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이대로 좋은가? > 지난 칼럼


[장애인]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이대로 좋은가?

국무회의 통과한 주거약자 지원법 시행령의 문제점

본문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은 이제 이상을 넘어 현실화 되었고 재가, 시설장애인들은 지역에서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통해 지역 주민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욕구는 이동권, 교육권 활동보조 제도화를 통해 그 토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실상 자립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실패의 원인인 주거확보라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나왔지만, 중증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어 또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 사는 것이다.

2006년 하반기부터 논의가 시작된 장애인주거권 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당연하고도 절실한 장애인당사자 운동이다. 장애인들의 이 같은 운동의 결과로 지난 2011년 12월 30일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대안)’(이하 장고법)이 제304회 제3차 본회의(2012.12.30)에서 통과됐고, 2012년 2월 22일 제정·공포됐다.

장고법 제정으로 장애인 주거와 관련된 법적,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것에 대해 장애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법의 내용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시행에 앞서 마련되는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장애인에게 좀 더 효과적인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장애계 대표단체들은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TFT’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지난 5월 한 달간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다.

이때도 한국장애인주거지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관계단체와 주택분야 전문가, 법률가로 이루어진 자체적 TFT를 만들고 시행령, 시행규칙을 검토한 후 수정안을 만들어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으나 글자 한 자 고쳐지지 않고 지난 6월 4일 시행됐다.

안정적 주거생활은 장애인에게 있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 등 전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를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불편함이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목표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고령자와 함께 뭉뚱그려 놓음으로써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본 법의 대상을 ‘고령자, 장애인 등의’로 길을 열어놓아 향후 주거약자라 불리는 모든 계층에 관한 법률로 그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의 내용상의 문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거 정책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일부 규정은 오히려 현 정책보다도 퇴보된 내용을 담고 있어 생색내기 시행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장애인주거정책은 공급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동성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 장애인전용주택을 건설해 100% 공급한다든가, 척수(경수)장애인에게 33~46.2㎡의 임대아파트를 우선 분양한다 하더라도 장애인은 입주할 수 없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사회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곳에서는 살 수 없으며, 입식 생활을 해야만 하는 척수(경수)장애인의 실내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분양한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한, 전세자금지원이나 편의시설 설치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출받도록 하는 것은 대부분 장애인이 저소득층인 것을 감안해 보면, 이 역시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편안하고 안정적 주거생활을 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장애인에게 효과적인 주거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분리한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삶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히 정해질 때 비로소 그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목적과 방향이 모호하다면 배는 산으로 노 저어 갈 것은 뻔한 사실이다. 따라서 독립적 법 제정을 통한 맞춤형 주거지원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디 19대 국회는 장애인의 염원을 깊이 이해하고 장애인의 주거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독립적 ‘장애인주거지원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난 18대 국회에 제출된 바 있는 ‘장애인주거지원법(안)’이 있으니 장애계와 소통을 통해 법이 제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작성자김동희 한국장애인주거지원연대 대표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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