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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해…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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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세요?

제가 ‘파티파티’(장애인지원센터, 오사카)에 가서 앉아 있는데 옆 책상의 니시구치 씨가 오시더니 몹시 화를 내시는 거예요. 니시구치 씨는 휠체어를 타시는 뇌성마비 중증장애 여성인데, 이야기를 들어본즉, 니시구치 씨가 파티파티 사무실에 오는 도중 평소에 이용하지 않는 다른 지하철역에서 역무원과의 마찰이 있었나 봐요.

얼마 전 글에서 대중교통, 특히 전철 등을 이용할 때 역무원이 경사로를 들고 나와 장애인의 탑승·하차를 도와준다는 것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니시구치 씨는 혼자서 아파트에서 사시고, 또 외출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운전하고 계시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활동보조지원인이나 역 또는 시설의 설비(베리어프리)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겠지요.

그래서 평소 그리 문제없이 파티파티 사무실에도 나오고 정기적인 외출에도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날은 다른 볼일도 있어 평소 이용하지 않는 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게 되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빨리 서두르고 싶었대요. 갈아타는 역 승강장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전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과 더불어 전철이 들어오고 있었답니다.

마침맞다 싶어 니시구치 씨가 그 전철에 타고 싶다고 도와주러 나온 역무원에게 의사를 전달했더니, 역무원은 “내리는 역에 연락해야 하니까, 다음 전철을 타 주세요”라고 했대요. 니시구치는 서둘러서 가고 싶으니까 이번 전철에 태워 달라고 했는데 좀처럼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 사이에 전철은 가버리고 결국 그다음 전철을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니시구치 씨는 언어장애도 꽤 심하시거든요. 누군가와 소통을 나누기 위해서는 시간과 서로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에서 상대방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요.

니시구치 씨가 말했어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전철을 타고 그 개인의 의사에 따른 목적지까지 안심하고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인정된다는 것. 그것은 단지 이동에 대한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 시설과 설비에 대한 베리어프리를 보장받는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고 싶은 시간, 타고 싶은 차량에 탈 수 있도록 좀 더 다가가서 생각하는 마음의 베리어프리도 열려야 한다”고.

일반적으로는 무리한 요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장애인의 적극적인 의지는 무시된 채, 단지 태워주고 이용하게 해 준다는 수혜적인 사고가 뿌리 깊게 깔린 것이라면 진정한 베리어프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저도 좀 속상했던 이야기를 해 보면요, 얼마 전 도쿄에서 공동련전국대회가 열려 도쿄에 가게 됐어요. 도쿄에는 그다지 갈 일이 없었지만, 몇 달 전 처음으로 혼자서 도쿄에 갔을 때 무사히 다녀오기도 해서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고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행사 당일 출발, 행사장에서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했어요. 넓고 넓은 도쿄의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서…. 일단 표를 예매하려고 전날 밤 집 근처 역 발매창구로 갔어요. 금요일 밤이어서 표 끊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내일 12시 정도에 도쿄 ○○역에 도착하고 싶어요.”

“그럼, 신오사카역에서 8시 17분 신칸센을 타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전동휠체어로 이동할 거예요.”

“전동휠체어요?”

제가 타고 있는 스쿠터형 휠체어를 보면서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아뇨, 이 큰 휠체어가 아니라 접어서 옮길 수 있는 전동휠체어예요.”

“8시 17분 신칸센에는 휠체어 전용 좌석이 만석이니까, 신오사카역 출발의 휠체어용 출구와 전용좌석이 있는 신칸센을 다시 알아보고 나서 예매해야 합니다.”

“저는 가까운 거리는 지팡이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 휠체어전용좌석이 아니어도 돼요. 그리고 휠체어는 접어서 옮기면 돼요. 그냥 그걸로 주세요.”

“그럼, 혼자서 접고 탈 수 있습니까?”-아니, 아저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하반신이 불편해서 휠체어 타는 사람이 어떻게 혼자 몸도 아니고 휠체어까지 접어서 들고 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원래 탑승할 때 역무원이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

“그건 여기서는 알 수 없습니다. 탑승하기 직전에 역무원에게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아니, 뭐라고요? 그건 당연한 서비스 아닌가요.

“저, 얼마 전에도 도쿄까지 갈 때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거 다 도와주셨는데요.”

“그건 탑승할 때 역무원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아니잖아요, 지난번에 표 끊을 때는….”

그렇게 자동응답같이 똑 같은 말만 되풀이되며 들려오는 말에 저도 소리를 높여 항의 비슷하게 하고 있는 사이, 뒤돌아보니 제 뒤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제가 무슨 당치도 않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왜 그리 무안한지. 저는 속도 상하고, 나만 소리를 높이는 것이 부끄럽기도 해 풀이 팍죽어서 그쯤에서 물러나기로 했어요.

“알았으니까 그냥 주세요.”

“휠체어를 옮기는 건 탑승하기 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말이 안 통해! 외국에서 살면 어느 정도 말도 통하게 되고 문화도 이해하게 됐다고 조금은 안도할 때가 있지만,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가를 순식간에 실감하는 찰나가 찾아옵니다. 원래 말을 잘하는 사람은 싸움할 때도 끄떡없다던데, 아 아직 멀었구나, 저는 일본말로 싸움할 자신이 없어요.

인식을 바꿔가고 제도가 만들어지고, 하지만 그걸로 다 되는 게 아니지요. 그것을 운용해 가는 사람들의 의식이 계속해서, 주체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말이에요. 다음 사람에게 그 다음 사람에게 다시 생각하게 하고, 교육하고, 확인해 가는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작성자변미양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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