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의 자유보다 우선은 장애인의 생존권이다 > 대학생 기자단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우선은 장애인의 생존권이다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안마사 자격제도 문제점과 대안

본문

  1913년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존수단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던 안마사자격제도가 지난 10월 10일 서울 중앙법원에 의하여 또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라 위헌 여부를 판가름하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안마사자격제도는 무자격안마행위자의 처벌 여부를 심리하던 서울지방법원이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를 법률이 아닌 부령으로 제한한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2002년 10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여 위헌 불 선언 결정을 받았고, 2003년 10월 8일 송기택 등 무자격안마행위자 양산 주체가 국민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심판을 청구하여 2006년 5월 25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았으나, 국회는 2006년 8월 29일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마사자격제도를 의료법 제61조에 규정하였다.

  그러자 송기택·유항선 외 공동심판참가인 등은 같은 해 10월 2일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2008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고, 그들은 2008년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2010년 다시 합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이렇듯 헌법재판소가 안마사자격제도에 대한 네 번의 심사에서 보여준 판례 태도 가운데 주목되는 판례는 2008년 10월 30일 합헌 결정 논거이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자유권만을 중시하고 사회권은 경시해 왔을 뿐 아니라 사회적 최약자인 중증장애인의 생존권마저도 최소보장 주의로 일관해 옴으로써, 사실상 헌법 제34조 제5항을 사문화시켜 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리에서 이와 같은 오랜 아집을 스스로 꺾고 비장애인의 직업선택 자유와 시각장애인의 생존권과의 충돌 문제를 놓고 보호법익이 어느 쪽이 더 무거운가를 형량하면서 자유권을 후퇴시키고, 헌법 제34조 제5항에 의한 중증장애인의 절대적 생존권을 우선시했다. 이렇게 사회적 최약자의 생존권 우선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비록 티가 있긴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1987년 개소 이래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진취적·선도적 기념비적인 판례를 낳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념비적인 판례의 탄생에도 하급심 재판부와 무자격안마행위 집단이 번갈아가며 끊임없이 안마사자격제도를 위헌이냐, 합헌이냐 하는 심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로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장애인 관과 판사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최약자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에,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력의 부재로 법조문의 자구에만 매달리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그 두 번째 이유로는 안마사자격제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담당하는 자격인정제도임에도 10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도 시대의 조류를 타지 못한 채 그 양성제도가 정체 상태에 안주하여, 안마사 스스로 의료전문직역임을 피하고 복지제도임을 주창함에 따라 안마는 아무나 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준 결과이다.

  이번 서울 중앙법원의 위헌제청 사유를 살펴보면, 안마사자격제도가 비록 시각장애인의 생계지원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마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아 의료법으로 규제하고 진입 장벽을 만들어 시각장애인을 다른 장애인보다 더 우월하게 보호하는 것은 과잉보호라는 것, 다른 장애인이나 장애인이 아닌 국민도 생계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안마가 시각장애인에게만 적합한 직업이라 할 수 없고, 모든 국민의 적성에 맞는 자신의 생계를 보장해 줄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일부 대학에 스포츠마사지 학과를 설치하도록 하고는 안마사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실력 있는 안마사를 선택할 피시술자의 권리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공포 경험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여 비시각장애인 안마사로부터 안마를 받고 싶어 하는 피시술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비맹제외기준’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 시각장애인의 생계지원은 복지제도의 보완으로 해결하여야지 다른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보장한다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발표가 입증하듯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의 수는 정체 인구 대비 5퍼센트이고, 장애 발생 원인도 약 95퍼센트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장애인이 되는 후천성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5퍼센트는 반드시 장애인이 된다는 징표이고, 전체 국민은 현존하는 장애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마사자격제도는 전체 국민은 물론 위헌심판을 청구했던 무자격안마행위자 양성 주체에게도, 위헌제청을 결정한 판사에게도 장래에 시각장애 위험을 보장하는 보장 보험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일정비율은 필연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안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각장애 자체가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객관적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풍부한 지하자원과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미국도 아니요, 드넓은 영토를 가지고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여 동북아의 패자로 군림하려는 중국도 아니요, 오랫동안 막강한 경제력으로 한 때 경제동물이라는 칭호를 받아 왔던 일본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오직 ‘헝그리’ 정신으로 땀 흘려 절대 빈곤의 긴 터널을 벗어났고, 지하자원 없이 이제는 축적해 온 기술력으로 버티고 있는 중소국가이다. 사회보장이란 본질적으로 해당 국가의 사회적·경제적 여건과 문화적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지,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안마사제도가 없는 외국의 경우를 무작정 원숭이처럼 닮고자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전 지구적 시류가 장애의 개념이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변화한 오늘날, 소수약자에 대한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가 사회국가 원리를 수용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정신을 내던지면서 이와 같은 위헌제청 결정사유를 들고 나와 냉혈성을 가책 없이 내세우는 태도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안마사제도는 자격인정제도이며, 자격인정제도란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의 하나로,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에 해당한다. 즉 국민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차별 없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되, 그러한 능력과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자격인정 제도이다. 따라서 자격인정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은 물론이고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가져야만 직업을 원활히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직업에 대하여 시행되는 제도인데, 이 자격인정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금지한 후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서울중앙법원은 안마사자격제도와 자격인정제도의 정확한 정의를 토대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고 법리적용에 오류를 범했다. 안마사제도는 넓은 의미의 의료행위에 속하는 물리치료사의 업무영역 가운데 좁은 범위에 해당하는 마사지와 지압을 포함하는 안마행위를 직업으로 하는 자격인정제에 해당함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즉 안마사제도를 평가하면서는 의료인의 의료행위가 미치기 어려운 안마행위를 헌법 제37조 제2항의 ‘질서유지’와 ‘공공복리’의 실현을 위하여 누구나 행사하지 못하게 한 후, 안마사자격을 획득한 사람으로 하여금 안마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안마사제도는 광의의 의료행위에 포함되는 물리치료행위와 안마행위가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크고, 그것은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의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마련된 제도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서울지방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시각장애인 내부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음을 설명한다. 100년이란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진작 안마사 양성제도에 대한 학제를 전문학사 이상으로 연장하고 의료 업무에 정진하여 안마시술소 문화에서 탈피했던들 이처럼 안마는 아무나 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자격인정제도의 본질이 오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졸학력과 중졸학력으로 종사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의료분야는 더더욱 그러하다. 과거 안마사 양성 교육 제도 학제연장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었을 때, 안마사 양성교육기관장 사이에 사업적 이해관계로 의견이 엇갈려 무산되지만 않았던들 오늘날 대중목욕탕의 입욕보조자가, 일반 가정의 주부가, 또는 단순 노동력만을 갖춘 자들이 쉽게 안마는 아무나 해도 되는 양 직업 선택의 자유를 부르짖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이 거듭되는 수모를 어찌할거나.

 

작성자권인희 (서강대 법학박사, 전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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