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지난 칼럼


수사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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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폭행 피해 지적장애 여성이 도리어 무고죄로 피소되어 인권센터가 개입했고, 결국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피해 여성은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가해자의 위협과 경찰의 위압적인 수사 탓에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그대로 인정돼 성폭행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고, 오히려 무고죄로 얽힌 사건이었다. 인권센터는 이 사건에 개입해 무고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고, 가해자를 재 고소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장애인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 외에 가해자가 될 때도 잦은데, 특히 지적장애인은 윤리 관념이나 준법의식이 부족한 분이 많아서 어떤 죄의식이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장애인이 가해자가 되면 수사기관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눌하고 행색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고압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손쉽게 죄인을 만들고, 장애인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사를 진행해 장애인들은 불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지적장애인 A군은,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았고, 여성은 가까이에 A군이 서 있었다는 점만으로 A군을 의심해 밀치고 때렸다. CCTV도, 증인도 없는 상황이었고, A군은 한 번도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을뿐더러,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결같이 부인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아무 일도 안 했는데 여성이 왜 그러겠느냐”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유죄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어찌 보면 장애인임을 고려해 정상을 참작해 준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장애인의 부모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한 번도 죄를 지은 적이 없는 자녀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순식간에 ‘강제추행’이라는 무서운 이름의 범법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 피의자를 처벌하지 못함을 규정하고 있는바, 검찰의 처분은 형사소송법을 어긴 위법한 처분이다.

역시 지적장애인인 B군은 남아를 잘못 만졌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통보해 주지 않았으며, B군은 홀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중형에 처해졌다.

뇌병변장애인 C씨는 밤에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가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경찰은 C씨를 사정없이 구타해 C씨는 이가 부러지고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았고, 현장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경찰은 장애인 C씨가 동네에서 성격이 포악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고, 사건 당시에도 먼저 경찰을 공격하였기에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반신을 쓰지 못하는 C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심한 상해를 가한 것은 공권력이 행사하는 물리력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명백한 공격행위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임이 명백하다.

이처럼 수사과정 상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됨에도 국가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방어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을 국가는 보호해 주기는커녕, 장애인임을 이용해 손쉽게 범법자로 만들어 실적을 올리려 하거나 또 범죄자나 다름없이 장애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법률조력인 제도가 시행되어 성폭행 피해 아동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장애인에 대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아 법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또 진술보조인 제도가 입법과정 중에 있지만, 이 역시 ‘피해자’만 받을 수 있는 조력일뿐더러, 현행 형사소송법상 ‘신뢰관계자의 동석’을 포함한 모든 조치는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의 재량으로 ‘베풀어 주시는 은혜’이거나, 당사자가 알아서 신청하지 않으면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력인의 조력을 법제화해 마치 변호사 강제주의처럼 장애인에게는 조력인 강제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조력인의 도움 없이 이루어진 수사는 위법한 것이 되어 재판과정에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해야 한다.

하다못해 ‘미란다 원칙’ 즉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알려주지 않으면 위법한 수사가 된다는 원칙처럼, 장애인에게는 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기라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의 장애와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무지와 인식 부족이 심각하지만,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전혀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권교육이 가장 시급한 대상은 인권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경찰과 검찰인 것 같다.  

 

작성자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human53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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