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려는 일을 왼손으로 중단시키세요 > 지난 칼럼


오른손이 하려는 일을 왼손으로 중단시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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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남을 돕는 일을 숨기라고 성경은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번 저의 칼럼의 제목은 좀 다르지요? 며칠 전 출근길에 기차 안에서 만난 한 사람의 말이 오래전에 들었던 이 충고를 기억하게 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충고의 말이 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여러분과 나누어볼까 합니다.

출퇴근을 매일 같은 기차로 하다 보면, 기차 안에서 만나 친해지는 사람들이 종종 생기게 됩니다. 저처럼 뉴저지에 살지만,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한 여자분 J가 며칠 전에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참 대단하다고요. J는 만난 지가 꽤 오래돼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월가 회사에서 채권 분석을 한다는 것을 알 뿐만 아니라, 점자와 말로 컴퓨터 스크린에 나오는 것들을 읽고 들어서 일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엉뚱하게 이런 말을 하는 J에게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저의 직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대단하다고 말을 했지요. 그런데 J는 뜻밖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힘든 일을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혼자 출퇴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요. 한번 갈아타야 하는 통근 기차와 뉴욕시 지하철을 사용해서 매일 혼자 출퇴근하는 것은 보통 사람도 쉽지 않은데, 시각장애인이 그렇게 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 저의 머릿속에는 38년 전, 제가 서울맹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입학 후 2개월 동안은 어머니와 함께 통학했었는데요, 그해 5월 초부터 저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8년을 넘도록 저의 시력 회복을 위해 노력하셨던 부모님께서는 저의 맹학교 입학과 동시에, 같은 열정을 저의 교육에 쏟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저에게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기숙사 생활을 권유하셨고, 저는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만 9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산 위에 지어져서 유난히 계단이 많았던 서울맹학교 내부를 혼자 다니고, 나에게 생기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방에 같이 사는 형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 예를 들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는 방청소를 1주일에 몇 번 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은 단체 생활의 필수였습니다. 그리고 시력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도 저는 흰 지팡이도 없이 혼자 다니는 것을 꺼리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에, 저에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유학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한 남성 4중창단의 반주자로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공연을 했는데요, 그때 방문했던 한 맹학교에서 저에게 유학 초청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완전 장학금을 포함한 이 기회를 제가 받아드릴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5년 동안의 기숙사 생활을 통해 얻은 독립심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친척도,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미국으로 혼자 유학 가는 것이 그리 많이 두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학을 2년 한 후에, 저는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잠시 귀국했습니다. 그때 어떤 장애아동 학부모 그룹이 저와 저의 어머니를 초청해서 작은 세미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유학 생활에 대해서 설명했고, 어머니께서는 저를 교육시킨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독립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셨던 것도 학부모들에게 얘기해줬습니다. 저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젓가락을 잘 못 쓸 때, 어머니의 오른손이 제가 원하는 것을 집어주려고 저의 쪽으로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애써 왼손으로 오른손을 끌어당겼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보기에 안타까워도,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하셨습니다.

5월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날이 있고,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이 있는 달입니다. 혼자 출퇴근을 한다고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학업 못지않게 저의 독립심을 키워주려고 노력하신 어머니 생각이 났던 것이지요. 장애아동을 키우시는 여러분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들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하게끔 놓아두세요. 지금 힘이 들더라도, 자녀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루하루 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당장 안타깝더라도, 지금의 시간 투자는 여러분 자녀들을 언젠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작성자신순규 뉴욕 월가 애널리스트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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