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고 자존심 있는 9. 23 발달장애인 권리 선언에 답하며… > 대학생 기자단


깐깐하고 자존심 있는 9. 23 발달장애인 권리 선언에 답하며…

-당사자주의와 자기 결정권을 논하기 전에 ‘발달’이 무엇인지 논쟁해야 한다-

본문

『 “자기 생의 결정권을 갖으려면 우선 자기의 선호, 선택, 결정을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Wehmeyer , Metzler

 

‘참여는 따뜻한 봄바람’이다

당신들에게 진정 따뜻한 봄바람과 같은 참여가 실현되고 있는가?

요즘 장애계는 ‘발달장애인법 제정’이라는 큰 흐름에 맞춰 당신들이 무대 전면에 등장하고 활동하는 일이 과거에 비해 잦아졌다. 장애인 당사자 대회라는 이름으로, 또는 자기 옹호, 권리옹호라는 이름으로. 필자가 연구위원으로 있는 사)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前제나프라이드) 역시 당신들을 위한 전문 시민단체로서 오래전부터 당신들이 주체가 되고 중심이 되는 활동을 펼쳐왔다.

당신들을 정식 활동가로 정규직 고용을 하고 당신들이 ‘프로’로서 공연비를 버는 인형극단도 창단하여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런 연구소의 철확과 활동이 장애계에서 환영받고 인정받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실천하는 것에 있어 부모와 전문가들은 당사자가 아니라 단지 협력가일뿐이며, 모든 것은 당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연구소의 주장은 지금도 많은 부모들과 전문가들의 비웃음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소의 가치관과 활동이 유의미한 것은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결정하든 의심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당신들이 우리와 ‘대화’하는 것을 결코 포기 하지 않도록 당신들을 신뢰하고 소통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사실 때문이며, 종국에는 당신들을 교육과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과 ‘차이’의 나와 다른 자기 인식을 하는 타인으로 보려고 하는 자세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실천적인 당사자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소도 당신들에게 별다른 논쟁도 없이 의미전달의 편리함 때문에 그 기준도 모호하고 정체도 불분명한 ‘발달 장애인’이란 이름표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달았고, 여전히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딜레마 아닌 딜레마를 안고 있다(그래서 필자도 본지에서 발달장애인 문제를 다룰 때는 ‘당신들’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발달장애인이란 명칭의 여러 의견을 떠나, 당사자가 스스로를 명명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정의하고 불러대는 것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함께 걸음 2012년 4월호 참조).

중요한 것은 이런 딜레마의 타파를 포기하지 않고, 당신들이 이 세상을 당신들의 눈으로, 당신들의 목소리로 당신들의 언어로 다시 정의하고 재구성하기를 당신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당신들이 지난 9월 22~23일 합정동 마리스타 수도회 교육관에서 ‘나의 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서 우리에게 알려준 ‘참여’의 정의처럼.

우리와 함께 하는 참여란, 단체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에게도 “같이 찍어요” 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 태도와 마음이 꼭 필요하다.

이번 워크숍은 ‘성인발달장애인 권리옹호 이해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하고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주최로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과 북부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협력기관으로 지난 4월부터 약 30명의 성인발달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필자는 양천장애인복지관의 권리옹호 토론수업에 협력자로 ‘당신’들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20명이 선언문 작성에 참여했는데, 이 선언의 의의는 2011년 5월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경상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발달장애인클럽 ‘느티나무’ 회원들이 ‘발달장애인 성년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후, 2012년 5월 26일 발달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된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 제작 위원회’ 위원들이 발표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없는 발달장애인법안 발의 중지하십시오’란 공식 성명서로 이어진 당신들의 공식 정리된 사회적인 입장 표명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언문은  권리옹호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법안을 발달장애인이 알기 쉽게 재구성하여 발제하고, 당사자들이 관심 있는 6개 영역의 주제(직업, 주거, 건강, 문화·여가, 참여, 결혼)를 선정하여 발달장애인 당사자 20명과 협력자인 권리이해강사가 한 조가 되어 각 분과별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토론의 시간을 거쳐 발표와 전체 토론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더욱 뜻 깊다.

