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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는 축복으로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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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요, 누구냐고요?

이 세상 누구라도 백일 된 아기 사진을 보면 얼굴에 긋고 있던 경계선이 무작정 무너지며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될 것 같은데요. 이 아기의 이름은 ‘네네’라고 한대요.

제가 알고 있는 아주 좋은 분의 손녀랍니다. 오늘은 아주 개인적이지만 그분의 사랑스러운 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그분은 기무라 씨라고 하는 여성인데요, 3년 전부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우리 집에 놀러 오고 계세요. 3년 전 어느 날, 저희 둘째 아이의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 일본 친구의 친구인데요, 얼마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가르쳐 주고 있던 유학생이 그만두게 됐대요. 그래서 새로 사람을 찾고 있다는데 같이 공부해 볼래요?”

제가 오사카에 와서 살면서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지자 제일 먼저 주변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던 일이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는 거였어요.

오사카에는 재일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때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3세, 4세들은 대부분 일본학교에 다녀서, 한국 사람이지만 좀처럼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한국말도 못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학원이나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도 있지만, 재일교포들끼리의 교류나 우리나라에 대한 것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우리말교실(한국어교실)’을 하고 있는 비영리시민단체도 많이 있답니다. 그런 기회를 통해 제가 제일 잘하는 우리말(한국말)을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생겼지요.

최근에는 한국드라마나 한국가수들의 인기로 재일교포보다는 오히려 일본인 중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교실을 찾아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집에서 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그 전화를 받고 일단 만나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 어학교실이라기보다 같은 여성이자 직장과 가정이 있는 선배로서, 서로 사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무라 씨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하시다가 남편을 만나 1남 1녀를 두시고, 계속 30년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고 계세요. 그리고 병원 근무가 없는 날은 취미로 한국말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배우는데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작년에는 말린 꽃잎으로 풍경화 등의 액자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더군요.

작은 감동의 연속이에요. 그저 무난하고 순탄하기만 할 리가 없잖아요, 나름대로 어려움과 고충이 많겠죠. 그래도 힘들다고 불평만 늘어놓다 보면 참 허무해지고 마는데,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자기는 하지 못하더라도 왠지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그렇게 사귀다 보니 집안 대소사며, 고만고만한 사정까지도 알고 지내게 됐지요.

며칠 전, 석 달 만에 우리 집에 오셨어요. 밀리고 밀린 이야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한국말은 아주 조금, 대부분은 일본말로 하는 수다예요).

“작년에 결혼한 우리 아들이 딸을 보았어요. 이게 지난주 아기 백일 때 찍은 사진이에요. 일본에서는 ‘구이소메’라고 해서, 아기가 태어나 30일이 지나면 팥으로 밥을 지어 아직 먹지는 못하지만, 입에 대어 주며 건강하고 넉넉하게 살라고 기원해 주지요. 그리고 백일이 되면 ‘미야마이리’라고 해서 신사에 찾아가 아기가 잘 크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그때 신사 앞에서 아들, 며느리, 사돈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

“축하해요. 한국에서도 백일잔치를 해요. 백설기라는 떡을 쪄서 축하해 주고, 이웃끼리 나눠 먹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아기의 첫돌 잔치를 굉장히 성대하게 치러요.”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분들의 그 웃음만큼이나 환한 기쁨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어요. 우리 모두 누구나 어머니 뱃속으로부터 싹터 고이고이 길러지는 귀중한 생명. 갓 태어나 이제 어느 정도 세상에 부대끼고 살아갈 준비가 됐다고 첫선을 보이는 귀여운 아기에게 몸도 마음도 마음껏 씩씩하게 자라라고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무라 씨의 첫 친손녀의 백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더 기쁜 건요, 이탈리아 요리를 배워 작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는 아들, 결혼도 서른여섯 그리 빠르지 않은 나이에 했는데요. 이제 그 아들이 아기도 태어나 온전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거예요. 기무라 씨가 그리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 아들을 보통학교에 보내고 자립시켜 결혼하기까지 몇 날 몇 밤을 지새워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엄마, 기무라 씨의 벅찬 그 마음이 그대로 절절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예요. 이제부터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더 많은 산과 고개를 넘어야 하겠지만, 그 아들이 얼마나 대견하겠어요.

꽤 멀리 살고 계신 사돈께서는 예쁜 손녀를 축하해 주기 위해 고향에서 전해져 오고 있는 축하놀이 준비도 해 오셨대요. 촌스럽게 짐을 한 보퉁이 들고 온다고 사부인한테 투박도 들으셨지만, 가족 앞에서 분장하고 놀이를 선보이셔서 재밌는 추억이 됐다고 하네요.

아기 ‘네네’의 아빠에게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정말 축하해요. 네네 아빠, 네네 엄마, 그리고 양가 어른들!”

 

   
 
   
 
작성자변미양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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