 하는 단체가 지난 10월 15일 설립 15주년을 맞이하였답니다.

  오늘은 특별히 높은 분도 없고 두둑한 지갑을 가진 사람도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며 서로의 자리를 소중히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이분들의 작은 파티를 소개할까 합니다.

   
 

  오사카에 있는 이 ‘파티파티’라는 단체는 이름 그대로 파티를 열듯이 재미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해요.

  오사카에서도 특히 노숙자나 장애인들, 그리고 ‘부락’이라고 하여 옛날 신분제도가 있을 때 천민이라고 차별받던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의 생활에 깊이 관계를 갖게 되었고 당면하는 어려움과 과를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지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20여 년 전 당시에는 일본에도 아직 활동보조제도 등이 국가 제도로는 없었기에 지역에서 가족과 살거나 혼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참으로 컸다고 해요.

  그래서 자원봉사자 활동으로, 오사카시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제도’ 등을 활용하면서 장애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대요.

  설립 후 장애인에 대해 시설 입소 정책에서 지역에서의 생활 지원으로의 정책 전환이 본격화되어, 자치단체나 국가의 제도도 만들어지고, 장애인뿐만 아닌 고령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등 사회 환경이 바뀌게 되면서 활동이 크게 확대되어 지금은 상근직 직원만도 30명, 주간작업장과 활동보조인파견센터, 이동지원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과 더불어 차근차근, 꾸준히 일하면서 하루하루가 쌓여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거지요.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운 일이라는 건 없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내온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이 ‘파티파티’라는 단체를 알게 된 건 일본으로 와서 바로, 남편이 전부터 알고 지내던 단체의 사무장을 소개해 주었을 때부터거든요.

  저도 벌써 15년이 되네요. 처음에는 단체 사무실도 민가의 한쪽을 빌려서 썼고, 일하는 사람도 몇 안 되며 경제적인 수입을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도 겸해서 하는 것 같았어요.

  장애인들이 같은 지역에서 언제라도 보고 싶은 친구, 정든 가족 등과 더불어 생활해 나가려면, 일부 가족이나 친구에게만 부담이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 모순을 사회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제도를 따내고, 그것을 일 년 365일 실행해 나가는 현장을 꾸려 나간다는 것은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대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 일을 15년 이끌어 올 수 있었다는 것은, 더불어 해온 많은 사람의 힘과 수고와 노력의 덕분이니 얼마나 자축할 일이겠어요.

  저는 옆에서 덕만 본 사람이지만 정말 그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하고 싶었어요.

  평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 활동보조인들, 센터 스텝들, 여러 면에서 연대하고 있는 단체 관계자들 해서 한 150여 명은 한자리에 모인 것 같았어요.

  식장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되는 곳으로 일층 홀이 아주 넓어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도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고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뜻밖에 싸게 빌릴 수 있었다면서 기뻐했고요.

  무엇보다 이 단체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식순도 형식적이지 않고, 음식이며 프로그램 모든 것이 참가자의 손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는 것이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제게 인상적이었던 건 한 가족의 축하였는데요. 15년 전 자원봉사자로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만나 결혼해 가정을 이루셨다는데, 한눈에도 바로 알 수 있게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세 아들과 함께 참가하셨더라고요.

  부인의 “파티파티 덕분에 우리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어요”라는 인사말이 더할 수 없는 축사인 것 같았어요.

  그 밖에도 평소 수고하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장 수여, 스텝들이 엮은 촌극, 스텝들이 작사·작곡한 ‘파티파티’ 주제가 연주, 참가자 전원이 함께하는 퀴즈로 진행되었는데 참으로 소박하고 푸근한 자리였어요.

  신문에 날 일도 아니고, 높은 분이 와서 축사를 해주는 자리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할 수 있는 만큼 마음과 힘을 모아 꾸준히 실천해 가는 일, 서로 도와 같이 한세상을 꾸려가자는 일, 그 일이 앞으로도 20년, 30년 변함없이 지속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푸짐하고 뿌듯한 파티였답니다. (참, 그리고 10월 29일은 연구소와 20여 년간 연대를 해온 나고야의 왓빠 40주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같이 축하해 주세요.)

 

   
 
작성자변미양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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