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탄다 > 지난 칼럼


목숨 걸고 탄다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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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송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 휠체어 리프트 대신 경사로와 승강기(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소송입니다. 휠체어 리프트 탓에 일어나는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01년 오이도역 사망 사건 이후에도 2002년 발산역, 2006년 신연수역, 2008년 화서역 등 잊힐 만하면 또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올 1월에도 을지로3가역에서 사고가 있었고, 지난 4월에도 오산역에서 중증여성장애우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추락해 뇌진탕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과연 언제까지 장애우들이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야 하는 것인지…. 왜 누구나 편하게 이용해야 하는 교통시설을 누구는 가슴 졸이고 불안해하며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 몇 분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들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면 겪은 공포가 있었고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지적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위험성입니다. 언제 전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타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용 시간도 문제입니다. 어떨 때는 환승하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출퇴근 시간과 겹치기라도 하면 다른 이용객들의 안전 때문에 휠체어 리프트의 사용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란한 벨 소리로 인해 원치 않는 주목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여러 법에서 장애우의 이동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동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합니다. 장애우들은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 제19조 제4항은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교통사업자 등의 의무까지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편의시설의 종류는 시행령으로 위임되어 있고 명확히 해석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데다가, 그러한 이동편의시설이 “정당한 편의”로 규정되다 보니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이동편의시설의 설치가 면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휠체어 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면 늘 하는 답변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불가능한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고, 예산의 문제로 들어가면 정말 더 어려워집니다. 결국 처분만 바라는 상황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다. 장차법 제48조 제3항은 법원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구제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은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인지, 사용할 예산이 정말로 없는지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이동편의시설의 설치가 지체되지 않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법원이 위 규정에 근거하여 구체조치를 명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의 뒤에 숨어 정당한 편의 제공을 외면하는 곳에 대해 법원이 나서야 합니다. 법원의 적극적인 명령은 당연히 발령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장애우들이 수년간 고생하며 제정한 장차법이 제 기능을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작성자조원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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