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정 내 학대, 근절 방안은 없는가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 가정 내 학대, 근절 방안은 없는가

[장애인 인권 이야기]

본문

가정의 달을 맞아 이번에는 가정 내 학대 문제 대한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인권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는 사례 유형 중 하나는, 바로 가족에 의한 학대 사례다. 물론 평생을 희생하고 헌신해 온 가족들도 있어 필자 역시 일부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경우임을 믿지만, 가정 내 학대나 착취의 문제는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다 실제 사례는 넘쳐나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형만 한 아우 없다더니

비누를 만드는 한 작업장에서 의뢰해 온 사례는 형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게 했다.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ㄱ씨는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간곡하게 부탁해 작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ㄱ씨의 부친은 자신의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지적장애가 있는 장남의 앞날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한 듯했다. 그래서 우선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도록 자신의 집 등기 명의부터 장남인 ㄱ씨 앞으로 해 두었고, 작업장 대표에게 ㄱ씨를 고용해 달라고 사정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건은 ㄱ씨의 부친이 돌아가시고 ㄱ씨와 ㄱ씨의 남동생만이 남게 되자 일어났다. ㄱ씨의 동생은 장애인이 아님에도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형이 작업장에서 일하며 매월 차곡차곡 저축해 온 돈을 전부 가로챈 뒤 형에게는 월 3만 원 정도의 용돈만 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형 명의로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아 흥청망청 사용해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카드빚을 진 상태. 지적장애가 있는 형이 벌어오는 돈으로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는가 하면 지인에게 돈을 몇백만 원씩 빌려주기도 했고, 아버지가 형 명의로 남겨놓은 주택 일부를 임대해 주었지만, 임대수익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러한 일들이 5년간이나 지속했던 것이다.

어느 날 몸이 아프다는 ㄱ씨에게 작업장의 대표는 병원에 가 보라며 배려해 주었지만, ㄱ씨는 병원에 갈 돈이 없다고 말했다. 대표는 그간 모은 돈은 다 어디 있고 물었고, 확인해 본 결과 위와 같은 일을 알게 된 것이다. 대표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에 사용하던 통장과 신용카드를 전무 막아버리고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 그리로 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동생은 당장 원래대로 하지 않으면 형 명의의 집을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고, 작업장 대표는 이런 태도의 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인권센터로 의뢰해 온 것이다.

인권센터는 먼저 ㄱ씨에 대한 심층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동생을 형사적으로 고소할 수 있고, 돈을 함부로 쓴 부분은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 형의 대답은 상담자를 할 말을 잃게 했다. 자신은 형이기에 동생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형이 힘들게 벌어온 돈을 착취해 수년 동안 흥청망청 써온 악한 동생이지만, 형이기 때문에 동생이 잘못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은 설령 형이 지적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옳은 말이란 생각이 든다.

(※인권센터는 주민생활센터에 연락해 동생이 형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도록 인감증명서 발급중지신청을 하도록 해서 거래되지 못하게 했다. 또 공인중개사 협회에 공문을 보내 ㄱ씨의 집이 매물로 나오면 거래가 되지 않도록 한 뒤 인권센터 혹은 경찰서로 연락하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장애인 동생을 학대하고도 성격 탓이라니

“한 여성이 다른 장애여성을 고용해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짐승 다루듯이 대하고, 돈을 주고 있는지 안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니 조치해 달라”는 어떤 이웃의 제보로 현장에 출동했다. 제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침에 건강원 문을 여는데 문을 열 때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폭언을 퍼부으며, 비가 오면 문을 닫고 안에서 폭언하고, 야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 도무지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다. 피해자는 낮에는 혼자 가게를 보는데 의사소통이 어렵고 항상 주눅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에 가해자가 가게를 비운다는 낮 시간, 피해자 혼자 가게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면담을 시도했다.

여성 장애인은 처음 상담자를 손님인 줄 알고 주인에게 연락하려고 했으나, 상담자가 신분과 용건을 밝히며 학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급여는 받고 있는지를 묻자 황급히 마음을 닫고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서 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말 속에 “혼나요”라는 말을 상담자는 놓치지 않았다.

워낙 강경한 태도에 상담자는 막막한 마음이 들어 근처 점포 주인에게 피해자에 대해 물어봤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의 친언니라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확인 차, 그리고 해결방법 모색 차 해당 주민센터를 방문했고, 주민센터 담당자는 다행히(다소 이례적으로) 적극 협조해 해당 통장을 불러 면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통장은 “이 동네는 서울 같지 않게 이웃끼리 대소사를 다 알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다”라고 답하며 사실을 좀 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통장에게 연락이 왔고, 가해자는 장애인 여성의 친언니가 맞으며 이웃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런 일들이 있으나 “가족 간의 일이니 대수롭지 않다”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와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나는 특정지역 사람이라 말이 거칠고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살기가 팍팍하다 보니 동생에게 화풀이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 사례를 통해 생각해 보았던 점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학대와 괴롭힘은 손쓸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재산범죄는 ‘친족상도례’라는 이름으로 벌할 수조차 없게 돼 있다. 그리고 ‘가족 내’의 일은 이웃에서도 간섭하기 어렵다. 법이 가정의 울타리 안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천사 누나와 악마 동생

내담자는 4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내담자에게는 지적장애 1급의 오빠가 있는데, 이 오빠와 동거하는 남동생이 오빠를 학대하고 때리며 제대로 돌보지 않고 매일같이 술을 마신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면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술만 마셨다 하면 악마같이 돌변한다고 했다. 내담자의 오빠(가해자의 형)와 함께 지내며 돌보라고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소유의 집에 장애인 오빠와 비장애 동생을 함께 지내도록 했고 생활비를 여자 형제들이 보태주고 있는데, 이 동생은 누나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며 직업을 갖고 돈을 벌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이 지적장애 오빠는 가출하면 돌아오지 않는 버릇이 있는데, 한번 집을 나가면 동생들이 전국을 오가며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몇 개월 만에 지방의 병원이나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찾아 놓으면 또 사라지고 하는 일을 평생 해 왔다는 것이다. 보다 못해 시설에 입소를 시켰지만, 시설이 못 미더워 다시 데려왔고 한다. 시설직원들과 입소자들이 음식을 따로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있을 데가 못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동생들은 술꾼인 동생을 알코올병원에 입원시키고, 지적장애 오빠는 좋은 시설에라도 보내고 싶단다. 여동생들은 모두 가정이 있기에 이 오빠를 도저히 집에서는 돌볼 수 없고, 거의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오빠를(신병처리조차 어렵다고 한다) 몇 시간의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센터도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된다. 오빠의 상태가 워낙에 중증이어서 현재로서는 도저히 자립할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상담 내내 눈물을 흘렸다. 보고 있던 상담원의 마음도 무척 아팠다. 장애인만을 생각했지, 그 가족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것도 부끄러웠다. 이번 사례를 접하면서 느꼈던 점은 장애인의 가족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너무나 과중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립과 사회 참여를 국가가 책임져 준다면 가족들의 고통도 줄어들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족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에 지친 가족들의 정서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니 가족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장애인의 가족들까지도 신경 써서 돌봐야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단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충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도와야 한다. 이런 일들을 국가가 수행해 주지 못해 결국 민간단체에 손을 내미는 현실이 안타깝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human53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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