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네요, 에어컨을 켜기 전에 … > 지난 칼럼


무더운 여름이네요, 에어컨을 켜기 전에 …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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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딜 가나 “아, 덥다”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일본 규슈지방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지만, 오사카는 긴 장마가 끝나고 쨍쨍 눈부신 하늘, 푹푹 찌는 열기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 버티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야 원래 더운 거지만 올여름을 맞이하면서 오사카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돌았어요. 원래 오사카는 기온도 높고, 습기가 많아 매우 무덥고 불쾌지수가 높거든요. 집집이 에어컨은 필수지요. 그런데 에어컨은 전기가 있어야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지난 6월을 시점으로 오사카 지역 담당의 원자력발전소가 전부 멈춰 전력이 모자란다는 거예요. 계획정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매일같이 나왔어요.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켤 수 없는 여름을 보내야 한다는 거지요.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석유가 나지 않는 나라니까, 전력의 많은 부분을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런데 작년 3월 11일 대지진 이후, 지진 피해나 쓰나미의 충격 이상으로 심각한 과제로 인식된 것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입니다. 원자력발전소 관리에 따른 엄청난 위험, 그리고 원전 탓에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위험천만한 정체를 조금 알게 된 거지요.

지금까지 원전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저렴한 전력이라는 선전 문구만 들어 왔는데, 실제로는 그 핵폐기물을 처리·보관할 장소도 없고, 그 위험성이 없어지기까지 몇 만 년도 더 걸리는, 현재의 과학이나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 그런데도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 위험국 일본에서 현재 전력의 30% 이상을 그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 사이에 큰 위기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더는 의존하면 안 된다는 일본 국민의 여론이 50%가 넘는다는 조사가 나오고, “원전 반대”를 외치며 매주 국회 앞에 모여 데모를 벌이는 시민의 수가 트위터나 네트를 통해 자연히 늘어나 수만 명에 이르고 있지요(오사카에서도 데모를 하고 있어요). 지난 7월 15일 도쿄에서는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17만 명의 시민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원자력발전소 정책에 대해 일본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뒤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랍니다. 7월 현재, 경제와 전력수요를 우선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 아래 오사카의 주 전력원이 되고 있는 오이원자력발전소가 재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생활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소비의 경제구조 속에서 전력에 의존하는 도시의 인프라 설비는 너무도 기본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 생활의 풍요로움이라는 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위기에 접해 보지 않으면 좀처럼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위기에 직면하고서도 현재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눈앞에 이익을 우선하는 생각이 만연된 것 같아요.

특히 기존 구조 속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좀처럼 꺾이지 않죠. 국회 앞에서 데모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로 말미암아 가족과 집과 일터를 잃은 당사자들도 같이 “원전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소수인데다 힘도 없어 어이없이 피해를 본 그들의 목소리를 누가 제대로 귀담아들어 줄지 모르겠어요. 생명을 무엇보다도 우선한다는 가치관,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존중돼야 할 일이지만, 우리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가슴 답답하고 모순된 현실 속에 타협하고 있는 작아진 저 자신도 있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가라앉은 것 같은데요.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옛날부터, 불같은 여름 더위를 이겨내면서 벌여온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축제(마츠리)에 대해 조금 소개해 볼게요.

‘마츠리’는 7월 중순에 벌이는 마을잔치로, 지난주 저의 동네에서도 열렸어요. 일본에는 어디를 가나 그 마을의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는데요. ‘마츠리’가 열리면 그 ‘신사’의 사주를 모시는 ‘오미코시’라는 가마와 ‘단지리’라고 하는 작은 사당 같은 것을 그 마을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같이 짊어지고, 끌면서 집집이 찾아다니며 무사안일과 번영을 비는 잔치랍니다. 3일 정도 계속되는 ‘단지리’ 행사의 마지막 날 밤에는 여러 신사의 단지리가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랍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한여름 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그 잔치를 치르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을의 평안과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잔치를 즐긴답니다. 저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됐지만,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전해오는 풍습이 있는 것처럼 그냥 일본문화라고, 그리고 다 같이 한바탕 여름을 즐기는 것 같아 나름 흥미롭더라고요.

작성자변미양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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