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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학업 환경과 눈

[신순규의 뉴욕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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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단체에서 시각장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학업 환경에 대한 연구 조사를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5년 전 제가 대학을 다녔을 때보다는 많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지요. 말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실은 공부에도 물론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도 컴퓨터를 통해서 찾을 수 있는 정보와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온라인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강의 등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의 발전은 시각장애인 학생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요즘 접하는 대학교 환경은 당연히 25년 전보다 훨씬 더 좋을 거라 생각했고요. 그런데 연구결과는 저의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근길에 문득 눈 때문에 힘들었던 이번 겨울을 떠오르게 하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한국의 강원도처럼 이번 겨울엔 미국에도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 북동부 뉴욕지역에는 1년에 65센티미터의 눈이 오는 것이 평균인데, 올해는 14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눈이 오면 시각장애인들은 보행이 어려워집니다. 그것은 장애가 없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누구나 미끄러운 거리에서 넘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이 눈이 많이 쌓인 거리를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은 특별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에게 꼭 필요한 보행정보를 쌓여 있는 눈이 지워버리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계단이 눈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안전한 보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또, 눈더미 사이로 좁은 길을 찾아다니기도 쉽지 않지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업 환경과 눈이 오는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저는 눈이 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자연이 가져오는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더 조심스럽게 걸으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필요하면 입을 열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고. 항상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환경이 바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좋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학업 환경에 대한 불평만 하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연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장애인 학생들이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책임진 학교 직원들이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해주어야하는 지를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막 입학한 시각장애 학생에게 무슨 서비스가 필요하냐고 물어본다는 것이었지요. 둘째는 교수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에 응한 한 학생은 교수에게 다음 강의에 다룰 시 한 편을 이메일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셋째는 학교가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 시간에 노트를 대신 해주기 위해 학교에서 고용한 사람이 학업에 대해 전혀 몰라서, 효과적으로 노트를 해주지 못했다고 불평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장애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까하고 묻는 학생 서비스 직원이야말로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아야한다고 믿는 저에게는 그것을 확실하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시 한 편의 텍스트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강의 전에 구할 수 있는 길은 교수에게 부탁하는 것 외에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예를 들어 리더)에게 컴퓨터에 입력해줄 것을 부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을 주고 노트해 줄 사람을 고용할 거라면 왜 같이 강의를 듣는 급우에게 부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학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환경을 더 좋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학을 갈만한 나이가 되었다면, 공부를 하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것을 똑똑히 알고, 그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오늘날 우리 곁에 와 있는 많은 기술을 배워서 시 한 편쯤은 혼자 읽을 수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종이에 적혀 있는 글을 읽어주는 앱도 있거든요. 눈 덮인 거리를 걸어가면서 눈이 온 것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작성자신순규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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