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재난 대책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나?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들의 재난 대책은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나?

[편집장 칼럼]

본문

세월호 참사가 역대 최악의 재난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나의 가정이지만 만약 장애를 가진 사람이 다수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물어보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배에 탄 장애인들은 꼼짝없이, 손쓸 새도 없이, 비장애인에 앞서 떼죽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원인 중 중요한 원인은 세월호가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 ‘여객선 안전관리지침’ 내용을 보면 ‘선장은 출항 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모니터 및 선내 방송시설을 이용하거나 선원의 직접 시범 등을 통해 기상상태, 출항 전 점검결과 내용·구명동의 사용법 등을 알려야 한다. 또 여객실·통로 등 승객이 보기 쉬운 장소에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역시 가정이지만, 설령 세월호가 이런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을 제대로 지켰다고 해도 배 침몰 때 장애인은 비극적인 상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유는 현 ‘여객선 안전관리지침’ 어디에도 장애인 승객을 배려하는, 장애 특성별에 맞춘 재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여객선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타고 있다면, 또 청각이나 시각장애인, 지적장애인들이 타고 있다면 비장애인과는 다른 재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다른 재난 대책을 가령 수화 통역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들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세월호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항되고 있는 여객선은 모두 다 장애인들이 위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그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있고,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별도의 장애인 재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운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의 재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운영되고 있는 운송수단이 비단 여객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행기, 철도, 지하철, 버스 등 모든 운송수단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장애인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한 별도의 재난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장애인들은 아무 대책 없이 위험 상황에 노출되어 있고,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목숨을 내놓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막상 재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결과는 비장애인에 앞서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 끔찍한 장애인의 현실인 것이다.

환기시키면 장애인 재난 대책이 없는 건 아니다. 헌법 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 제2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락사고 등 장애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비상재해 등에 대비하여 시각·청각 장애인과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하여 피난용 통로를 확보하고, 점자·음성·문자 안내판을 설치하며, 긴급 통보체계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법에서 장애인의 재난대책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장애인의 재난 대책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이다.

장애인의 위험 상황은 대중교통수단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최근 송국현 씨 사례처럼 중증장애인들이 집에 경미한 화재가 발생했는데 미처 대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 문제는 활동보조인이 장애인 곁에 붙어 있다고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늦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재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장애인 단체들로 하여금 회원인 장애인들에게 재난 대피 훈련을 시키도록 권유나 강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상시 위험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데, 장애가 이유가 돼서 그 위험 상황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장애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위기 대응 훈련을 받은 적이 있나?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장애인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아무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는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편집장  a35270@hanmail.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