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부추기는 서바이벌 사회 > 지난 칼럼


경쟁 부추기는 서바이벌 사회

[최원대의 감성 메모]

본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지겹도록 대세다. <슈퍼스타 K>가 인기를 끄는가 싶더니 <나는 가수다>에 이어 <코리아 갓 탤런트>, <기적의 오디션>, <휴먼서바이벌 도전자> 등. 찾아보니 지상파에만 아홉 개, 케이블까지 무려 열 일곱개의 프로그램이 검색된다. 텔레비전 나갈 기회(?)가 많아졌으니 이거 기쁘다고 해야 할지.

  개천에서 용 나는 스토리는 어지간하면 감동적이다. 감동을 증폭시키는 요건도 있다. 저으기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시골 골짜기에 이름 없는 개천일수록 더 좋고, 이건 뭐 용이 아니라 미꾸라지 한 마리도 살기 힘들어 보이는 척박한 환경이라면 금상첨화다.

  아, 이 얼마나 교훈적이고 희망을 안겨주는 이야긴가. 돈 없고, 빽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반인이 자기 재능만으로 경쟁자들을 어렵게 물리치고, 결국 성공을 거머쥔다! 그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평가기준이란 까다롭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공정한지.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는, 일견 우리가 바라 마지않던 사회상이기도 하다.

  한 둘일 땐 몰랐으나 이제는 온통 경쟁-경쟁-경쟁 일색이다 보니 감동 너머로 씁쓸한 뒷맛이 밀려온다. 지금의 우리 사회 구조의 병폐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대체 이 나라는 경쟁하지 않고선 살 수가 없는 모양이다. 본디 체질이 그런지, 시스템이 그런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이 시간에도 도서관에 앉아 바늘-취업구멍 통과할 궁리뿐인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묻고 싶다. 옆에 앉은 학생을 ‘동료’라 생각하는지, 아니면 ‘경쟁자’로 여기는지. 정녕 ‘함께’ 살 수는 없는 걸까?

  대한민국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거나, 혹은 호랑이가 내장 비만에 걸린 게지. 그렇지 않고서야.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비집고 들어가 봐야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고 내 월급은 제자리. 아니, 그저 현상 유지만으로도 감지덕지랄까. 받기라도 하는 게 어디야. 내년엔 최저임금이 무려 260원씩이나 인상된다고 하니, 2012년에는 조금 살만하려나.

  현실이 이러한데, 미디어는 온통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등만을 조명한다.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정답이고 희망인양. 그래, 희망이긴 하다만 그곳에 경쟁에서 탈락한 ‘낙오자’들의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 일단은 살아남으란다. 대책도 없이. 더욱이 혹독한 심사기준을 통과하되, 앞뒤양옆 경쟁자들을 죄다 무찌르고 마지막까지 부디 살아남으라고. 왜 자꾸만 어금니가 앙다물어지는지, 인생이 원래 그런지.

  차라리 달나라 가서 살면 어떨까 싶다가도 삽화 속 두 토끼의 대화를 엿듣자니 그마저도 여의찮은 모양이다.

 

   
 

설토 : 거긴 살기 더 좋지? 이민이나 갈까?

달토 : 여기도 땅값 오르고 물가 오르고 난리야. 절구질해서 떡이라도 안 팔면 토끼풀 먹기도 힘들다니까.

설토 : 너도 힘들구나.

달토 : 그래도 네게는 그녀가 있잖아! 힘내 이 친구야.

설토 : … 너는 토끼 같은 자식 둘이나 있으면서. 더 힘내야겠다, 이 자슥아.

-출처 : 설레다의 감성메모, No. 493

 

  유난히 잠들기 어려운 밤이다. 열대야 말고도 찝찝한 뭔가가 들러붙는 밤.

  ‘밤새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 꾸며 살아 있을 그대’에게 ‘잘 가거라’ 인사 건네던 기형도의 시(<비가 2. 붉은 달> 중에서)가 생각나는 밤이다.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작성자글/최원대 칼럼니스트, 그림/아티스트 설레다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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