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지영씨, 외출하는 날 > 지난 칼럼


스물아홉 지영씨, 외출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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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스물아홉인 지영씨(가명)는 햇수로 4년째 좁은 집안에 갇혀 온종일 혼자 지냈다. 일용직 노동을 하는 아버지는 아침에 일을 나갈 때면 문을 잠그고 나가는데, 안에서는 열지 못하도록 문고리를 망가뜨려 놓았다. 집 안에 갇혀 긴 하루를 보내며 지영씨는 배고프다고 창문 틈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처음 지영씨를 만나게 된 것은 지난 6월 경기도 모 지역의 한 사회복지 담당자가 관내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해결방안을 같이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오면서부터였다.
이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해당 지적장애 여성은 수년 동안 집에 감금된 채로 지냈는데 지난해에는 감금상태에서 버너를 사용하다 불이 번지는 바람에 큰일 날 뻔하기도 했다. 또 여성의 아버지는 술에 잔뜩 취한 상태로 새벽에 들어올 때가 잦았는데, 단칸방에 부녀가 함께 거주하고 있어 성범죄 여부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또 딸에게 장애가 있는 것이 명백한데도 장애등록도 하지 않은 데다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본인이 거부했다면서 상황을 전했다.

며칠 후 성폭력 상담 전문가, 경찰과 함께 지영씨 집을 방문했는데 마침 지영씨 아버지도 같이 있었다. 그의 기구한 가정사와 부인에게 버림받고 홀로 지영씨를 양육해왔던 사연을 듣자, 비록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한 심리 상태 탓에 세상에 대해 굳게 마음을 닫은 사람이더라도 막무가내로 범죄자로 몰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진정 어린 권유로 조금은 마음을 열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지영씨는 더운 여름을 좁은 방안에 갇혀 혼자 보냈고 어느덧 11월, 추운 겨울마저 지내야 하는 때가 되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지영씨 집을 찾았는데, 지영씨 아버지가 돌아옴 직한 저녁 시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배고프다는 지영씨는 홀로 집 안에 갇혀 있고 그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에서 하룻밤을 나고 다음 날 아침, 지영씨 아버지를 만나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그는 여전히 집에 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더는 지체할 수가 없어 경찰에 연락해 지영씨 아버지 소재를 찾자 그는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취한 아버지를 데려와 문을 열게 하고 함께 상담소로 가자 권했지만, 그는 “내 새끼는 내 식대로 키울 테니 간섭하지 말라”며 거부했다.

“지영씨, 나와요!” 하고 지영씨에게 권하자 “나가자, 나가자!”를 되뇌며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고 신발을 신었다. 아버지 말이라면 껌뻑 죽는 지영씨지만 붙잡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지영씨는 집을 나섰다. 확인된 기간만도 4년 만의 외출,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상 가정폭력범죄에는 ‘감금’도 포함된다. 지영씨는 지적장애인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지영씨를 가두어 꽃다운 20대를 집안에서만 보내게 하였다. 활동보조서비스라든지, 주간보호센터, 경기도의 무한돌봄서비스를 받게만 했어도 지영씨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감금상태에서의 화재, 부친은 술에 취해 밤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가서 사고라도 당한다면 지영씨는 또 아무도 모르게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지영씨와 그 아버지에게 여러 가지 지원이나 상담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또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아버지의 잘못을 깨닫게 하려면, 그리고 지영씨와 아버지를 같이 살게 할지도 법원의 판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득이 지영씨의 아버지를 가정폭력으로 고발 조치하였다. 엄벌보다는 선처를 부탁하는 말과 함께. 그리고 복지서비스와 수급신청을 연결하고 그 아버지에 대한 케어를 위해 지역의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연결하였다. 무엇보다, 그 가정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작성자김강원(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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