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끝났고 장애인들은 얻은 게 없다 > 대학생 기자단


대선은 끝났고 장애인들은 얻은 게 없다

[편집장칼럼]

본문

대선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 하나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문제일까, 아니면 장애인 학대가 문제일까?

장애인 차별의 의미를 좁게 해석해서 말 그대로 기회균등에서의 차별, 즉 대학 입학이나 기업 입사시험 등에서 장애인이 능력은 있는데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을 차별이라고 보고, 장애인 학대 범주에는 넓은 의미에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가난과 무시 등을 포함시키면 어느 게 더 문제일까.

주관적인 답은 후자, 장애인 학대가 더 문제 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이 능력은 있는데 외견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입사 시험 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잘못된 관행은 먼 과거 일에 속한다. 지금 혹시 장애인이 기회균등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해도 그건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특별한 사안에 속한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 사회 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핵심 문제는 사회적 학대이다. 장애인을 시설에 감금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장애인이 가진 것이 없어 무시당하고,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한 장애인들이 자꾸만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현상도 사실상의 학대로 해석할 수 있다.

현실을 보면, 많은 장애인들이 어떻게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수의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제도에 의해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예로 사회 체제가 완강해지면서 청년층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절망하고 있듯이, 장애인들도 짓누르고 있는 가난과 냉대라는 사회적 학대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대선 얘기를 해보면, 지난 대선 때 여당은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서 중증장애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야당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대표적인 장애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당도 마지못해 장애등급제에 대해 언급은 했지만, 폐지가 아니라 개선책 마련이었다. 반면 야당은 소득이 없어 고통 받는 장애인들에게 얼마를 쥐어줘서 소득보전을 해주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이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현실에서 장애인 등급제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침묵하고 있던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다만 얼마라도 쥐어 주겠다는 여당 공약에 끌려서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추측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그래서 장애인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야당이, 장애인 문제 핵심이 빈곤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대선에서 기초연금이 됐든 무엇이 됐든 빈곤 장애인들의 소득보장을 주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백 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가난한 장애인 현실을 외면하면서 그 여파는 허탈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무상보육 1조4천 억 예산이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고, 시행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전격 통과됐다. 또 25만명 택시기사를 위해 1조 원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도 여야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합의됐으니까 정부가 완강하게 반대해도 바로 시행한다고 한다.

고통스런 현실을 살아야 하는 장애인들은? 여야가 합의한 게 없으니까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시쳇말로 새해에 맨탈 붕괴에 빠진 장애인들이 한 두명이 아닐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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