그 동안의 당사자주의와 관련한 활동이나 사업들이 당신들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또는 부모들이 자신들도 발달장애인당사자라고 입장 표명을 유지하며 당신들의 활동에 제한적인 개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이번 워크숍과 선언은 당신들이 더욱 전면에 나서는 것임과 동시에 당신과 관련한 전문가, 활동가, 부모들이 보다 철저하게 당신들에 비하여 발달장애인에 대해 비당사자임을 ‘수용’하고 비당사자의 감수성을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발달장애인에서의 발달의 개념을 부족과 결핍, 교육과 재활의 관점으로 보는,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해 보라고 하는 지시적인 상호 작용과 의사소통이 아니라, 당신들이 알고 있는 만큼, 당신들이 하는 표현 그 자체를 존중하고 수용하고 담으려고, 서로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는 지난 2005년부터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할 수 있는 ‘자기옹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동안 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 등을 이용하고 있는 성인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총 55개 그룹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양으로 보면 많은 발전도 있었고 노력을 경주해왔지만 아직 당신들의 당사자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질적으로 평가한다면 여전히 많은 자책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당사자주의의 구현은 사실 정치적, 사회적, 인문학적 가치와 관점이 필요한 것임에도 특히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의 당사자주의는 특수교육, 사회복지의 관점이 너무 강하고 그 촉발과 발전 역시 당사자들이 주장하거나 주도하지 못하였다. 연구소 역시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진실이다. 연구소도 많은 비판과 시행착오를 가지면서 그 딜레마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 워크숍 이후에도 권리옹호 교육 활동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자신의 권리옹호를 위한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론회가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하여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인문학도인 필자를 영입하여 권리옹호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 시도 중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와 같은 인문학도들은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10년 넘게 그들과 함께 살며 연구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릴라를 미개한 존재로 보지 않아야 하며, 고릴라의 어떤 사소한 행동과 표현에도 그들만의 언어임을 신뢰한다.

오늘날의 인간 발달을 완성하는데 100만년이 넘게 걸렸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발달장애인 당신들의 당사자주의를 위해 우리는 좀 더 당신들의 언어와 목소리 자체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장애가 진정 차이에 불과함을 신뢰하고 증명하기를 원한다면.   

 


깐깐하고 자존심 있는 9. 23 발달장애인 권리 선언문
1.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2. 우리는 혼자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3. 우리의 명예와 존엄을 위해 직업은 기본적인 월급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우리는 모두 직업을 가지고 싶다. 결혼도 하고, 효도도 하기 위하여.
5.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6.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가정을 만들 수 있다.
7.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에서 살 수 있다.
8. 우리는 안정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비싸지 않게 집을 사거나 이용하기를 원한다.
9. 우리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공부하는 대학과 교육기관이 많아야 한다.
10. 우리가 스포츠와 예술을 쉽게 배우는 무료 강좌와 교육이 많아야 한다.
11. 우리는 건강을 위해 의료비와 약값을 지원받을 수 있다.
12. 우리는 건강을 위해 의사의 쉬운 설명을 들으며 이해하기 쉬운그림과 글로 만들어진 약 사용설명서과 처방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13.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해야 한다.
14. 우리를 위한 요금이 싼 건강 스포츠 센터가 있어야 한다.
15. 우리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대통령이 보장해야 한다. 
16. 우리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통일이 되어야 한다.
17. 우리가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따돌림과 괴롭힘을 완전히 없애고 공감하는 마음과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참여는 따뜻한 봄바람’이다.
18. 우리와 함께 하는 참여란, 단체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에게도 “같이 찍어요”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런 태도와 마음이 꼭 필요하다.
성인발달장애인 권리옹호 이해사업
‘나의 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워크샵 참가자 일동
2012년 9월 23일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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