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가족의 동반 자살 > 지난 칼럼


발달장애인 가족의 동반 자살

[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 하는 세상]발달장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따른 충격…가능성에 초점을 둔 정책과 지원 필요해

본문

지난달 13일 우리사회를 안타깝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북구 모 아파트에 사는 A씨(36)와 아내 B씨(34)가 5살 된 아들이 자폐판정을 받은 것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대기업 하도급 업체에 다니고 있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살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히려 A씨의 유서에 ‘아들이 발달장애로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치료했는데도 발달장애 호전이 없어 힘들었고 치료가 잘 안 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부부만 죽으면 아이가 너무 불쌍하니 함께 가겠다. 우리 세 식구는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A씨 가족의 자살은 발달장애인 자녀의 장애에 대한 비관으로 결론 나고 있다.

아마 A씨 가족의 자살을 지켜보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모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A씨 가족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A씨 가족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마음 한편이 아려왔으니…

A씨 가족의 자살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얼마 전 만났던 O씨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성인발달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나에게 평소 알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동창인 O씨가 초등학생 아들이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괴로워하니 만나서 조언이라도 좀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발달장애성인을 주 대상으로 하기에 학령기에 대해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 처음에는 거절을 했으나, 친구의 간곡한 부탁과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말에 마음이 쓰여 만나기로 했다.

아들과 함께 온 O씨 부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모 병원에서 발달장애라고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과 아들이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어떤 특정행동에 집착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행동을 못하면 화를 참지 못하며 주변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각종 치료실과 전문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알게 된 아들의 상태와 특성에 대해서 설명해주며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절망과 좌절, 치료를 해도 나아질지 모르겠다는 불안…. O씨 부부는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O씨 부부의 설명과는 달리 8시간 넘게 같이 있으면서 지켜본 O씨의 아들은 그다지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발달장애아동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장애정도가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행동도 많지 않은 상태였다. ‘문제행동’과 ‘발달장애’라는 말이 O씨 부부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지라 일반적인 아동에게서 보이는 행동도 O씨 부부에게는 그 또한 장애 때문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다분했다.

이는 O씨 부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가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문제행동에 더 집착하고, 전문가들도 문제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부모들도 장애로 오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8시간 남짓 O씨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들의 행동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O씨 부부는 신기해했다. 또 발달장애라는 장애판정을 받은 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변화한다는 발달장애의 가능성을 제시하자 부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힘들고 괴로울 때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전화하라는 말을 남기며 O씨 부부와 헤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수심으로 가득했던 O씨 부부가 아들에 대한 희망에 밝아진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만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고 충격에 휩싸인 A씨 가족에게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비록 지금은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는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려보자.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힘이 되어 줄 우리가 같이 있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문제행동을 수정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그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였다면, 아마도 A씨 가족과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성자이미정 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dung727@naver.com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7, 8월호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 : 함께걸음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