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어하는 차가운 남자 Mr. Han을 위한 취업추천서 > 대학생 기자단


수줍어하는 차가운 남자 Mr. Han을 위한 취업추천서

[김형수의 세상보기]

본문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5일 “지적, 자폐성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과 연계한 고용프로젝트를 통해 46명의 장애학생이 3월부터 관내 21개 고등학교와 11개 도서관에 직원으로 취업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11년 9월부터 6개월간 취업준비, 지원고용, 인턴십 등 체계적이고 실무 중심의 진로직업교육을 통해 장애학생의 직업적응 및 능력 향상을 제고했다.」 (2012.03.25 신문기사)

 

Mr. Han, 그는 꽃 화분의 자갈 같은 청년입니다

Mr. Han. 그는 다가오는 인기척도 감출 만큼 조용하고 자신이 맡은 일 외는 잘 나서지 않는 수줍음 많은 청년입니다. 어느 전문가는 그를 자폐성 장애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를 2년 가까이 가르쳤던 저는 결코 이 청년을 자신이 세계에 갇혀 타인과 교류하지 않은 자폐인이라고 쉽게 인정할 수 없습니다. 친구의 어지러운 책상은 정리해 놓지 않아도 제 책상은 언제나 식사 후에 오면 반듯이 정리하되 제 물건은 언제나 찾기 쉬운 곳에 놓아두는 Mr. Han의 정리에는 애정이 묻어납니다. 그는 본 회사에서 가식적인 대화와 커피 한잔, 시끄러운 웃음보다 소리 없이 강한 행동과 성실함으로 귀 회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것입니다. 그의 침묵은 팀워크를 깨는 각종 구설수를 잠재우고 조직을 단결시키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는 귀사의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에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새내기 직원이 늘 그러하듯이 팩스를 잘못 받고 복사할 때마다 종이가 걸려 힘들어할 때 하는 하소연과 같은 자신의 표현 방법일 뿐입니다. 귀 회사가 Mr. Han의 의사소통 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느 회사보다 소중하고 귀한 인재를 얻게 될 것입니다. 바로 스위스 시계와 같은 성실함과 칸트와 같은 정확성과 규칙으로 무장한 침묵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마음 따뜻한 Mr. Han을 다른 회사에 보내는 것은 안타까운 실수입니다. 아름다운 꽃 화분을 옥토로만 채우면 뿌리가 호흡을 못해 죽듯이 Mr. Han은 귀 회사 곳곳에 정리 정돈과 청결함을 공급하는 꽃 화분의 굵고 단단한 자갈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Mr. Han, 낭독의 달인이자 목소리는 놓치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청년이 그러하듯이 취업의 문턱에서 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경기도의 모 교육청에 부진한 장애인 고용률을 메꾸기 위해 급히 취업 가능한 뛰어난 장애인 인재를 추천해 달라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아는 모두가 그를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의 테스트 기회를 부여받았고 단 한 시간의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지 전화 통화를 하기에 부끄럼이 많다는 이유로 교육청은 고용을 거절했습니다.

교육청 산하 학교 도서관에 일하면서 전화받는 기능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전화 받는 기능을 당락의 기준으로 삼은 원칙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청년들을 고용하고 스스로 사회에서 월급 받고 일해 본 사람들은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명문대학의 석·박사 졸업생들도 가장 기본적인 전화와 문서 실무가 숙달되는데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특채하기로 한 고용에서 단 한 번 기회로 당락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장애인 고용을 생색내고 있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한 학기 3개월 동안 저는 Mr. Han과 두꺼운 책 한 권을 놓고 소리 내어 강독했습니다. Mr. Han의 목소리는 그동안 전화기 너머 전파를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지만, 책을 낭독하는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는 잊을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핸드폰 통화 소리, 핸드폰 벨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과감하게 핸드폰을 갖고 다니지 않는 Mr. Han. 그 나지막한 목소리는 침묵이 아름다운 도서관이나 공연장, 병원에서 단 하루만 그에게 일할 기회를 준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펙이 되어 줄 것입니다.

 

Mr. Han의 꿈은 아름다운 화분으로 둘러싸인 냉면집 전문 요리사입니다

Mr. Han은 아름 꽃이 피는 작은 화분과 나비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습니다. 그는 세세한 사물의 형태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들과 소통합니다. Mr. Han을 정원 관리사로 스카우트한다면 그와 대화하며 즐겁게 자라는 식물들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Mr. Han은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의 뒷정리를 훌륭하게 해냅니다. 특히 면 요리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조용함으로 고급을 추구하는 면 요리 전문점에 고용된다면 처음에 마음을 열고 익숙해지는 것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회만 충분하다면 최고의 청결함을 늘 고객들에게 제공해 줄 것입니다. 그의 손은 언제나 식기를 옮길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Mr. Han의 동료는 그의 유난한 청결함에 그들 역시 더욱 신경 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Mr. Han은 초록색 옷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어린아이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 Mr. Han에게 같은 디자인의 같은 색의 옷을 지속해서 제공해 주고 용인해 줄 수 있다면 그는 초록 윗저고리의 사나이로 당신 회사의 상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에게 같은 색깔의 옷은 그의 성실함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Mr. Han은 아름다운 침묵의 힘과 규칙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Mr. Han이 귀 회사에서 숙련된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많은 시간과 지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회비용은 명문대학 졸업자의 잦은 이직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며, Mr. Han은 오히려 이런 기회비용을 장기근속으로 충분히 회수해 줄 것입니다. 때로는 그의 침묵이 조직에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의 침묵은 본사의 기밀과 동료의 사생활을 훌륭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경기도 장애인복지관의 가온누리 대학에서 3년을 공부하면서 다른 학생들의 민주적인 투표로 전체 대표 총학생회장에도 선출됐었습니다. 그는 번지르르한 언변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신뢰를 주는 실천으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에게는 게으름도 없고 배신도 없습니다. 그는 그저 수줍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가 주저하고 부끄러워할 때 한 번 더 미소로 대해주고, 한 번 더 나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실 있는 동료와 CEO가 있다면 당신들도 Mr. Han의 리더십을 배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게 숙련됨에 따라 합당한 입금만 보장된다면 그는 자신의 원칙을 깨고 당신들 앞에서 즐겁게 노래를 불러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Mr. Han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저의 과제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시끄러운 토론을 3학기나 잘 수행할 만큼 동기부여와 성취욕이 높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직관과 통찰력으로 부디 Mr. Han을 다른 경쟁사나 관청에 빼앗기는 후회와 망설임을 곁에 두지 않기를…. 이 글을 보는 모든 분 지금 당장 전화 주시기를…. (물론 안타깝게도 그는 휴대폰 소유를 싫어하므로 직접 통화할 수 없어 통화 매니저를 두고 있다. 이분께 연락 문의해 보시기를…. 담당자: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 교육문화팀 이중덕 사회복지사 031-299-5038)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facebook.com/eduable, guer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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