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인 운동의 역사, 故 이루베 가요코 > 대학생 기자단


일본 장애인 운동의 역사, 故 이루베 가요코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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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루베 가요코(入部香代子)

아, 생각만 해도 시원하네요. 냉방이 잘 된 방에서 물냉면 한 그릇, 찜통더위에 기력이 쭉 빠져 있을 때 그 이상의 피서가 없겠죠.

일본에서는 여름 하면 소면이나 우동을 차갑게 먹는 게 별미고요, 우리나라의 복날 같은 절기도 있는데 그때는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보양식으로 장어구이를 먹는 풍습이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장어가 너무 비싸서 장어구이 맛을 흉내 낸 요리를 대신 선보이는 가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올여름은 정말 무섭게 더워 오사카시에서 조금 떨어진 도요나카시는 40도를 넘는 일본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큰 뉴스가 됐어요.

기온 41도가 자랑이 될는지는 몰라도 일본 최고를 기념하여 보통 때는 100엔(1000원) 하는 빙수를 기온에 맞춰 41엔(400원)으로 파는 행사를 열었다고 하던데, 물론 다들 더위에 지치고 힘이야 들겠지만 작은 화젯거리로라도 힘을 내고자 하는 노력이 땀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바로 지난 7월 24일, 이 도요나카시에서 도요나카시의원으로 4선 16년간 시정활동을 펼쳤던 여성장애인 이루베 가요코(入部香代子) 씨가 62세로 눈을 감으셨다는 소식이 신문 각지에 실렸습니다.

저는 5년 전쯤 도요나카시의 이루베씨장애인센터에서 잠깐 뵌 정도이지만, 일본의 장애계에서는 아주 큰 자취를 남기신 분이라고 하더군요.

오늘은 일본 첫 여성장애인 시의원이었고, 여성장애인 의정활동의 선구자였던 이 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1950년 태어난 이루베 씨는 어렸을 때 뇌성마비 탓에 휠체어로 생활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설에 입소, 1973년 시설에서 만난 친구의 소개로 장애인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1974년 한국에도 잘 알려진 뇌성마비 장애인 모임이자 일본 장애인운동의 중심이었던 ‘푸른잔디회’의 오사카지부에 입회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장애인운동에 눈뜨기 시작한 이루베 씨는 1976년 25세 때 시설에서 나와 자립, 스스로 후쿠오카시에 푸른잔디회를 결성하였고, 1978년에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1979년에는 장남을 출산, 슬하에 두 아이를 두었습니다.

이후 장애인복지공장을 설립하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이었던 시대를 살면서, 그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시민으로 시정에 참여하기 위해 시의원에 출마했고, 1991년 4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여성 중증장애인 시의원으로 오사카부 도요나카시의회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후 4선 16년간 시정활동을 펼치게 되는데, 유일하게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받는 첫 번째 정치인으로, 활동보조지원을 받는 의원으로서 고령자나 장애인의 활동보조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녀가 태어난 1950년대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는 죄인이었고, 장애인은 집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존재였으며, 돌봐줄 부모가 없으면 시설에 가는 것이 당연했고, 마땅한 교육을 받을 수도,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역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정신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에서의 자립, 부모로부터의 자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자립생활 운동에 앞장섰어요.

도요나카시장을 비롯한 많은 의원, 전국의 장애인운동 당사자들과 지인 등 수백 명이 모여 마지막 배웅을 하는 장례식에서 23년간 이루베 씨의 활동보조인을 해온 야마가미 씨는 조문을 통해 “천 명 이상의 활동보조인들이 이루베 씨의 식사, 화장실, 목욕 등 생활 모든 것을 지원하며 출산, 육아, 의정활동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그중에는 잘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는 어느 한순간에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곤란에 부딪힐지라도 포기하지 않았고, 장애인의 주체성을 실천한 여성이었으며, 정치인이었다”고 이루베 씨를 되돌아보았어요.

지금도 세상에는 장애인이라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많아요. 아직도 뜯어고쳐야 할 게 산더미예요. 그래서 우리는 내일을 꿈꿔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더 심한 차별을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한발 한발 내디뎌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작성자변미양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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