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한 발을 내딛는 날 > 대학생 기자단


어른의 한 발을 내딛는 날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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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달력을 걸면서 새삼 나이를 꼽아 보게 되네요. 일본은 만으로 나이를 세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던 때보다는 한두 살 젊어진 기분이지만 엄연히 들어가는 나이를 막을 수는 없지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일본에서는 성인이 되었다는 기준을 만 20세로 정하고, 매해 1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성인의 날(공휴일)로 정해 경축하며 크게 성인식을 치른답니다. 일본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도, 담배를 피우는 것도,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도 다 만 20세 이상,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몫하게 됐다는 공인을 받는 날로 큰 의미를 두지요.

만으로 20세니까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듯이 같은 20세라도 각자의 위치는 다양하겠죠. 각 자치단체에서는 성인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각 구청에서 준비한 성대한 기념식을 여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그날에는 친구나 동창들을 만나러 고향으로 돌아오고 새로 성인이 되는 주인공으로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빛나는 모습으로 꾸며 그날을 맞이합니다.

여성들은 특히 기모노라는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머리 모양도 미용실에서 다듬는데 그 모습은 결혼식 신부가 따로 없답니다. 우리의 한복은 혼자 입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기모노는 입는 법과 착용이 복잡해 혼자 입기가 좀처럼 어렵대요.

   
 

그래서 그걸 전문으로 하는 자격증도 있는데, 휠체어 장애인들의 기모노 착용을 돕는 미용실도 있어요. 올해는 큰 눈이 내리고 날씨가 아주 궂은 성인의 날이었지만,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도 새로 성인이 된 젊은이들의 밝게 웃는 모습에서 앞날에 닥쳐올 어떠한 곤란도 거뜬히 헤쳐나갈 것 같은 젊음이 느껴져 정말 부럽더라고요.

이제 저도 성인이 되는 나이의 두 배 이상은 먹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을 때가 수두룩하죠. 어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기가 참 쉽지 않아요. 저희 어머니가 칠순을 맞이하셔서 얼마 전 간소하게나마 칠순 축하를 위해 가족들이 모였었어요.

다녀오자마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짧은 일정이어서 서운했지만, 예년에 없던 한파로 날씨도 춥고 길도 미끄러워 걱정이었는데 무사히 잘 다녀가서 정말 좋았다고, 손자랑 사위까지 멀리 일본에서 할머니 만나러 와 주어 정말 행복했다고. 당연히 가야 마땅한 자리이고 저는 단지 비행기 타고 갔다가 차려 놓은 잔칫상만 먹고 왔을 뿐인데….

지금도 다리 불편한 자식이 길에서 미끄러져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시고 자식들 손 하나 안 빌리시고 건강히 칠순을 맞이하신 어머니가 정말 수고하셨는데, 그런 어머니께서 오히려 인사를 전하시며 행복하셨다고 말씀하시니 왠지 무안하고 마음이 찡해 오대요.

머지않아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도 있고 새삼 그리 놀랄 일도 없을 만큼 세상살이가 싱거워진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음 한 편은 언제나 철없는 어린 그 모습 그대로 두렵고 떨리기만 하지요. 멀리 산다고 둘도 없는 이들을 자주 찾아가 보지도 못하고 당연히 챙겨야 할 경조사조차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기 일쑤인 제가 언제 어른이 될는지.

언제라도 철부지일 수 있는 어머님의 그늘 밑에 있음을 감사드리며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빌어봅니다.

   
 
작성자변미양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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