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덕분에 고등학생 된다네요 > 지난 칼럼


아들 덕분에 고등학생 된다네요

[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본문

“문 열어!”
잠깐 나갔다 온다던 큰 아이가 돌아와서는 문 앞에서 짜증을 내길래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야?”
“차에 부딪혔어요.”

서있는 모습을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한쪽 팔을 잡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네요.

“괜찮아?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던 차와 살짝 부딪쳤다나. 많이 다치진 않은 것 같지만 넘어진 충격으로 팔꿈치, 무릎이 까지고 갈비뼈 있는 데가 벌겋게 피가 나더라고요.

“병원에 안 가도 되겠어? 차 운전사는 뭐래?”
“차에서 내려서 넘어진 나를 보더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다음부터 조심하라면서 실실 웃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주먹으로 한방 쳤더니 차 타고 그냥 가버렸어요.”
“아이고, 뭐라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큰아들, 제가 치켜 올려봐야 할 정도로 키도 훌쩍 크고 체격도 제법 의젓해졌지만, 제 눈에는 기운만 펄펄 넘치고 어디로 뛸지 모르는 천방지축 개구리처럼 보여요. 차에 부딪쳤다고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상대방에게 주먹을 날릴 정도면 몸은 멀쩡한 것 같지만, 화가 났다고 함부로 주먹을 쓰다니, 겁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정말 앞길이 멀고 험한 구만리예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반항기다 사춘기다 다 속을 끓이기 마련이라지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지금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을 둔 엄마들은 무사히 돌아온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리겠어요. 입에 담지 않아도 모두 같은 마음, 저도 바다 건너 살지만 그 아픔에 눈시울이 젖어 옵니다.

어린이 집에서 만난 분으로, 참 명랑하고 친절한 여성이 계세요. 같이 식사할 때면 제가 다리가 불편하니까 식판도 날라주시고, 식사 끝나면 커피도 갖다 주시는 ‘히메’ 씨라는 분이에요. 고맙다고 인사하면 “언제든지 저희 히메카페를 이용해 주세요”라며 웃지요.

히메 씨는 대학생과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두 아들을 두었고, 저도 고등학생, 중학생 두 아들 엄마니까 수다를 떨다 보면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가 대부분. 히메 씨 둘째 아들이 지적장애가 있어서 장애라는 측면을 알게 모르게 공유한다는 부분도 있으니까 마음이 더 통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왼손을 잘 못 쓰시더라고요. 잠시 그러다 마는가 싶었는데 계절이 두 차례나 지나도록 좀처럼 좋아지지 않아 걱정이 되었죠. 식사할 때 제 식판을 날라주시는 것도 신경이 쓰였지만 제가 괜찮으냐고 물어보면 훈련이라면서 그냥 해 주시는 거예요. 너무 깊이 캐물으면 실례일 것 같았지만 조심조심 여쭤봤더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됐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낫지 않으니까 이제는 본격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도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고…. 아마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니까 일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만 두라는 말은없어도 주변에 신경이 쓰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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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제고등학교

저는 할 말을 잃었어요. 그냥도 애 키우기가 어려운데 지적장애가 있으니 몇 배는 더 힘드실 테고 거기에다 본인의 손까지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히메 씨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일은 그만 두지만, 바쁘게 됐어요. 아들 덕분에 고등학교에 다시 다니게 됐거든요.”
“고등학교요?”
“네, 우리 둘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했는데 졸업한 학교에서 일요일에 여는 통신제고등학교에 다시 다니기로 했어요. 그런데 아들 혼자서 다닐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신청해서 같이 다니려고요.”

와, 씩씩하다! 히메 씨는 둘째 아들을 동네 일반 고등학교에 보내는 과정에서 학교와 선생님들과 많이 분투하신 것 같았어요. 일본에서도 장애아를 일반학교보다는 특별지원학교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니까 그 과정이 평탄하지 않다는 건 짐작이 가고도 남죠. 그런데 다시 아들하고 같이 고등학생이 되다니…. 둘째 아들은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빵 만드는 작업장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히메 씨의 용기와 노력이 참 대단해 보였어요.

힘들지만, 정말 힘들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 없는 길, 힘드니까 더욱 더 힘내는 엄마들의 바로 그 모습이니까요. 모두 모두 힘내라!

작성자변미양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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