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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이룸센터 내 안전사고는 "장애 탓(?)"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공개사과 하고 안전사고 방지 대책 마련하라"

본문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이하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이 지난 4월 4일 회의 차 이룸센터를 갔다. 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후진해서 내리는 전동휠체어가 배융호 사무총장의 수동휠체어 발판을 쳤고 그 반작용으로 수동휠체어가 돌면서 배융호사무총장이 휠체어에서 대리석 바닥으로 추락했다.

배융호 사무총장은 휠체어에서 떨어지면서 이룸센터의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했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5시간의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뇌출혈 후유증으로 왼쪽에 편마비가 왔고 사고 후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입원 중이다.

이룸센터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의 운영시설로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의 복지증진과 장애인복지정보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노무현 정부시절 매입한 건물이다.

주요 장애인단체 11개가 입주해있으며 장애와 관련된 각종 세미나, 토론회, 교육들이 열려 연 평균 25,000명 이상의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이룸센터의 작년 총 수입액은 38억으로 전년도 이월금인 약 10억을 제한다고 하더라도 총 수입액이 28억을 넘고 2008년부터 이룸센터가 건물보수 공사에 쏟아 부은 돈은 50억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의 유형, 특성, 정도 등에 따른 편의시설 및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장애인의 접근성과 정당한 편의제공에 있어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할 건물이 50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제대로된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배융호 사무총장과 충돌했던 장애인은 경추 장애로 인해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정립회관처럼 이룸센터 엘리베이터에 엘리베이터 내·외부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CCTV와 연결된 모니터나 반사경이 설치되어 있었거나, 배융호 사무총장이 떨어진 바닥이 대리석이 아니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재질이었다면 그리고 배융호 사무총장이 사고 당일 대여하고자 했던 전동휠체어가 이룸센터에 비치되어 있었다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이룸센터의 바닥재질인 대리석은 미끄러워 넘어지기 쉽고, 넘어졌을 경우 그 충격이 크기 때문에 이룸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계속 문제가 되어왔다.

또 이는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를 위반한 것이다. 편의증진법에 의하면 복도의 바닥은 ‘바닥표면은 미끄러지지 아니하는 재질로 평탄하게 마감하여야 하며, 넘어졌을 경우 가급적 충격이 적은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주이용자인 이룸센터는 가장 기본적인 법규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룸센터 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의 비치 역시 계속 요구되어 왔던 상황이다.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장애인의 다리와 같기 때문에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가 고장이 나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또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자가용으로 이동할 경우, 전동휠체어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차량에 실을 수 없어 수동휠체어를 이용해야 한다. 이룸센터를 이용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룸센터에 여분의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비치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단 1대의 전동휠체어도 전동스쿠터도 비치되어 있지 않다.

에버랜드와 같이 민간시설에서도 비치하고 있는 전동휠체어가 수많은 장애인이 이용하는 이룸센터에 단 한 대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배융호 사무총장도 평소에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나, 이날 회의 참석 차 차량을 이용하여 수동휠체어를 타고 갔다가 전동휠체어와 부딪치면서 사고가 발생하였다. 만약 이룸센터 내에서 전동휠체어가 비치가 되어 있었고, 전동휠체어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이번 사고를 대하는 개발원의 태도이다.

개발원은 사고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보험처리를 운운하면서도 이룸센터의 시설물이나 관리상의 하자의 인정을 꺼리며 사고 당사자 간의 사고로 몰고가려하고 있다.

개발원이 사고 당사자의 장애 특성은 무시한 채 시설물의 하자나 관리상의 하자의 인정을 꺼리는 것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장애’에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즉 뒤를 돌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수동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개발원이 국내 최고의 장애인 정책을 개발하고 장애인의 자립기반을 강화하여 차별 없는 세상,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 겠다고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개발원의 이러한 태도는 자신들이 얼마나 반장애적이며 장애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기관인가를 개발원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사고에 대해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한국장애인 개발원은 시설물과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이룸센터 내의 정당한 편의시설과 편의를 제공하라!

둘째,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룸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라!

셋째,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룸센터 내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사고 체계를 마련하라!

넷째,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이룸센터의 화재에 대비한 피난설비를 마련하라!


2013년 5월 31일

()외국인노동자와함께,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국제민주연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장애인과 함께하는 한벗조합, 장애인문화예술판,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작성자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accessed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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