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밥이나 먹으며 붙박이장처럼 처박혀 살아야 한다? NO! > 지난 칼럼


주는 밥이나 먹으며 붙박이장처럼 처박혀 살아야 한다?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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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부터 시작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많은 논란과 화제가 되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첫 방송과 더불어 ‘오수’역의 조인성과 ‘오영’역의 송혜교의 연기에 대한 호평, 영화와 같은 영상, 최고 가수들이 참여한 OST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오랜만에 조인성씨가 출연하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송혜교씨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궁금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갑자기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특정 방송사의 드라마를 이야기하고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드라마를 홍보하려거나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각장애인역의 송혜교씨나 그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대화 내용에 발달장애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재벌가로 우리들의 생활과는 수준차이를 보이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집과 복지관에서만 생활을 보내야 하는 오영역의 송혜교의 일상은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회사대표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사람들이 프리젠테이션 내용보다 시각장애인이 했다는 사실에 더 감동을 받았다며 본인 스스로 일회용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래도 그녀는 복지관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 2월 14일 방송된 3회분에서는 20여 년간 아버지의 비서로써 또 시각장애인인 오영의 법정대리인으로 그녀의 눈을 대신해 그림자처럼 그녀를 보살펴온 왕비서(배종옥)와 친오빠를 사칭하며 그녀의 앞에 나타난 가짜 오수(조인성)와의 생각 차이가 극명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선악은 물론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생각차이는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과 거의 흡사하다.

오랜 기간 눈이 안 보이는 그녀를 돌봐온 입장에서 누구보다도 더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왕비서. 반면, 시각장애나 그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왕비서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가짜 오수 조인성. 왕비서와 가짜 오수, 누구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다음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 내용이다.

왕비서(배종옥) : 그런데 영이가 눈이 안보이고 나서 모든 게 변했어요. 부잣집 아이라 대놓고 왕따는 안 시키지만, 친구들이 영이가 아끼는 인형을 가져가고 더 커서는 반지, 목걸이를 가져갔어요. 술을 먹이고 외박을 시키고….
오수(조인성) : 외박이 나쁜 건가요? 나이 스물 너머 술 마시는 게 어때서요?
왕비서(배종옥) : 영이는 시각장애인이에요!
오수(조인성) : 그러니 시각장애인인 영이는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 박혀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붙박이장처럼 처박혀 살아야 한다…  세상이 무섭다면…(생략).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대화 내용을 발달장애인에 맞춰 바꾸면 아마도 아래와 같을 것이다.

왕비서(배종옥) : 그런데 영이가 발달장애로 판정받으면서 부터 모든 게 변했어요. 부잣집 아이라 대놓고 왕따는 안 시키지만,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친구들이 영이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더 커서는 영이가 어리숙하니까 나쁜 짓을 하도록 이용하고, 술을 먹이고 취한모습을 보며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외박을 시키고….
오수(조인성) : 외박이 나쁜 건가요? 나이 스물 너머 술 마시는 게 어때서요?
왕비서(배종옥) : 영이는 발달장애인이에요!
오수(조인성) : 그러니 발달장애인인 영이는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 박혀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붙박이장처럼 처박혀 살아야 한다… 세상이 무섭다면…(생략).

 

시각장애를 발달장애로 바꿔 만든 왕비서와 가짜 오수의 대화. 누구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그 답은 드라마 속 오영인 송혜교의 모습에 있다. 가짜 오수를 따라나선 오영이 사람들 속에 섞여 처음에는 두려워 떨면서도 이내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워하며 해맑게 웃는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발달장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다칠까봐 상처 입을 까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기 이전에 보통의 사람으로 봐 달라는 발달장애인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때론 세상 속에서 상처 받고 힘들지라도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며 살고 싶다는 피플퍼스트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장애인정책팀 연구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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